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색즉시공 2>의 한 장면. | ||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던 A와 사귀었던 노처녀 B가 나에게 “게이도 여자와 섹스를 할 수 있어?”라고 물었다.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 지인의 소개로 만난 두 남녀는 사귄 지 한 달 만에 첫 섹스를 했고, B는 인생 최고의 오르가슴을 경험했다.
문제는 그날 이후 A가 “방광염 때문에”라고 변명하면서 섹스를 피한다는 것, 그리고 그가 동성애적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현재 B는 A와 헤어졌다. B는 “그에게 청혼을 받았어. 그런데 결혼을 하면 10년 연하의 룸메이트와 셋이서 함께 살아야 한다고 하더라. 자기가 돌봐야 하는 아이라나?”라고 말하면서 흥분했다. 그 순간 나는 A가 동성애자인지, 아닌지의 사실 여부보다 여자에 별 관심이 없는 A가 어떻게 B를 절정에 이르게 했는지가 너무나 궁금했다. “그는 손을 잘 쓰더라고. 오럴섹스를 하면서 손으로 클리토리스를 동시에 애무해주니까 삽입 섹스를 안했는데도 흥분이 오는 거야. 삽입하기 전에 오럴섹스를 통해 한 번 흥분을 느끼니까 ‘빨리 넣어 달라’고 애원하게 되더라. 피스톤을 할 때도 클리토리스의 가장 윗부분인 귀두 부분을 자극해주면 더 쉽게 오르가슴이 느껴지거든. G스폿과 클리토리스를 동시에 자극하니까. 그는 그런 면에서 아주 탁월했어”라고 답했다.
남자는 여자의 몸에 들어가면 삽입의 각도와 깊이, 피스톤의 빠르기, 그리고 오래 버티기에 집중하면서 정작 섹스 중 애무에는 소홀한 경우가 많다. 전희를 할 때에는 여자의 성감대를 자극하는 데 주력하지만 막상 삽입의 과정을 지나면 여성상위를 할 때 여자의 가슴을 애무하는 정도 외에는 애무나 페팅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섹스 중의 애무가 전희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지? 후배위를 할 때에도 남자의 손이 엉덩이를 잡고 있는 것보다 클리토리스를 자극해주면 여자는 강한 흥분감을 느끼게 된다.
가슴을 애무하다가 유두를 살짝 물어서 흥분도를 높이는 것도 여자를 자극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유두 페티시인 후배 C는 애무를 약하게 하는 남자에게 흥미를 못 느낄 정도로 유두 자극에 민감하게 되었을 정도. “가슴을 애무하던 남자친구가 이빨로 유두를 살짝 물었는데 아프면서도 짜릿했다. 너무 아프게 물지만 않는다면 무는 강도가 셀수록 쾌감도 커지는 것 같다. 물론 빨아 당길 때도 기분이 좋다. 그 후부터는 남자친구가 가슴에 부드러운 애무를 하면 지루하다. 은근히 물어주기를 바란다”라며 강한 자극에 중독 현상을 보였다.
애무는 아찔한 자극이 되어 여자를 오르가슴을 이르게 한다. 3년 전인가. 이전까지 손도 잡지 않았던 그와 두 번째 데이트에서 모텔로 직행한 것은 그가 애무의 달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차 안에서 커피를 권하는 내 손에 그는 키스를 하더니 갑자기 내 손가락 하나를 그의 입에 넣었다. 그때 나는 뭔가 부끄러운 듯한 기분이 들었다. 두 사람 모두 멀쩡하게 옷을 입고 있었는데도 나는 그와 섹스를 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손과 입의 관계가 오럴섹스와 뭐가 다르단 말인가! 예기치 못한 그의 손가락 애무에 나는 흥분했고,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에 그와 나는 이미 모텔 앞에 와 있었다. 그는 섹스 중에도 내 손가락과 발가락, 귀, 항문, 옆구리, 배꼽까지 꼼꼼히 애무했고, 나는 그날 밤 낯선 남자와의 섹스에서도 오르가슴을 느꼈다. 그의 애무가 천천히 달아오르는 G스폿의 열기를 최고조로 이끌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친구 C의 이야기. 가볍게 만나던 남자가 술에 취한 채 C에게 기대며 목에 키스를 시작했을 때, C는 ‘오늘밤 이 남자와 자겠구나’라는 사실을 직감했다고 한다. 귀에 거친 숨을 들이쉬며 성감대인 목을 자극했던 그는 아마도 선수였을 것이다. ‘오늘 집에 들어가지 마세요’라는 말보다 은근한 목키스가 더욱 거절하기 힘든 자극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그가 ‘Mouth to Mouth’로 접근했다면, 그것 또한 얼마나 어색했을까. 친근하지 않은 남자와의 키스는 여자를 생각하는 동물로 만들기 마련이다. 어쨌든 C는 그와 하룻밤을 보냈고, 오르가슴을 느꼈다고 했다. “내가 절정에 오를 때 그가 갑자기 피스톤 속도를 서서히 줄이더니 갑자기 내 쾌감을 식히더라. 키스와 애무를 하면서 완급을 조절하더니, 다시 한번 강한 피스톤으로 나를 흥분하게 하더라고. 유체이탈한 것처럼 강한 오르가슴이 느껴졌어”라고 덧붙였다.
남자는 ‘어떻게 하면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를 걱정하지만 사실 여자를 오르가슴에 이르게 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고, 그만큼 쉽다. 비록 남자의 페니스가 작고 오래 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여자가 절정에 이르는 길은 많다는 것이다. 애무도 그 수많은 방법 중 하나. 오늘밤엔 한 번에 두 곳 이상의 공감각적 애무로 그녀를 흥분시켜보는 것은 어떨까.
박훈희 성전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