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300억 원의 투자비가 드는 이 대형사업은 실용성과 수익성 문제를 둘러싸고 여러 과학자들과 이공계 출신 네티즌들의 격렬한 공격을 받고 있다. 핵심은 지하철 내의 공기를 빼내기 위해 환풍기를 달았는데 그 앞에 발전기를 달아 가동해도 환풍기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느냐다. 문제를 제기한 과학자들은 “10kw의 전기를 얻기 위해 발전기를 돌리면 환풍구로 나가는 바람이 그만큼 약해지기 때문에 전력을 더 쓸 수밖에 없다”며 “발전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사업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이 사업이 물리학의 기초인 ‘에너지보존법칙’과 ‘공기역학이론’ 등에 위배된다며 ‘실용화 자체가 불가능한 프로젝트’라는 지적까지 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맡은 아하에너지 측에서는 공지를 통해 “기존 풍력 발전기에 비해 효율이 몇 배나 높은 양방향 역회전 발전기를 개발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상식을 초월한 프로젝트’라는 지적은 좀처럼 가라않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의 지적과 반론이 거세지자 서울메트로 측도 한발 물러섰다. 올해 말까지 을지로3가역 환기구에 발전기를 설치해 시험가동을 한 뒤 내년부터 추가설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
과학적 타당성과 실용성 외에도 사업을 맡은 ‘아하에너지’가 그만한 능력이 있는 회사인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풍력발전기시스템을 주생산품으로 하는 아하에너지는 지금까지는 거의 무명의 기업이다. 2006년 1월 설립됐고 대표이사는 허현강 씨다. 법인등기부 상으로는 이사가 2명, 감사가 1명이다. (사)우주과학정역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기도 한 허 대표는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인물로, 십수 년간 독자적으로 풍력 발전을 연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해에는 ‘아름다운 과학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하에너지는 신개념 풍력발전사업 외에도 신개념 정신기어사업, 신개념 태양광발전사업, 신개념 컴퓨터개발사업 등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아하에너지는 총 임직원이 8명밖에 안되는 영세한 회사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기자는 구체적인 내부 상황에 대해 좀더 자세히 확인하려 했으나 회사 측에서는 구로공구상가 내에 있던 서울연구개발실을 이전했다는 말만 전한 뒤 일체의 답변을 거부했다.
회사 관계자는 “설명해봤자 현 상황에서는 논란만 키울 뿐이다. 전혀 엉뚱한 얘기로 와전되는 것을 보고 당황스러웠다. 지금 상황에서는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올해 말까지만 기다려달라”는 말로 대신했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현재 아하에너지 주식공모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주목을 끈다. 장외주식거래 게시판을 살펴보면 아하에너지는 이번에 서울메트로의 신사업 계획이 발표되기 전부터 장외주식거래자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종목이었다. 실제로 인터넷 곳곳에서 투자 유망한 장외주식이라며 아하에너지의 주식공모 정보가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하에너지를 ‘대박주’로 점찍은 투자자들은 초기 주주가 될 경우 증자시 500원에 참여할 수 있으며 앞으로 유무상 증자로 인해 엄청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주식공모는 “이번 주 내로 마감될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기자는 주식을 공모하는 이들로부터 아하에너지에 대해 좀 더 많은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현재 아하에너지의 자본금은 22억여 원으로 발행주식은 총 440만 주다. 아하에너지 주주인 A 씨는 “아하에너지 주식은 대표이사가 50% 이상을 갖고 있으며 이번에 약 50만 주를 공모하고 있는데 1만~2만 주씩 매수한 주주들이 현재 30~40명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그들은 아하에너지의 비전을 보고 투자한 사람들로 현재 평균 매입단가는 1주당 3000~5000원선”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하에너지가 여러 가지 특허출원을 한 회사라고 해도 ‘미래의 황제주’로 대우받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 회사에 대한 투자는 회사 사정을 깊숙이 알고 있지 못한 일반 투자자들에겐 모험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무명의 풍력발전 회사에서 기상천외한 대형사업의 주체로 떠오른 아하에너지. 과연 이 회사가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는대로 과학적 타당성과 실용성에 문제가 있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지 아니면 이런 우려를 하는 모두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대박’을 터뜨릴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