약속 시각이 정해지고 나서부터 묘한 긴장감과 떨림이 기자의 머릿속을 짓눌렀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일종의 두려움이었다. “이건 일이야. 게다가 예쁜 여자잖아?!”라며 마인드 컨트롤을 계속해서 해야만 했다. 약속 시각이 돼서 문을 두드렸다. 사진에서 봤던 그대로의 A가 눈앞에 나타났다. 175㎝의 쭉 뻗은 키에 날씬한 몸매를 뽐내고 있었다. 얼굴 역시, 예쁜 옷을 입고 서울 강남역 한복판을 활보한다면 남자들이 흘깃거리며 쳐다보거나 끈질기게 따라 붙어 번호를 요구할 만한 정도로 뛰어난 편이었다. 예쁘게 생긴 남자가 아니라 얼굴선마저도 여느 여성보다 더 고운 ‘그냥’ 예쁜 여자였다. A는 자연스레 기자의 팔짱을 끼고 밝은 목소리로 “잘생겼네”라는 립 서비스를 던짐과 동시에 “처음이야? 괜찮아. 금방 재미있어질 거야”라며 잔뜩 긴장한 기자를 안심시키려 노력했다.
A는 넓게 봐야 5평 남짓한 창문도 없는 원룸에서 살고 있었다. 그곳은 A의 집이자 일터였다. 분홍색 침대보의 한 가운데에 성인 남자 한 명 정도 누울 만한 크기의 회색빛 시트 하나가 말끔히 펴져 있었다. 침대에 나란히 앉았다. 그러고선 다정하게 기자에게 몇 마디 말을 건네더니 자신의 팬티 쪽으로 기자의 손을 가져갔다. 분홍색 팬티 안에 뭔가 뭉툭한 게 느껴졌다. 그제서야 A가 완전한 여성이 아니었음을 알게 됐다. 완벽히 성전환 수술을 통해 여성의 성기를 가진 트랜스젠더가 된 것이 아닌, 여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가슴 등에서 여성의 2차 성징이 나타나지만 생식기는 남성의 것을 그대로 갖고 있는 소위 ‘쉬메일(She-male)’이었던 것이다.
그녀에게 성을 사기를 원하는 남성들의 선택지는 ‘애널 섹스(anal sex·항문 섹스)’ 한 가지뿐이었던 셈이다. ‘수술을 다 한 줄 알고 왔다’는 기자의 말에 “트랜스 애들은 이거 안 할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성매매에 나서는 트랜스젠더들은 거의 모두 ‘쉬메일’이라는 것이 A의 설명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전날 밤 사이트에서 봤던 이들 거의 대부분은 자신의 정체성을 ‘쉬메일’로 소개하고 있었다.
잠시 아쉬운 표정을 짓던 A는 기자의 오른쪽 팔을 베개 삼아 기자의 옆에 나란히 누워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무슨 얘기할까?”라며 대화의 시작을 알렸다.
A는 하루에 최소 4명의 손님을 받는다고 했다. A가 받는 화대가 1회에 15만 원이니 A는 하루에 최소 60만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전날 밤 사이트에서 본 다른 쉬메일들보다 약간 비용이 더 비쌌음에도 A를 선택한 데는 A의 지극히 여성스러운 외모가 작용했다. 게다가 기자가 A를 만나기 전에 걱정했던 목소리의 문제는 철저한 기우에 불과했다. 예쁜 외모와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를 예상했던 기자는 그녀의 지극히 여성스러운 목소리에 다시 한 번 놀라고 있었던 것이다.
