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의 싱크탱크였던 국가전략연구소의 공금 횡령 혐의로 고소 당한 박상천 의원 측이 무고죄로 맞대응할 뜻을 내비쳤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M 전 소장에 따르면 박 의원 측이 횡령했다는 금액은 약 1억 300만 원가량. M 전 소장은 박 의원뿐 아니라 후임 연구소장인 H 교수와 당시 연구소 회계담당자이자 현 민주당의 모 시도당 사무처장인 K 씨, 중앙선관위 직원 2명 등을 횡령 및 강제집행 면탈, 횡령방조 등으로 고소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적반하장’이라며 상황에 따라서는 무고죄로 맞대응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2006년 9월부터 구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국가전략연구소장을 맡았던 M 전 소장은 최근 박상천 의원을 비롯한 6명을 업무상 횡령 및 강제집행 면탈, 배임 등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M 전 소장이 박상천 의원을 고소하게 된 시발점은 지난해 민주당 대표가 교체되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M 전 소장은 한화갑 전 의원이 민주당 대표로 있던 지난 2006년 9월 당의 싱크탱크인 ‘국가전략연구소’의 소장으로 임명됐다. M 전 소장은 <조선일보>를 거쳐 <동아일보>에서 근무했던 기자 출신으로 목포대학교에서 오랫동안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역임하다 장상 민주당 대표의 고문을 지내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은 ‘열린우리당’과 갈라진 이후 군소 정당의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한화갑 전 대표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고 대표직을 물러난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후임 대표가 된 박상천 의원이 2007년 6월 12일 M 소장을 해임하고 동국대 교수인 H 씨를 새로운 소장으로 임명했다.
이에 대해 M 전 소장은 국가전략연구소는 재단법인인 만큼 정관에 따라 해임절차가 이뤄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어기고 멋대로 자신을 해임했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4월 남부지방법원에서 승소판결을 이끌어냈다.
M 전 소장은 “법무부 장관 출신인 박 전 의원이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정치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박 의원을 비판했다.
당시 법원은 해임이 부당하다는 판결뿐만 아니라 해임 기간 동안 지급되지 않았던 M 전 소장의 급여와 소송 비용 일체 등 모두 5700만 원을 연구소에서 지급하라는 판결도 함께 내렸다.
이후 M 전 소장은 두 차례에 걸친 압류추심을 통해 4700만 원가량을 연구소 측으로부터 받아냈다. 하지만 지난달 초 3차 추심 때는 돈을 받지 못했다.
연구소가 지난 8월 청산됐으며 현재는 민주당 정책 연구원이 싱크탱크의 명맥을 잇고 있어 돈을 받아야 할 대상이 없어졌다는 것이 이유다.
그는 연구소는 정당법에 의해 당과 별도로 운영되는 독립 재단법인이기 때문에 설립 당시 당에서 기본 재산을 의무적으로 출연하도록 돼있다고 주장했다. 이 법에 따라 연구소는 2004년 9월 설립 당시 1억 5000만 원의 재산을 출연해 농협 지점에 예치해뒀다는 것.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 재산은 어떠한 경우에도 손을 댈 수 없으며 연구소 해산시 국고에 귀속시키거나 유사 기관에 기증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M 전 소장은 따라서 1억 5000만 원 중 자신이 법원의 결정에 따라 추심한 금액 47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 1억 300만 원은 고스란히 통장에 있어야 하지만 추심을 위해 농협에 문의한 결과 단 한 푼도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박상천 당시 대표를 비롯한 신임연구소장, 회계담당자 등이 공모해 돈을 임의로 횡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M 전 소장은 박상천 당시 대표가 당 대표가 바뀌면 당내 당직자들도 교체돼야 한다는 정치적 판단을 법인 정관보다 우선시해 현재의 상황이 만들어진 만큼 박상천 의원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박 의원 측에서는 일단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박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의원님은 이런 자세한 내용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며 당시 회계 책임자가 잘 알고 있다”며 박 의원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회계 책임자였던 K 처장은 “농협 계좌에 돈이 한 푼도 남아있지 않은 것은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법인계좌를 바꿨기 때문이며 이 돈은 연구소를 청산할 때 연구원들의 밀린 월급을 주는 데 사용하는 등 청산작업에 따른 비용으로 들어갔다”며 “모두 선관위의 허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M 전 소장이 자신을 비롯해 당시 연구소 사람들을 고소한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격분했다. 이 관계자는 M 전 소장을 ‘무고죄’로 맞대응할 입장을 내비쳤다.
후임 연구소장으로 임명됐던 H 교수 역시 “선관위의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됐으며 다 끝난 일인데 무슨 욕심이 있어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치자금 등을 관리하는 선관위 관계자는 “청산 절차를 밟을 때 예치금의 사용 용도를 허가하는 것은 선관위의 몫이지만 계좌를 변경하거나 허가 이후의 사용 등은 각 법인이 정관에 따라 해야 하는 것”이라며 “선관위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M 전 소장은 “회계 책임자가 40여 명에 달하는 연구원의 월급을 주는 데 돈을 사용했다고 주장하지만 당시 연구소에서 일하는 연구원은 7명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모두 당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고 반박했다. 또한 “법원으로부터 추심 명령이 내려진 돈을 임의로 다른 계좌로 옮긴 것 역시 강제집행 면탈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이 정밀하게 수사하면 구체적인 사용내역이 드러나겠지만 누군가가 개인적으로 사용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M 전 소장의 주장대로 실제 1억 원이 넘는 금액을 박 의원 등이 횡령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이번 사건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민주당이 정치적인 공세를 당할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