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작업의 정석>의 한 장면. | ||
일본의 한 점술가가 들려준 웃지 못 할 이야기. “한국에는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가 많은 것 같아요. 일본에는 거의 없는데…”라는 그녀의 말에 나는 “소설이나 드라마를 보면 그렇지도 않던데요. 일본 유부남이 OL과 바람피우는 얘기가 많잖아요”라고 꼬집었다. 그녀는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아! 유부남은 바람을 피우죠. 하지만 일본에선 바람을 피우는 싱글은 거의 없어요”라고 답하는 것이 아닌가. “와이프는 아이의 엄마잖아요. 엄마랑 섹스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러니 섹스를 하기 위해 애인을 만든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죠.” 쉽게 말해 와이프는 가족이니 근친상간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아니, 간통은 OK, 근친상간은 NO란 말인가?! 법적으로 총각인 남자의 바람기에는 관대한 반면, 유부남의 바람에 엄격한 우리 사회와는 백팔십도 다른 상식을 가진 일본인들의 사고방식에 나는 적잖이 놀랐다. 하긴, 우리나라에도 섹스리스 부부가 늘고 있다는 뉴스가 종종 보도되는 것을 보면, 언젠가는 “남편이랑 어떻게 섹스를 해? 부끄러워!”라고 말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실제로 임신 중 섹스리스, 출산 후 섹스 트러블로 바람을 피우는 남자 혹은 여자가 많다. 아이를 낳은 여자는 괜한 자격지심에 “혹시 내 조임이 예전만 못해서?”라고 걱정하고, 남자는 ‘뭔지 모르지만 예전만 못하다’는 불만을 갖는 것. 그런데 의외의 곳에서 해답을 찾는 경우도 있다. 속궁합이 끝내주는 A와 그의 남편 B가 딱 한 번 트러블을 겪게 된 것이 바로 출산 후였다. 출산 전과 비슷한 패턴으로 섹스를 해도, 서로에게 더 큰 자극을 주려고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해봐도, 오르가슴에 이르기가 어려웠다. 다행히도 두 사람은 오르가슴을 포기하지 않고 서로의 문제점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찾아낸 것이 ‘러브젤’이라는 해답이었다. “출산 후부터 흥분이 되어도 애액이 잘 나오는 거야. 그래서 오빠가 내 안으로 들어와도 좋은 게 아니라 아프고, 불편하더라고. 그런데 러브젤을 쓰니까 모든 게 한 번에 해결되더라. 러브젤을 사용한다고 하면 이상한 상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러브젤은 그야말로 성기능 보조제야”라며 러브젤을 예찬했다.
섹스 트러블은 섹스리스를 낳고, 섹스리스는 불륜을 낳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섹스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괜스레 사소한 일에도 남편이, 아내가, 연인이 얄미워지곤 한다. “남자가 자기 욕구만 채우고 끝낸 날에는 괜히 그에게 적대감이 생겨. 그 남자가 이기적인 남자라는 생각이 들거든”이라는 친구의 말에 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결혼을 약속한 남자와 첫날밤을 보냈는데, 그 남자의 페니스가 너무 작아서 헤어졌어. 평생 오르가슴을 못 느끼겠다고 생각하니 결혼은 못 하겠더라. 그날 이후 남자를 사귀기 전에 일단 자보는 습관이 생겨버렸어”라는 그녀의 고백은 너무 솔직해서 슬프기까지 했다.
더 안타까운 상황은 여자의 불만을 남자가 눈치 채지 못할 때다. 나 역시 그가 실망할까봐 혹은 식어버릴까봐 흥분한 척, 절정에 이른 척 연기한 적이 많았으니, 센스 없는 남자를 탓할 일만은 아니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괜스레 몸을 꼬고, 흥분한 듯 교성을 내고, 가끔은 “그만!”이라고 소리를 지른 적도 있다. 속으로는 ‘조금 더!’라고 말하고 싶은 순간에도 말이다. 대체 왜 그런 거짓말을 하느냐고? 여자의 거짓말이 남자를 완벽하게 속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여자가 거짓 신음이든, 거짓 오르가슴이든, 절정을 연기하는 이유는 남자를 자극하기 위해서인 경우가 더 많다. 자지러지는 듯한 여자의 반응에 힘입은 남자가 섹스에 더욱 몰입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여자가 흥분한 척 연기를 하는 동안 남자가 다음 동작을 취해버리면 여자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 “후배위에서 막 흥분이 되려는 찰나에 그가 체위를 바꾸는 거야. 아, 정말 짜증나더라. 남자들은 왜 그렇게 체위를 자주 바꾸는 걸까?”라고 불만을 토로하는 친구에게 나는 “남자는 말로 정확히 표현하지 않으면 몰라. 후배위가 좋다고, 체위를 바꾸지 말라고 말로 해”라고 조언하는 수밖에 없었다.
남자들은 말한다. “불만이 있으면 말을 해야 알지. 내가 점쟁이야? 말을 안 하는 데 어떻게 알아?”라고 말이다. 하지만 여자들은 섹스 중에 끊임없이 말한다. 지금 그 체위가 좋다고, 그렇게 애무해달라고, 지금 키스해달라고, 나를 사랑해달라고. 음성 언어가 아닌 몸짓 언어로 표현하는 얘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면, 손으로 그녀의 성감대를 더듬으면서 조금만 더 여자의 몸짓을 주의 깊게 본다면, 삽입과 피스톤을 하는 중에 자신의 쾌감에 취해 여자를 외면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뭔가 불만스럽다? 오르가슴에 이르지 못하는 섹스일수록 이후에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속궁합이 안 맞나봐’라고 쉽게 포기하는 커플이야말로 얼마나 안타까운가. 출산 후 섹스 트러블을 극복한 커플도 오르가슴을 포기하고, 대화를 중단했다면 러브젤이라는 처방전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남자에게 고하는 마지막 당부. 여자가 원하는 것을 깨달았다면, 그것을 섹스의 마지막 순간까지 잊지 말고 행해주길 바란다. 피스톤만 시작되면 여자를 배려하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이기적인 남자는 되지 말기를.
박훈희 성전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