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진정한 달인 한국자유총연맹의 11대 총재로 취임한 박창달 전 의원. 그는 회원수를 100만 명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연합뉴스 | ||
한국자유총연맹의 역할은 지난 10년간 많이 축소됐다. 보수 인사 일색인 자총이 진보정권이 집권한 10년간 그 목소리가 작아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자총의 힘이 빠지면서 조직력도 와해됐다는 평가가 주변에서 나왔다. 현재 자총은 16개 시·도 지회, 232개 시·군·구 지부, 3492개 읍·면·동 지도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10년간 움츠러들었다 하더라도 아직까지 회원만 해도 65만 명에 이르는 보수성향의 전국단위 거대 조직인 것.
박 총재는 보수가 많은 장년층에 비해 향후 사회 중심이 될 젊은 층에서는 보수 세력이 점차 약화되어 간다고 보고 어떤 식으로든 보수 세력을 확장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 특히 지난 정권이 의도적으로 보수층을 억압했다고 보는 듯하다. 이는 그의 취임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는 이날 “지난 10년간 좌파 정권이 의도적으로 자총의 활동을 축소시켰다”면서 “이런 단체에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이 나라고 생각한다”며 총재로 취임한 목적을 밝혔다. 그는 “박창달이 왜 그곳으로 갔을까 궁금해하고 있는데 자총을 살아있는 조직, 생동하는 조직으로 만들 수 있는 적임자가 바로 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대학생과 여성 청년 조직을 확대하고 해외 자원 봉사 활동을 통해 해외 지부를 만드는 등 조직 활동을 강화해 회원수를 100만 명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측근들에 따르면 박 총재는 젊은 층 위주로 외연을 확대해 건전 보수 조직으로 자총을 거듭나게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박 총재의 이런 움직임을 향후 선거와 연관짓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시각은 각종 선거를 통해 탁월한 조직관리 능력을 보여 ‘조직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박 총재가 100만 명으로 회원수를 늘려 조직을 이끈다면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당장의 4월 재·보궐선거뿐만 아니라 내년의 지방선거, 나아가 19대 총선과 차기 대선 등에서 친이명박계를 위한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제법 구체적인 로드맵도 거론되고 있다.
계획대로 자총의 회원수를 100만 명으로 늘리고, 여기에 현재 박 총재가 이끌고 있는 조직인 국민성공실천연합(국실련)의 회원수 30만 명까지 더한다면 향후 당내 경선이나 대선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이러한 주장의 근거다. 자총 한 구석에서는 외연 확대를 위한 자금까지 준비됐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15대에서 17대까지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정치권에서 ‘조직의 귀재’로 불린다. 그는 15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경북선거대책본부장, 16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선거대책위 상황실장, 한나라당 청년위원장 등 주로 선거·조직 부문을 맡았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에는 한나라당 외곽 조직인 국실련을 이끌며 당내 세력이 약했던 이명박 후보를 도와 당내 지지 세력을 거의 박근혜 전 대표와 대등하게 만들었다. 물론 이 같은 활약은 대선 때에도 이어졌다. 경선 후 박 총재가 없었으면 이 후보가 당내 경선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라는 말이 나온 것만 봐도 그의 역할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어떤 의미에서 박 총재는 이명박 후보를 이명박 대통령으로 만든 주춧돌인 셈이다.국실련은 박영준 국무총리실 사무차장, 김대식 평통 사무처장이 이끌던 선진국민연대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다. 선진국민연대가 언론 등에 많이 노출돼 각종 논란이 많았던 반면, 국실련은 비교적 ‘음지’에서 일해 노출 빈도가 떨어졌으나 조직력만큼은 선진국민연대 이상으로 탄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총재가 조직의 귀재로 불리는 이유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워낙 탄탄한 조직을 이끌고 있는 탓에 여권 내에서 그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도 작지 않다. 지난 한나라당 대표 선출 당시에는 조직을 이끌고 박희태 후보를 지지해 당 대표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박 총재는 이런 추측에 대해서 선을 긋고 있다. 박 총재는 정치권에서 나도는 소문들을 의식한 듯 “자유총연맹은 정치권과 무관한 조직으로 조직 본래의 목적에 맞는 활동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총재는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의 포항중학교 후배로서 언론에서는 이 의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이춘식 한나라당 의원 등을 묶어 ‘포항 4인방’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상득 의원과는 경북도당 위원장-사무처장으로 호흡을 맞춘 뒤부터 ‘형님 동생’ 하는 사이로 발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그는 이 대통령을 독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에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워낙 이 대통령과의 인연이 오래된 탓에 나온 말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권 교체 후 여권 내에서는 박 총재가 이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할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그래서 정무특보, 국정원장, 비서실장 등의 하마평이 나올 때마다 언제나 1순위로 꼽혔다. 그때마다 그는 야인으로 남는 것을 택했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인사권자의 의중에 없었기 때문에 그리된 것”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지만 박 총재 스스로 고사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던 그가 결국 의외의 선택으로 평가받는 자총 총재를 택한 것이다.
현재까지는 그가 자총을 택한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조만간 자총이 지난 10년간의 약세에서 벗어나 막강한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점이다. 박 총재의 머리속엔 과연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을까. 그 의도가 어디에 있건 현 정권의 핵심실세가 자총 총재로 취임, 조직을 강화하고 외연을 확대하는 움직임은 그리 간단해 보이진 않는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