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회 세계 마인드 스포츠 대회장. 베이징에서 펼쳐진 이 대회는 중국이 1위, 한국은 3위를 차지했다. | ||
일본과 대만은 하위권으로 밀렸다. 특히 일본은 20위 밖이었다. 충격을 받은 일본은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4년 후를 대비해 체스와 브리지 쪽에 투자할 것이란 얘기도 벌써부터 들린다. 바둑도 심기일전의 계기를 모색하고 있다.
세계는 이렇게 변하고 있다. 우리도 ‘바둑의 체육화’만 붙들고 있을 때가 아니다. ‘바둑의 체육화’ 골자는 바둑도 돈이 좀 되게 하자는 것일 텐데, 그게 좀 이상하다. 바둑은 지금까지는 원래 돈이 잘 안 되는 종목이다. 바둑의 속성상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바둑이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바둑 동네가 그렇게 가난한 것도 아니다. 음악 하는 사람은 다 부잔가? 미술은? 글 쓰는 사람들은? 바둑의 체육화를 주장하는 쪽에서 비교의 대상으로 삼는 골프는 어떤가. 골프 선수라고 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 동호인 숫자와 시장을 볼 때 바둑 인구는 위에 열거한 분야들에 비해 현저히 적다.
바둑은 실기가 따르지 않으면 감상이 안 된다. 슛 골인이나 홈런은 내가 축구나 야구를 잘 알지 못해도 ‘와~’ 하고 함성을 지른다. 음악이나 미술도 마찬가지. 그러나 바둑은 이창호 이세돌이 아무리 천하의 묘수를 두었다 해도 설명을 들어야 알 수 있다. 어느 순간에 모두가 ‘와~’ 할 수가 없다.
바둑은 관련 산업이 없다. 골프는 클럽 한 세트만 해도 얼만가. 골프장 출입에 드는 비용, 의복 같은 것을 갖추는 데도 큰돈이 든다. 바둑은 10만 원 정도 투자해 바둑판 한 세트 구입하면 거의 평생을 쓴다. 기원은 하루 종일 5000원. 인터넷 바둑 사이트는 한 달 내내 1만 원. 그것도 무료 회원이 더 많다. 산업이 없으므로 기업체 광고가 없다.
또 하나. ‘바둑의 체육화’와 맞물려 요즘은 바둑 대회를 속기전으로 만들고 있는 것도 문제다. 바둑TV가 ‘생각의 힘’이라는 아주 멋진 캐치프레이즈를 걸고서 정작 방영의 문제를 들어 바둑대회를 속기전으로 하는 것은 모순이다. 생각은 시간이다. 시간을 들이지 않은 생각에 무슨 힘이 있을까. 바둑은 본질적으로 시간의 게임인 것.
그러니 감내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바둑으로 그나마 생활이 된다면 일단 자족할 일이다. 그래도 바둑계 전체의 발전을 위해 돈을 만들어야 한다면 바둑도 체육이라고 강변하는 것보다는 체육의 마케팅 방식을 바둑에 도입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낫지 않을까. 이른바 ‘스타 마케팅’인데, 그를 위해서는 바둑계 스타들이 자신을 공개해야 한다. 그게 시작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바둑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를 이해시키면서 학교의 교양과목이 되도록 노력하는 일이다. 바둑 혼자는 어렵다. 그래서 체스 브리지 등과 전략적 동맹 관계를 맺으면서 마인드 스포츠의 옷을 입고 학교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게 다 어렵고 힘들다면 지금처럼 유유히 가는 수밖에 없다. 바둑은 사양길이란 말도 그렇다. 바둑이 사양길이라면 그건 오늘날은 정신적 가치를 표방하는 모든 것이 다 사양길이어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