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점은 이들 중 차 아무개 경사는 직접 K 업소에 지분을 투자했을 뿐만 아니라 업소 여사장과는 내연의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낮에는 경찰로 근무하며 민중의 지팡이 행세를 하고, 밤에는 성매매업소의 동업자로 조력하며 돈을 벌어왔다는 얘기다.
문제는 불법 성매매업소와 경찰의 검은 유착이 강남서 한 군데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취재결과 은평경찰서와 종로경찰서 소속의 경찰 몇 명도 업소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흥업소와 경찰의 검은 유착의 실태를 추적해봤다.
논현동 K 안마시술소 수사와 관련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부분은 차 경사가 실제로 K 안마시술소에 지분을 투자했느냐 여부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경찰이 받을 타격은 치명적이기 때문에 경찰 관계자들은 내심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투자를 했다’는 쪽으로 귀결되고 있다. 검찰은 K 안마시술소의 업주 남 아무개 씨(여·46)가 지난 2007년 말 논현동에서 업소를 오픈할 때 강남경찰서에 근무하고 있던 차 경사가 수천만 원을 남 씨의 계좌로 송금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또 지난해 11월 남 씨가 차 경사를 위해 인사 청탁로비를 벌인 사실도 확인했다. 당시 남 씨는 브로커 장 아무개 씨(40)에게 2000만 원을 전달하며 ‘차 경사가 유흥업소 단속반에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 인사청탁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이들의 ‘동업관계’를 알려주는 정황 중 하나라고 검찰은 말했다.
검찰은 또 남 씨와 차 경사는 동업하기 이전부터 내연관계에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남 씨와 차 경사가 처음 대면한 것은 지난 2006년 초. 당시 성매매 업소 단속에 나섰던 차 경사는 남 씨의 가게에 들어가게 됐는데, 이때 남 씨로부터 뇌물을 상납받고 있던 동료 경찰에게서 ‘좀 봐주라’는 부탁을 받으면서 서로 알게 됐다는 것. 남 씨와 차 경사는 이후 ‘단속 무마’와 ‘상납’의 고리로 이어졌고 만남이 지속되면서 급속히 연인관계로 발전하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남 씨가 논현동으로 옮겨와 ‘신장개업’할 때 아예 투자까지 했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남 씨는 다른 경찰들에게는 단속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돈을 줬지만 차 경사에게는 단속과 상관없이 경제적 도움을 줬다고 한다. 검찰에 따르면 남 씨가 논현지구대 경찰들에게 상납한 돈은 무려 2250여 만 원.
경찰과 K 업소의 검은 유착 관계는 주인이 바뀐 후에도 계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남 씨는 지난해 8월 가게를 넘길 때 새 업주들에게 경찰의 단속을 피하는 노하우 등을 알려주고, 정기적으로 뇌물을 줘야할 경찰 리스트를 뽑아준 뒤 경찰과 직접 줄을 대줄 수 있는 브로커까지 소개해줬다고 한다.
이들 업주들은 이후 이 아무개 경사에게 120만 원을 제공했는가 하면 지구대 체육대회 등 행사가 있을 때마다 ‘떡값’ 명목으로 20만 원씩을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K 업소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은 모두 7명으로 알려졌다.
불법 성매매 업소와 경찰의 검은 유착은 비단 이뿐만 아니다. 취재결과 서울서부지검에서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서울 은평경찰서와 종로경찰서 경찰들을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 2006년 말 은평서 소속이었던 경찰관 1명을 성매매 업소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했고 이 외에 은평서에서 종로서로 옮긴 경찰과 은평서 소속 경찰 등 3명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에 따르면 구속된 최 아무개 경사는 지난 2004년 12월부터 지난 2006년 4월까지 관할 지역의 A 성매매 업소로부터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최 경사는 현금 200여만 원과 계좌상납을 포함, 모두 1000여 만 원의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경사 외에 나머지 경찰 3명도 같은 업소로부터 뇌물을 상납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단속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총 3000여 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의 계좌를 추적하는 한편 또 다른 업체로부터도 상납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