A는 “원래 목소리부터 이렇게 타고 났어. 그래서 내가 인기가 많아”라고 가지런히 박힌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자랑하듯 말했다. A의 입장에서는 자랑할 만한 목소리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A의 성을 사기 위한 예약은 최소 하루 전에 마감이 됐고, A는 일주일에 3일 정도는 쉬었다. 어림잡아도 월수입은 1000만 원을 훌쩍 넘기는 수치다. 손님들이 사용한 수건 등의 빨래를 위해 세탁기를 매일 돌려야 하는 비용과 수고 치고는 굉장한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면 그녀는 이처럼 큰돈을 어디에 쓸까. A는 “쌍꺼풀 수술 말고는 수술 안 했어. 조만간 가슴 수술부터 할 생각이야. 돈은 빚도 갚고 수술하는 데 쓰려고 해. 이 일을 시작한 지 4년 됐는데 앞으로 딱 3년만 더 하려고”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스와핑 현장 가보니… ‘동물의 왕국’이 따로없네 별천지였다. 스와핑(Swaping) 관전 체험기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별천지’라는 단어만큼 적확한 단어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스와핑 관전 클럽 입장을 위해 우선 인터넷 카페 가입이 필요했다. 가입한 아이디를 통해 클럽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간단한 룰과 가격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예약을 마쳤다. 영화 <두 여자> 스틸컷. 트랜스젠더 성매매 체험과 마찬가지로 왠지 모를 긴장감을 느끼면서 지난 17일 오후 11시께 경기도 모처의 스와핑 클럽을 찾았다. 조명이 그다지 밝지 않은 지하에 자리 잡은 스와핑 클럽 B는 무채색의 철제문으로 굳게 닫혀 있었다. 초인종을 누르고 아이디를 대고 나서야 문이 열렸다. 나이트클럽을 연상할 정도의 어두운 조명 아래 기다란 복도에는 바퀴 달린 이동식 옷걸이가 있었고 그 아래에는 플라스틱 네모난 바구니가 몇 개 놓여 있었다. 옷걸이에는 교복, 간호사복, 세일러문복 등 갖가지 화려한 코스튬 의상들이 걸려 있었고, 아래 플라스틱 바구니에는 다양한 모양의 남성 T팬티가 놓여 있었다. 안내를 받고 복도 입구의 바 테이블을 앞에 두고 사장과 마주보고 앉았다. 사장에 따르면 이곳에는 세 종류의 손님들이 온다. 호기심에 관전을 원해 오는 사람, 자신의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섹스하는 것을 보며 흥분을 느끼는 네토 성향의 사람, 말 그대로 배우자 교환 섹스인 스와핑을 즐기러 오는 사람 세 종류였다. 클럽 안에는 25명가량의 손님들이 있었다. 자유롭게 커플끼리 술을 마시거나 얘기를 하거나 침대식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간단한 포옹 정도를 하고 있었다. 솔로는 기자를 포함 남자 셋, 여자 하나였다. 솔로의 경우 하루 남자 셋, 여자 셋으로 인원수가 제한돼 있었다. 나머진 커플이었다. 자정이 되자 기자가 앉아 있는 바 테이블에서 뒤쪽 대각선에 위치한 소파식 침대로 한 쌍의 남녀가 올라갔다. 솔로들을 위한 바 테이블에 비스듬히 기대 기자에게 관심을 보이던 여자였다. 두 명의 솔로가 한 쌍의 커플이 돼 섹스를 시작하는 중이었다. 잠시 후 12시 25분께가 되자 중앙 통로에 화려한 사이키조명이 비춰지고 빠른 비트의 음악이 흘러나오며 댄스타임이 시작됐다. 기자가 잠시 화장실에 갔다 온 사이 시작된 댄스타임은 흡사 야생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을 보고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춤이라기보다는 흡사 야수들의 짝짓기 모습을 보고 있는 듯했다. 남자들은 대부분 옷을 완전히 벗은 상태였다. 마구 몸을 흔들며 춤을 추던 한 여자가 분홍색 짧은 원피스를 벗어 던졌다. 그러자 빨간색 팬티 하나만이 그녀의 몸을 지켜주고 있었다. 이에 흥이 오른 발가벗은 한 남성이 그녀의 뒤로 다가가 바싹 자신의 몸을 붙였다. 