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은 지난 7월 31일 코스닥에 등록돼 있는 A 사의 지분 12.59%를 인수해 대주주에 올라섰다. A 사는 이 회장 인수 이후 6일 연속 상한가를 치며 주가가 폭등했다. 이와 관련 증권전문가들 사이에 심상치 않은 이야기들이 나돌았다.
특히 이 회장은 이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주변에 과시하며 투자자들을 모집했다는 첩보까지 청와대 민정실에 날아들면서 청와대에서는 은밀히 내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에서도 증권시장에서의 이 회장 행보에 대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신용정보 회사를 하던 이동연 회장이 처음 언론의 조명을 받은 것은 지난 대선 기간이다. 대선 당시 최대 이슈였던 이른바 BBK 사건의 주역인 김경준의 누나인 에리카 김과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한 사람이 바로 이동연 회장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시 몇몇 언론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95년 에리카 김 자서전 출판회에 참여했던 것은 바로 이동연 회장이 중간에서 다리를 놨기 때문’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물론 실제 이 대통령과 이 회장이 얼마나 가까웠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 언론을 통해 두 사람이 같이 찍은 사진이 몇 번 소개된 적이 있으며 미주 한인 사회에서도 두 사람의 친분이 꽤 깊은 것으로 소문나 있다. 실제로 미국 현지 한인언론 관계자는 “이 회장은 미주 한인들에게 자신과 친한 한국 정치인들이 많다는 얘기를 자주 해왔다”고 전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이 회장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후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가 ‘테라메타’라는 M&A 전문 컨설팅 회사에 대표이사로 취임한 것이다. 공인회계사와 변호사들이 주축인 이 회사는 강남구 모처에 위치해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본인들도 경영에 참여했던 회사다.
이 회장의 국내 사업 참여는 코스닥 상장사 A 사 인수로 본격화됐다. 이 회장이 A 사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것은 지난 7월 11일이다. 당시 A 사는 이동연 회장을 회사의 지배인으로 선임하면서 ‘사업 다각화’를 선임사유로 공시했다.
▲ 1995년 에리카 김의 출판기념회장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이동연 회장. | ||
이후 A 사의 주식은 6일 연속 상종가를 쳤다. 당시 증권시장에서는 A 사 주식이 상한가를 친 것을 놓고 ‘이동연 효과’로 해석하기도 했다. 일부 경제지에서도 A 사의 상한가 소식을 전하며 이 대통령과 에리카 김 그리고 이동연 회장의 관계를 일부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동연 회장의 A 사 주식 매입과 관련해 청와대와 검찰에서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 회장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변 투자자들에게 이 대통령과의 친분 관계를 부각시켰느냐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미주 한인사회에서는 이를 미끼로 투자 권유를 받았다는 사람이 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회장은 A 사 인수 후 상한가를 치던 주가가 하향곡선을 그리자 지난달 11일 ‘대체에너지 사업 개발’을 공시하며 다시 한 번 주가를 띄웠다. 이 대통령은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향후 국가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주창한 바 있다.
물론 이 두 가지 사실을 서로 연관시키는 것은 다소 억지스럽지만 이 회장이 대체에너지 사업 개발을 발표한 시점이 절묘한 것은 사실이다.
▲ 1994년 이동연 회장의 자택에서 함께한 에리카 김, 이명박 대통령, 김윤옥 여사, 에리카 김의 전 남편(왼쪽부터). 사진제공=시사저널 | ||
그렇다면 가능성은 두 가지로 모아진다. 이 회장 뒤에 또 다른 ‘전주’가 있거나 허위공시 가능성이다. 실제 이 회장은 투자금과 관련해 한 지인에게 “한국의 투자자들이 모아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회장의 지분인수에 대해 증권 관계자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 회장이 주당 4000원이 안 되던 주식을 이보다 무려 15배가 넘는 가격인 주당 5만 6000원에 인수한 것은 아무리 주가를 띄운다 해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시장에서 이런 경우는 일반적으로 의심을 받는다”고 말했다. 즉 이 회장이 주당 5만 6000원에 주식을 사들였다고 공시하면 이 회장의 ‘네임 밸류’를 믿고 개미투자자들이 몰려들어 순간적으로 주가가 뜰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실제 주식 거래에서 돈이 오고 갔는지는 더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청와대 민정실에서는 이동연 회장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선 이후 이동연 회장이 국내외에서 어떤 인물들을 만나고 다녔는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실제 이 대통령과의 관계를 부각시켰는지에 대해서 정보력을 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검찰에서도 관련된 정보를 입수하고 이 회장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일요신문>은 이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국제전화를 통해 이 회장과의 인터뷰를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미국 현지에서는 이 회장이 한국으로 들어오려다 구설수에 오르면서 들어오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