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의 이 아무개 씨는 요즘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오는 다소 과격한 음란 사진을 볼 때마다 아찔했던 옛 기억을 더듬곤 한다. 그에게는 누드 사진에 관한 좀 특별한 기억이 있다. 20대 중반이었던 15년 전에 그는 여자 친구와 사랑하는 장면을 필름 카메라로 찍었다.
사진을 찍을 당시부터 그것을 어떻게 하겠다는 의도는 없었고 그저 찍는 것 자체를 즐겼을 뿐이다. 찍고 나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고 때문에 필름은 카메라 속에 방치돼 있었다. 그가 그 카메라를 다시 손에 잡은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였다.
새 여자 친구와 놀이공원에 가서 남은 필름으로 사진을 찍고 현상을 맡겼다. 사진이 나오는 날 여자 친구의 재촉으로 함께 찾으러 갔다. 하지만 그는 사진을 받아보는 순간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 여자 친구와의 섹스 장면 등이 같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순간 잊고 있던 과거의 일이 생각났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어쩐지 사진을 찾으러 갔을 때, 사진관 아저씨의 표정이 이상했다. 속으로 ‘저 사람이 왜 저러지?’할 정도로 표정이 굳어져 있었다. 눈치를 줄 때 옛날 일을 생각했어야 했다. 그 일로 한참 동안 여자 친구와 다퉈야 했다. 물론 과거사였기 때문에 용서는 받았다.
디카가 아닌 필름 카메라 시절의 아찔한 기억이었다. 지금은 그런 일이 생기려야 생길 수도 없다.“ 그의 말대로 필름 카메라가 빚어낸 해프닝이었다. 디카에선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없다. 그러나 디카의 등장은 누구나 누드를 찍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인터넷에서는 단 몇 번의 클릭만으로 누드 사진을 볼 수 있고 또 사진을 올릴 수도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 바로 관음증과 노출증이다. 누드는 하나의 예술 장르로 확고히 자리잡은 만큼 그 자체는 문제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바로 관음과 노출의 ‘시선’, 즉 여성과 남성을 성욕의 피사체로 그리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많은 정신과 의사들은 경고하고 있다. 관음과 노출이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에 속하기는 하지만 이것이 지나치게 표출되면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누드 열풍은 갈수록 대담해지고 오히려 상업화하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몇몇 인터넷 사이트는 ‘몸짱을 뽑아 연예계에 데뷔시켜 준다’는 명목으로 다양한 신체 사진을 올리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이 순수한 몸짱 사진만 올릴 리는 만무하다. 갈수록 노출 경쟁이 심해졌고 나중엔 거의 음란물로 착각할 만한 사진까지 올라왔다.
관련 사진에 달리는 댓글들만 봐도 그 음란성을 엿볼 수 있다. ‘먹고 싶다’ ‘섹하고 싶다’는 노골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올리는 입장에선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쪽에서 성적인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경향은 여성의 몸에 대한 상품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사진을 올리는 여성들도 상품화를 크게 거부하지 않는 것 같다. 그녀들은 자신이 팔릴 정도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은근히 즐기면서 그러한 가치를 더욱 높이려고 노력한다.
극히 일부의 얘기이긴 하지만 누드 사진은 남녀 사이에서 보복에 ‘악용’되기도 한다. 남녀가 처음에 누드를 찍을 때는 서로 흔쾌히 동의하고 찍은 사진 중 일부를 골라 인터넷에도 올리지만 관계가 틀어지면 미공개 사진들은 복수의 도구로 전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남성은 단지 몇 번의 클릭으로 사진을 올리지만 이 사진들은 순식간에 수천, 수만 장으로 복사되고 퍼져나가 해당여성에게는 회복불능의 상처를 준다. 피해 여성들 중에선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대인 기피증을 보이는 여성도 적지 않고 개중엔 한국을 떠나 동남아 등을 전전하며 세월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최선의 예방책은 아예 누드 사진을 찍지 않는 것이지만 많은 여성들은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젊은 시절 자신의 아름다운 몸매를 남기고 싶은 바람과 그것을 발판으로 성공하고 싶은 욕망이 수없이 많은 부나비들을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이른바 ‘옷 입은 포르노 사진’이라는 새로운 장르도 나타나고 있다. 커뮤니티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 성인갤러리의 게시판 이름이었던 속칭 ‘은꼴사’라고 하는 사진이 바로 그것이다. 은꼴사는 ‘은근히 꼴리는 사진’이라는 의미. 이 사진에는 유두나 성기 등을 대놓고 드러낸 노출은 없다. 그저 약간 섹시하게 옷을 입은 여성들이 등장할 뿐이다.
하지만 이런 사진들이 섹티즌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이른바 새로운 장르의 페티시가 출연한 셈이다. 은꼴사의 열렬한 지지자라는 한 네티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은꼴사는 법적으로 문제 안되는 수준에서 남성들의 성욕을 자극하는 사진이라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은근히’ 자극하면서 섹시미를 풍긴다.
사실 은꼴사에 한번 빠지면 기존의 음란한 사진들에 대해선 천박하다는 느낌이 절로 든다. 다리를 벌리고 있는 노골적인 사진보다는 은근한 사진들이 매력적이라는 것을 남성들은 ‘야사’를 편력하면서 알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은꼴사는 대중적인 장소에 있는 여성들을 찍는다는 점에서 일종의 관음증을 만족시켜 준다는 분석도 있다. 레이싱걸이나 신제품 발표회에서 등장하는 도우미 모델들이 집중적인 타깃이 되고 있다. 이런 여성들은 자신의 매력을 한껏 발산할 수 있는 옷차림으로 행사장에 나오기 때문에 플래시 세례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독특한 각도에서 섹스어필할 수 있는 사진들을 찍고, 그것들은 인터넷을 통해 곧바로 유통된다. 물론 레이싱 걸들은 여기에 상당한 불만을 표출한다. 전직 레이싱 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그런 사진으로만 보면 우리들은 거의 성적인 대상이 돼버린 것 같다. 상품의 기획의도 혹은 레이싱 구단의 콘셉트에 맞게 연출된 것들인데, 대중들의 눈에는 섹시한 면만 보이는 것 같다.
처음 동료들에게 ‘은꼴사’란 말을 들었을 때 도대체 그게 뭔가 했는데, 나중에 그 의미를 알고부터는 남성들의 끈적한 시선이 느껴져 기분이 나빴다. 직업상 어쩔 수 없지만 카메라 앞에 설 때마다 예전처럼 마음이 가볍지 않고 뭔가 칙칙한 시선이 느껴져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은 기분이다.”
그렇다면 누드 사진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현재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누드 사진이 더욱 더 세분화된 장르로 발전하면서 음란과 페티시 쪽으로 향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물론 때묻지 않은 네티즌들이 올리는 순수 누드 계열도 지속적으로 발전하겠지만 욕정이 투영된 파인더가 새로운 형태의 사진과 동영상을 출현시킬 것이라는 이야기다.
구성모 헤이맨뉴스 대표 heymantoday@paran.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