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 아래 펼쳐지는 바둑판을 바라보면서, 좀 편안한 기분으로, 널리 알려진 묘수풀이 하나를 소개한다.
<1도>가 문제다. 귀에서 흑백이 얽혀 있다. ‘자체 해결’을 원칙으로 흑이 먼저 두어 어떻게 되느냐가 문제다. ‘자체 해결’이라는 게 함정인데 아무튼 흑으로서는 무조건 일단?
<2도> 흑1로 먹여치는 수밖에 없다. 백이 여길 두면 그냥 살아 버리니까. 그런데 백2면? 이건 흑이 먼저 두었어도 유가무가로 흑이 잡히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우습게도 흑선 흑사? 성급한 결론은 이르다.
<3도> 흑1로 자살골을 넣는 수가 있다. 이게 첫 번째 함정. 백은 2로 따내는 한 수밖에 없는데 계속해서~
<4도> 흑1로 다시 여길 먹여치는 수가 있다. 역시 백은 2로 따낼 수밖에 없고, 그러면?
<5도> 흑1로 따낸다. 그래서 패? 그러나 자체 해결 원칙에 따라 백은 팻감이 없으니 백이 잡히는 것. 그런데 그게 끝인가? 아니다. <2도> 흑1 때로 돌아가보자.
<6도> 백2로 여길 먼저 하나 끼워 흑3과 교환하는 수순이 있다. 다음 백4와 흑5는 앞에서와 똑같고, 백6으로 흑▲ 자리에 따내고, 흑7로 5 자리에 먹여치고, 백8로 흑▲ 자리 따내는 것까지도 같은데….
<7도> 흑1 때 백2가 팻감인 것. 흑3이면 백4로 쫔에 되따내는데 이번에는 흑이 팻감이 없다. 그렇다면 도로 흑선흑사? 이것이 최종 결론? 물론 아니다.
<8도> 백1 때 이걸 받지 않고 2로 따내고 백3 따낼 수밖에 없을 때 흑4로 계속 따내는 것. 이번에는 백도 팻감이 없으므로 흑이 쫔자리에 이어 결론은 각생인 것.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