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우 전 산업은행 부총재가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 됐다. 이 전 부총재는 한때 산업은행 총재 유력 후보로 거론된 바있다. 연합뉴스 | ||
<일요신문> 취재결과 이 전 부총재(현 대우증권 이사회 의장)는 지난 9월 24일 ‘뇌물수수’ 혐의로 부산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에 불구속 기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동양메이저의 불법 M&A와 관련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 전 부총재와 관련된 진술을 확보하고 내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전 부총재가 받고 있는 혐의는 산업은행 부총재로 재직하던 시절에 동양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동양메이저의 간부급 인사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 측의 한 관계자는 “이 전 부총재가 지난 2005년 5월경 동양메이저의 한 인사로부터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미화 1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1020만 원)를 ‘뇌물’로 받은 혐의를 잡아 지난 9월 초부터 검찰의 내사를 받았고 그 결과 혐의가 상당부분 인정돼 결국 지난 9월 24일 불구속 기소됐다”고 전했다.
이 전 부총재의 뇌물수수 혐의는 검찰이 동양메이저의 한일합섬 불법 M&A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동양그룹이 2006년 말 동양메이저를 통해 법정관리 중인 한일합섬과 M&A를 하면서 한일합섬 주주들에게 1800억 원에 이르는 손해를 입힌 혐의를 포착하고 이에 대한 조사를 벌여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 조사 과정에서 뜻밖에도 이 전 부총재가 동양메이저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가 포착된 것.
지난 4월부터 동양메이저의 한일합섬 불법 M&A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은 지난 7월 추연우 동양메이저 대표이사를 배임 혐의로 구속한 데 이어 지난달 3일엔 동양그룹 현재현 대표이사를 소환, 공모 여부를 추궁했고 결국 현 회장도 불구속 입건했다. 현재 이 사건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이 전 부총재가 어떤 편의를 봐주고 돈을 받았던 것일까. 검찰은 산업은행이 동양메이저의 전환사채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과정에서 이 전 부총재가 모종의 역할을 한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우선 이 전 부총재가 동양메이저로부터 뇌물을 받은 시점으로 알려진 지난 2005년 동양메이저의 상황을 살펴보자. 당시 동양메이저는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있었다. 그해 11월까지만 하더라도 동양메이저의 부채 비율은 무려 1430%에 달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도산 안한 게 용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며 “회사의 경영실적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이 정도 부채비율은 살아남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거의 ‘회생불능’에 가까웠다는 것.
물론 이 과정에서 동양메이저가 보유하고 있던 동양종금증권 주식을 전량 매각한 것도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긴 했지만 산업은행의 전환사채 인수가 당시 동양메이저의 재무구조 개선에 결정적인 힘이 됐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동양메이저 측에서 산업은행이 전환사채를 인수케하기 위해 이 전 부총재에게 금품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즉 이 전 부총재가 금품을 받고 산업은행이 동양메이저의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데 입김을 넣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재계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산업은행 내부에는 부실기업 회생을 위해 전환사채 인수를 심의하는 심사위원회가 따로 마련돼 있긴 하지만 독립적인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심사 과정에서 총재나 부총재 등이 입김을 넣는다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이는 결국 동양메이저의 전환사채 인수 심사도 누군가의 영향력에 의해 좌우될 수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주목할 부분은 나종규 전 산업은행 이사도 ‘뇌물수수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는 점이다. 이 전 부총재가 재직하던 시절 산업은행 이사를 지냈던 나 전 이사 역시 당시 동양메이저 측으로부터 3000만 원에 달하는 상품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부총재와 나 전 이사에게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도 동일인물이다. 당시 동양메이저 재무본부장이었던 L 씨로, L 씨는 현재 동양메이저의 대표이사(대표이사 5명 중 한 명)다. L 씨 역시 이 전 부총재와 나 전 이사에게 뇌물을 수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기자는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이 전 부총재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수차례에 걸쳐 이 전 부총재와 통화를 시도하고 비서실을 통해 메모를 남겼지만 이 전 부총재는 끝까지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이는 L 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