남자는 여자의 엉덩이에 자신의 성기를 밀착한 채 여자의 가슴을 세게 움켜잡고는 마구 방방 위로 뛰어 오르고 있었다. 이에 질세라 다른 남자도 자신의 여자를 허리 위까지 들어 올려 섹스 하는 모양새를 취하기도 했다.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잠시 후 잔잔한 블루스 음악이 나오고 블루스타임이 됐다. 기자는 다시 기자의 바 테이블 자리로 돌아와 술을 따르고 있었다. 그런데 “영화배우인 줄 알았다. 어느 작품에 나온 누구랑 굉장히 많이 닮았다”며 입장 초부터 기자에게 농을 던지던 여자 C가 기자에게 다가와 블루스를 같이 추자며 손을 끌었다. 중앙 통로로 끌려 나간 기자는 C에 의해 옷이 벗겨져 팬티 하나만 걸친 상태가 되고 말았다. 블루스를 추다가 C가 강하게 키스를 건네 왔다. 기자는 그곳의 프로세스 파악을 위해 갈 데까지 가 보자는 생각을 했다. “너랑 자고 싶다”고 C에게 제안했다. C는 “그건 안 돼. 다음에 올 때 여자 데리고 오면 내가 애인 해 줄게”라고 답했다. C는 사장의 애인이었던 것이다. 기자 같은 솔로가 잠자리를 원할 경우 반드시 상대 배우자에게 허락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 C의 설명이었다. 더욱이 C는 전형적인 마조히스트(masochistㆍ피학적 변태성향자)였다. 중학생 때 첫 번째 남자친구에게 큰 상처를 받아 그 이후로 비정상적인 강한 성적 자극이 아니면 반응을 못하게 됐다는 게 C의 설명이었다. 바늘로 자신의 허벅지나 팔을 찌른 상태에서 섹스를 해야 겨우 성적 반응을 일으킨다고 했다. 바늘이 수십 개 꽂힌 다른 사람의 몸 사진도 직접 보여주며 바로 그런 모습이라고 했다. C는 사장의 노예를 자처했고, 사장은 그녀의 주인이었다. 40대 후반쯤 돼 보이는 사장은 30대 초반의 젊은 C 앞에서 “얘는 내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는 애예요”라고 말했다. 이에 C는 당연하다는 듯 “주인님이 죽으라면 그냥 죽을게요”라고 답했다. 사장은 자신의 부인과 그 가게를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부인 외에도 C를 포함해 4명의 애인이 더 있다는 게 사장의 설명이었다. 집으로 자신의 애인들을 다 데려다 아내와 같이 3~4 대 1의 섹스를 즐긴다고도 했다. 블루스타임이 끝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나둘 자신의 파트너와 섹스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클럽 안에는 중앙 통로의 양쪽 측면에 나란히, 빨간색 실로 된 발이 쳐진, 소파식 침대 10여 개가 놓여 있었고, 중앙 통로에는 여러 명이 동시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선홍색 가죽 재질의 커다란 침대가 놓여 있었다. 바 테이블의 오른편에는 나무 사다리가 하나 있었고 사다리를 따라 올라가면 큰 매트리스 두 개가 놓여 있었다. 그곳은 가게 내부에서 가장 조명이 어두운 곳이었다. 그 곳 아래에는 일반 술집에서 볼 수 있는 술을 마실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음악 소리가 꽤 컸음에도 여성들의 신음소리가 그것을 압도했다. 오전 12시 55분께 맨 처음 섹스에 들어갔던 남녀가 옷을 입고 나왔다. 특히 여자는 환하게 밝은 얼굴로 사장을 비롯해 주위 사람들에게 “1시가 통금이라서…”라며 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그들은 각자 가정이 있는 유부남과 유부녀였다. 오전 2시가 조금 지난 시각 벌거벗은 두 쌍의 남녀가 중앙통로의 가죽 재질 침대로 올라갔다. 스와핑이었다. 서로의 부인과 남편이 손 한 뼘 거리 옆에 나란히 다른 파트너와 섹스를 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은 새로운 파트너와 섹스에 열중했다. 2시 35분께 클럽을 나오려고 할 무렵 두 쌍의 커플이 이층 침대로 새롭게 올라갔다. 그 중 한 커플은 댄스타임 때도 아랑곳없이 꿋꿋이 소파식 침대에서 가벼운 스킨십을 주고받기만 하던 20대 커플이었다. 밖을 나오니 어두운 골목에 가로등 하나가 외롭게 반짝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