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은 지난달 31일 기술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현대제철 당진공장 내 두 간부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당진공장 전경. | ||
포스코와 관련된 기업기밀 유출 사건은 이번이 두 번째. 포스코를 퇴사한 직원 두 명이 지난해 10월 중국으로 기밀정보를 유출해 거액을 챙긴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당시는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 간에 일어난 정보 유출이라 관련자들을 구속하는 선에서 끝날 수밖에 없었지만 이번 사건은 국내 기업끼리 얽힌 것이라 만약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 파장은 생각보다 커질 전망이다. 경찰도 이 점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고 있다.
경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이라 현대제철에서도 적잖이 당황한 눈치다. 현대제철 측은 “그럴리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경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0월 31일 경북지방경찰청 보안3계는 현대제철 당진공장 내 두 간부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 측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5년 8월 포스코를 퇴사하고 현대제철로 옮겨온 간부 두 명이 포스코의 기밀정보를 현대제철 측에 넘겨줬다는 의혹이 있어서 압수수색을 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 8월 초 자체 첩보 수집에 의해 내사를 시작했고 이번 압수수색을 계기로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은 현대제철에 근무하고 있는 부장급 인사 두 명의 사무실과 집에서 동시에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8시경 시작돼 1시간가량 진행됐는데 경찰은 이들의 집과 사무실에 있던 개인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경찰은 “10월 초 이들의 이메일 계정에 대한 수색을 벌인 결과 개인 컴퓨터를 수색할 필요성을 느꼈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포스코의 기밀정보를 현대제철 쪽에 넘겨준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현대제철 측은 갑작스런 수사에 당혹스런 모습으로 “굳이 기밀을 유출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경찰은 현재 수사 상황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사건 담당 형사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것은 알려줄 수 없다”며 이들 두 간부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났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하지만 이메일 계정을 수색한 후에 모종의 정황을 포착하고 압수수색을 한 상황이라 이번 사건은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의혹을 받고 있는 현대제철 두 간부는 이 아무개 부장(41)과 이 아무개 차장(42)이다.
이 부장은 이 차장과 비슷한 시기에 포스코에서 퇴사했다. 이 부장과 이 차장은 서로의 관계에 대해 “같은 직장에서 일하다 옮겨온 만큼 잘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5년 7월 말까지 포스코 제강연구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했던 이 부장은 같은 해 8월 현대제철로 현재의 직책을 맡으며 자리를 옮겼다. 현재 이 부장은 경찰로부터 저탄소강 성분자료 등 포스코의 기밀자료를 현대제철로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현재 현대제철 두 간부만을 조사하고 있지만 포스코의 기밀정보가 현대제철 측으로 넘어갔다는 의혹이 사건의 핵심이기 때문에 수사결과에 따라 그 여파가 더 커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편 현대제철 측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우선 수사결과를 지켜보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대제철 측 관계자는 “지난 12월경 포스코 측에서 직접 고발했던 두 명의 임직원도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이번 건도 아직까지 구체적 혐의가 나온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현대제철 측에서는 압수수색을 받은 두 간부에 대해서도 아직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두 간부는 현재 자리를 지키며 평소처럼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제철 홍보실 측에서는 “포스코에서 두 간부가 온 지 한참이 지났는데 지금 와서 왜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홍보실의 한 간부는 “현대제철은 독일 티센크루프스틸과 협력계약을 체결하고 필요한 기술을 제공받고 있는데 굳이 국내 기술을 빼낼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의혹을 받고 있는 현대제철 측 두 간부 역시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두 간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혀 사실과 다르다. 왜 갑자기 이런 수사가 시작됐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