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오픈 이후로 그룹 측이 다시 기부를 줄이고 신동빈 회장(왼쪽)도 다시 은둔 경영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2014년 대기업집단 자료를 보면 롯데그룹은 자산 91조 7000억 원에 계열사 74개로 재계 5위(공기업 제외)에 올라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자산은 4조 2000억 원 늘어난 반면 계열사 수는 3개 줄었다. 재계에서는 롯데가 자산 100조 원을 넘기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롯데보다 한 단계 위인 재계 4위 LG의 자산은 102조 원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2007년 롯데의 자산은 40조 원이었으며 계열사 수는 44개였다. 불과 7년 만에 자산이 두 배 이상 늘었고 계열사는 30개나 증가했다. 자산과 계열사가 늘어난 만큼 매출액도 증가했다. 2007년 그룹 전체 매출액이 28조 8000억 원이었던 롯데는 2014년에는 거의 3배 가까운 64조 8000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지금까지는 삼성, 현대차, SK, LG를 ‘4대그룹’으로 묶어 얘기해왔지만 롯데의 자산이 100조 원이 넘는다면 롯데를 포함해 ‘5대그룹’이 될 날도 머지않았다. 하지만 과연 롯데가 위의 기업들과 함께 5대그룹으로 통칭될지는 의문이다. 재계 인사 중에는 롯데가 상위권 대기업집단에 걸맞지 않다는 평가를 하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4대그룹과 바로 밑인 롯데를 구분하는 이유는 단순히 자산 차이 때문만이 아니다. 재계 고위 인사는 “거대기업에 걸맞은 위상을 보이느냐, 그렇지 않느냐도 중요하다”며 “기부나 사회공헌활동, 직원 처우와 복지, 직원들이 가지는 자긍심, 총수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 등에서도 롯데는 4대그룹과 차이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계에서 롯데는 ‘짠돌이’로 유명하다. 직원 연봉도 경쟁사에 비해 적은 것은 물론 혹사시키는 것으로 소문 나 있다. 특히 유통부문이 심해서 롯데 내부에서 제기되는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에 비해 임원 연봉은 높아 직원과 임원의 평균 연봉 차이가 가장 많이 나는 기업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롯데는 4대그룹에 비해 기부금 액수와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이 떨어지며 사회공헌활동 역시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사회적 역할과 영향력에서도 4대그룹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신동빈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에 나서고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은둔 경영’ 이미지에서 탈피했던 것. 신 회장은 심지어(?) 2010~2012년 2년간 한국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기획된 ‘한국 방문의 해’ 위원장직을 맡기도 했다.
지난 9월 제2롯데월드 프리오픈행사 때 공개된 내부 모습과 최근 석촌호수에 띄워져 화제를 모으고 있는 ‘러버덕’.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는 기부금도 늘어났다. 롯데그룹 각 계열사들이 대부분 재무제표에 기부금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그룹 전체 기부금 내역을 정확히 알기는 힘들다. 다만 금융감독원, 전경련, 국세청 등 금융당국과 재계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칠성 등 롯데그룹 17개 주력 계열사들의 기부금 내역을 추산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과 2007년,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만 해도 롯데 주력 계열사들의 기부금 총합은 200억 원 수준이었다. 2010년에는 417억 원으로 기부금이 400억 원을 넘었으며 2011년에는 474억 원, 2012년에는 무려 509억 원에 달했다. 물론 한 해 수천억 원대의 기부금을 내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 현대차, SK 등에 비하면 재계 5위에 걸맞지 않은 것 사실이다. 하지만 짠돌이 경영을 해왔던 롯데를 생각하면 눈에 띄는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같은 점이 제2롯데월드 사업의 본격적인 추진 시기와 맞물리면서 의혹이 증폭되기도 했다. 1995년 설계안 제출 후 성남 서울공항 군용기들의 이착륙에 문제가 있다는 반대에 막혀 건축 허가를 받지 못했던 제2롯데월드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비로소 최종 건축 허가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롯데의 기부금이 급증한 해다. 이후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롯데의 기부금은 계속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롯데그룹의 주력 3사인 롯데물산, 롯데호텔, 롯데쇼핑이 2011년과 2012년 각각 100억 원씩 모두 200억 원을 송파구에 기부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사회공헌 차원에서 한 일이라는 그룹 측 해명이 있었지만 제2롯데월드 허가·공사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제2롯데월드와 관련해 롯데는 기부채납도 여럿 예고돼 있다. 제2롯데월드 허가를 이끌어낸 요인 중 하나인 성남공항 활주로 3도 변경 공사와 공사비, 각종 안전관리 시설을 이미 기부채납하기로 했으며 제2롯데월드 때문에 발생하는 잠실역 부근 교통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올림픽대로 하부 미연결구간 도로공사를 책임지고 준공하는 것은 물론 준공 후 이를 서울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이 공사에 들어가는 사업비는 공사비 1108억 원을 포함해 모두 116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제2롯데월드 허가·공사 후 롯데가 예전으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일부 지적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롯데의 기부금이 확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롯데 기부금은 300억 원대로 알려졌다. 2009년부터 매년 늘어나 2012년 500억 원을 돌파했지만 다시 300억 원대로 되돌아갔다는 것. 신동빈 회장은 한국 방문의 해 위원장 역임 이후 또 다시 ‘은둔의 경영자’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 대기업 관계자는 “아직 완공한 것도 아니고 완전히 개장하지도 못했는데 그렇게 티 나게 태도를 바꾸기야 하겠느냐”며 “올해 기부 내역이 공개되는 내년에 가봐야 더 정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2롯데월드 롯데타워는 2016년 완공 예정이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