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 진영에서는 문재인 의원을 상대로는 승산이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비해 당 내부 주자들의 연대나 외부의 거물급 인사 영입을 고려하는 등 당권레이스 물밑에서 ‘콜라보레이션’ 시도가 전개되고 있다. 왼쪽부터 박지원 의원, 안철수 의원, 손학규 전 고문, 최장집 교수, 윤여준 전 장관.
정치권에서 말하는 ‘선거의 3요소’는 구도, 조직, 바람(이슈)이다. 승리를 향한 정치판의 모든 전략은 여기서 비롯된다. 바람은 주자들의 ‘자체 동력’을 제외하곤, 사실상 운에 가깝다. 조직 역시 하루아침에 노력한다고 ‘세’를 키울 수는 없는 부분이다. 어쩌면 ‘구도’는 선거의 3요소 가운데 그나마 해볼 만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절대적 주자 1인이 존재한다면 나머지 후보들은 반드시 해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현재 야권의 당권 경쟁 구도에 있어서 최대 관심사는 응당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의 출마 여부다. 친노진영 내부에선 조율을 거쳐 대타로 나설 가능성이 있는 정세균 의원의 경쟁력에 의문부호가 따라 붙으면서 문 의원의 직접 출마 카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차기 대선행과 관련해 경우에 따라 당규 개정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큰 위험 부담이 있지만, 어찌됐건 차기 총선 공천권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문 의원의 출마 여부에 좀 더 관심이 있는 쪽은 오히려 친노진영 내부보단 반대쪽, 비노진영이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문 의원의 출마는 곧 비노진영 후보에게 있어서 최악의 구도라 할 수 있다. 정계 내부에선 특별한 ‘바람’만 없다면, 구도와 조직 등 모든 면에서 문 의원이 앞선다는 평가다.
현재 문재인 의원을 제외하고 출마가능성이 있는 당권주자는 박지원, 김부겸, 추미애, 정세균, 이인영, 박주선, 조경태 의원 등이다. 여기에 최근엔 문 의원의 현실적 대항마로서 안철수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현재의 구도를 놓고 본다면, 월등한 후보 한 명에 중소 후보군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머지 당권 주자들이 문 의원에 대항할 수 있는 방도는 난립의 구도를 최소화하거나 파동이 일 수 있는 수준의 거물급 외부인사에 도움을 청하는 정도다. <일요신문>과 만난 한 비노진영 주자 측근은 뜻밖의 계획을 꺼냈다.
“문 의원이 당권에 출마한다면, 현재로선 쉽지 않다. 우리를 포함해 이는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결국 특단의 조치를 꺼내들 수밖에 없다. 다른 주자와 깜짝 연대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로선 아직 시기상조지만, 마음과 뜻만 통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 이와 함께 원외 거물급 인사 몇몇과도 접촉을 타진하고 있다. 즉 이제부터 경쟁은 어느 누가 당 내외에서 대중들로 하여금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의 조합을 이룩해 내보이느냐다. 누구나 예상 가능한 수준의 조합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손쉽게 점칠 수 있는 진영 내 조합은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설명이다. 결국 기존 진영을 넘어서는 수준의 색다른 조합, 혹은 연대여야만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비노진영 주자도 입장은 비슷했다. 다만 앞서의 주자가 적극적인 입장이라면 이 주자는 외부로부터의 간접적인 제안을 두고 저울질을 하는 눈치였다. 해당 주자 측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현재 비노진영은 물론 일부 친노진영 측으로부터도 협조에 대한 제안이 온 것이 사실이다. 다만 우리로서는 이러한 조합 자체가 야합 혹은 또 다른 진영 논리의 싸움으로 비칠까 염려스럽다. 아직까지는 조심스럽게 관망하는 수준이다.”
물론 주자 간 조합을 진행함에 있어 어느 누구 하나 손해를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중음악에서도 두 명이 가수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기 전 꼭 하는 일이 있다. 서로에게 맞는 음역대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철저하게 조율해야 하며 레코딩에 앞서서도 서로간 알맞은 음량 조절이 필수다. 앞서의 당권주자 측근은 이렇게 설명했다.
“아직 당 대회 룰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만에 하나 양 주자 간 조합이 이뤄진다면 사실상 ‘러닝메이트제’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즉 ‘당 대표와 최고위원’의 조합 혹은 당·대권을 동시 염두에 두고 있다면 사전 협의에 따른 ‘당-대권 러닝메이트’ 형태가 될 수 있다. 가능성은 여러 가지다.”
당 내부 주자들 간 조합만큼이나 외부의 거물급 인사 섭외도 하나의 축이다. 역시 이러한 외부 인물 중 가장 먼저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단연 손학규 전 고문이다.
최근 정동영 고문을 비롯해 벌써부터 공식·비공식적으로 몇몇 당권 주자들이 손 전 고문이 기거 중인 전남 강진 백련사를 찾았다는 후문이다. 여전히 조직과 대중적 인지도를 겸비한 손 전 고문과의 접촉 시도는 당권주자로서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이밖에도 당권 주자들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조국 서울대 교수 등 파급력이 보장된 외부 인사 영입을 타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당권 경쟁에 있어서 이러한 주자 간, 혹은 외부 인사와의 활발한 콜라보레이션 시도는 앞으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변수로 여겨진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야권 당권주자 적합도 여론조사 문재인 ‘내가 제일 잘나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는 지난 10월 16, 17일 양일간 전국 비새누리당 지지자 965명(유효표본)을 대상으로 야당 당권주자 적합도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방식은 ARS를 이용했으며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서 최대허용오차 ±3.2%포인트 수준이다. 표본추출은 성·연령·지역 할당했다. 당권 적합도 조사에서 1위는 단연 문재인 의원이었다. 비노진영 주자들이 염려했던 바를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응답자의 31.5%가 문 의원을 꼽았다. 2위는 18.5%의 응답자로부터 선택을 받은 안철수 의원이었으며 3위는 12.4%의 지지도를 기록한 김부겸 전 의원의 몫이었다. 그 뒤를 박지원(10.5%), 정동영(4.4%), 추미애(3.2%), 정세균(3.2%), 박주선(2.5%), 이인영(0.6%) 등이 이었다. ‘잘 모르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12.9%였다.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안철수 의원이 당권에 불출마할 경우에는 김부겸 전 의원이 응답자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앞서의 두 주자(문재인 안철수)를 제외하고 실시한 당권 주자 적합도 조사에선 김 전 의원이 응답자의 18.6%로부터 지지를 받았으며 14.9%의 응답자로부터 선택을 받은 박지원 의원을 근소하게 따돌렸다. 그 뒤를 정동영 고문(13.9%), 박주선(8.0%), 전세균(7.1%), 추미애(5.5%), 이인영(3.7%) 의원 등이 이었다. 다만 ‘잘 모르겠다’고 답한 부동층이 28.3%나 되고 문재인 안철수 지지자들이 누구를 지지할지가 큰 변수로 남는다. 한편 이번에 동시에 진행한 야권 대권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32.0%의 응답자로부터 지지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28.7%의 지지도를 기록한 문재인 의원이었으며, 안철수 의원은 13.1%의 응답자로부터 선택을 받아 3위에 그쳤다.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