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이 찾은 22일 롯데월드몰은 인테리어 공사로 분주한 점포가 많았다. 인테리어 공사가 끝나지 않아 롯데월드몰 개장에 맞춰 영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매장도 적지 않아 보였다. 롯데월드몰 1층 한 제과점에 들렀다. 제과점 안은 내부 인테리어 공사와 영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한 쪽에서는 인테리어 공사로 분진이 날렸고, 한 쪽에서는 구운 빵을 가려 놓고 오는 손님에게 잠시 보여줬다 덮는 식이었다.
빵을 산 뒤 상급자로 보이는 직원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임대료가 얼마냐는 질문에 “저는 사장이 아니라서 확실히는 모르겠다”고 선을 그은 점원은 “임대료 없이 매출의 일정부분을 롯데에 떼어주는 방식이다. 수수료가 매장마다 다르지만 알고 있기로는 매출의 20~30%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테리어 공사와 영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원래 오늘 끝나기로 예정된 인테리어 공사가 오래 걸려 약속한 오픈 날짜를 지키기 위해 영업하고 있다”고 답했다.
롯데월드몰 안으로 들어가 주위를 둘러보니 개장 초기이기 때문인지 과도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롯데 안내요원과 경비요원들이 배치돼 있었다. 가운데 위치한 에스컬레이터는 두 종류로 한 층씩 오르는 것과 1층에서 3층, 3층에서 5층으로 두 층씩 오르는 것이 있었다. 두 층을 한 번에 오르는 에스컬레이터를 타자 ‘미디어 샹들리에’가 눈에 들어온다.
5층으로 가자 식당가와 영화관이 눈에 띄었다. 식당가도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었다.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식당들은 입간판에 오픈 예정일로 23일이나 24일을 내걸고 있어 24일부터는 대부분의 점포가 이용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식당가를 찾은 서 아무개 씨는 “5층 식당가의 서울3080(30년대 경성부터 80년대까지의 서울을 콘셉트로 한 롯데월드몰 식당가)을 이해하기 힘들다. 솔직히 유치해 보인다”고 평했다.
식당을 지나 영화관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세계 최대 스크린과 21개 상영관으로 ‘아시아 최고’를 표방한 극장답게 거대한 규모였다. 하지만 기자가 찾은 날 극장 쪽은 사람이 거의 없어 한적했다. 널찍한 공간의 매표소와 매점에는 10명 안팎의 사람이 앉아 있거나 둘러보고 있었다. 자동발권기를 통해 예매현황을 보니 상영이 2시간도 남지 않은 영화 중 단 한 자리도 팔리지 않은 영화가 있을 정도였다. 매표소 직원은 “아직 개장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홍보가 부족한지 최근에는 한가한 편”이라며 “지금은 21개 상영관 중 1관에서 7관까지를 제외한 8관에서 21관까지를 운영 중이다”고 말했다.
롯데월드몰 영화관이 한산한 까닭이 홍보 부족 때문이 아니라 주차 문제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한 40대 방문객은 “(롯데월드몰 내) 영화관이 텅텅 빌 수밖에 없다. 나야 이 근처 사니까 오지, 솔직히 누가 그 주차료 내고 주차하고 영화를 보겠느냐”며 “더군다나 물건을 사거나 영화를 봐도 주차증 혜택도 없는데 멀리서 차 끌고 영화 볼 손님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 측은 서울시와의 교통문제 해결 대책의 일환으로 주차장 전면 유료화를 시행하고 있다. 주차비는 10분당 1000원이며, 상품을 구매하거나 영화를 본 고객에게도 할인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또한 주차비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 고객이라도 롯데월드몰 지하주차장에 주차하기 위해서는 하루 전에 인터넷을 통해 예약을 해야 한다. 고객이 주차한 시간이 3시간이 넘어가면 주차료는 50% 할증이 붙어 부과된다.
이러한 불편함에도 롯데월드몰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송파구 주민인 김 아무개 씨는 “솔직히 타지역은 몰라도 송파 근처 주민들은 다 롯데월드몰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전에는 영화 한 편 보고 싶어도 롯데월드에 있던 영화관은 작고 낡아 한강 건너 테크노마트나 장지역 가든파이브까지 가야했다. 롯데월드몰은 영화관, 쇼핑몰, 마트 다 있어 (인근 주민들은) 갈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롯데월드몰을 빠져나와 인근 부동산으로 향했다. 제2롯데월드 때문에 잠실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롯데월드몰 인근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집값이란 게 하루아침에 변하겠어요?”라고 반문하며 “매매량 변화도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이제 막 개장했으니 좀 지나봐야 알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롯데월드몰이 개장하면 ‘대란’, ‘헬게이트(지옥문)가 열린다’던 제2롯데월드 앞 송파구청사거리와 올림픽로는 겉으로 보기에 큰 혼란은 없었다. 롯데월드몰 개장 때문인지 도로에 교통경찰들이 배치돼 있었고, 롯데월드몰 건물 밖에는 롯데 소속 안내 요원들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20년간 송파구에 거주했다는 한 주민은 “롯데월드몰 건설 탓에 도로 위는 버스 노선 공사 때문에 막고 롯데 공사 차량까지 늘어나 버스를 타고 10분 걸리던 출근길이 20분이 걸린다”고 불만을 표했다. 반면 송파구 회사까지 승용차로 출퇴근한다는 직장인은 “교통대란을 걱정했는데 의외로 신호 한 번 더 기다리는 정도”라고 말했다.
송파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롯데월드몰 개장을 앞두고 날마다 교통 대란 걱정으로 회의를 했는데 현재까지는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은 것 같다. 롯데 측이 대응을 잘하고 있는 것 같다”며 “도곡동 타워팰리스도 처음에는 교통대란이다, 꽉 막힌다고 걱정했지만 지금 그런 이야기는 거의 없다. 교통도 생물 같아서 알아서 잘 적응하고 변화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롯데월드몰에서 2~3분 걸어가자 석촌호수가 나왔다. 석촌호수 위에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러버덕’이 띄워져 있었다. 러버덕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 좋은 ‘명당’에는 사진 찍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정작 잠실역 근처 주민들은 러버덕 열풍에 심드렁한 반응이었다. 석촌호수 주위를 뛰며 운동하던 안 아무개 씨는 “저 오리는 30초 보면 끝이다”며 “언제는 싱크홀이니 물 수위가 줄어드니 송파구를 욕하기 바빴던 사람들은 어디가고 저 오리 하나 보겠다고 몰려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혀를 찼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