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호용 전 국방장관.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하지만 그것도 잠깐. 얼마 지나지 않아 정 전 장관의 소식은 뜸해졌다. 한때 어깨를 나란히 했던 두 전직 대통령이 여전히 뉴스메이커로 남아있는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오랜 세월 동안 조용히 살고 있는 정호용 전 장관의 근황을 추적했다.
정호용 전 장관은 15대 총선에서 낙선한 이후 오랫동안 언론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 전 장관이 ‘잠행’을 시작한 시점은 신한국당에서 국민회의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때와 맞물린다. 당시 5·18 진압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던 시점이기도 하다.
대외적인 활동이 뜸했던 정 전 장관이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2002년 대선 때다. 그는 당시 정 씨 종친회 중앙회 총재직을 맡아 공개적으로 정몽준 후보를 지지했다. 하지만 막판 노무현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지면서 그의 지지는 빛이 바랬다. 지난해 대선 전에는 이건개 전 의원이 창당했던 ‘국민실향안보당’에 참여하기도 했으나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 경기도 과천 청계산 끝자락에 있는 정호용 전 국방장관 저택. 언뜻 봐도 조경이 잘돼 있다. | ||
현재 정 전 장관은 경기도 과천에 있는 청계산의 끝자락에 살고 있다. ‘신정아 파문’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집이 100m 이내에 위치해 있다.
정 전 장관 집 앞뒤에는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으며 전문 조경사에 의해 가꾸어진 것처럼 보이는 나무들이 여럿 보였다. 집 뒤 잔디마당에는 티테이블이 설치되어 있었으며 작은 연못도 보였다.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또 다른 집이 한 채 있는데 이곳은 정 전 장관의 집사 부부가 살고 있는 곳이다.
여러 차례에 걸쳐 정 전 장관의 집을 찾았으나 정 전 장관을 만날 수 없었고 어렵사리 집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집사들은 기자를 보고 “무슨 일로 왔느냐”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이들은 정 전 장관의 근황에 대해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다”며 “특별한 일은 없다”고 했다. 주변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정 전 장관은 정해진 직업은 없으며 가끔 골프를 치러 가거나 역삼동에 위치한 개인 사무실에 나간다고 근황을 전했다.
그렇다면 정호용 전 장관은 현재 무슨 일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 그가 공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직함은 육사발전기금 대표이사와 불암회 회장이다.
▲ 논현동에 있는 정 전 국방장관 부동산. | ||
정 전 장관은 외부에서는 육사발전기금 이사장이란 직함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전기금 이사장 자리는 무급직이다. 주변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정 전 장관은 육사 후배들 양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외부 기금 출연 등에 대해서 상당히 적극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불암회는 88년 정호용 전 장관의 주도로 육사 11기부터 20기까지를 회원으로 한 단체다. 한때 그 위세가 하늘을 찔렀으나 문민정부 들어 전 정권에 대한 사정바람이 불어 2대 회장인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되면서 힘이 빠졌다. 정 전 장관은 불암회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불암회의 사무실은 역삼동에 위치한 정 전 장관의 개인 사무실과 맞붙어있다.
정 전 장관은 논현동 도산대로 근처에 알짜배기 땅과 건물을 가지고 있다. 현재 이 건물에는 해외 유명 자동차업체 전시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가와 건물가 등을 합치면 적어도 100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 주변 부동산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편 정 전 장관은 몇 번에 걸친 인터뷰 요청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