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춘원 전 의원 | ||
임 전 의원은 DJ의 야당시절부터 최측근 인사로 활동해온 인물. 제12~14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신민당 총재까지 역임했던 그는 14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난 1996년 정계를 은퇴하고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당시는 1993년 말 발병했던 간암이 악화돼 “6개월 정도밖에 살 수 없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는 의사의 소견과는 달리 임 전 의원은 미국에서 수술을 한 뒤로 건강이 회복돼 2003년경에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을 재개하기도 했다. 임 전 의원의 최측근 인사는 “암은 100% 완쾌됐다는 표현을 쓸 수 없는 병이지만 임 전 의원이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완전히’ 건강을 회복한 상태로 보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건강을 되찾았던 임 전 의원이 지난해 여름부터 건강이 다시 악화돼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 앞서의 측근은 “임 전 의원이 지난해부터 간 기능 저하에 따른 신장 기능 손상으로 건강이 매우 나빠졌다”고 전했다. 그는 임 전 의원의 현재 상태에 대해 “외부활동을 전혀 할 수 없으며 비행기를 타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힘든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임 전 의원은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회고록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의원을 십수 년간 보좌해왔다는 세림문화·의료·복지재단(이사장 임춘원)의 A 이사는 “임 전 의원의 건강 문제 때문에 원고 정리 등 회고록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내가 대신 관리하고 있다”며 “회고록 집필은 지난해 말 끝났으며 현재 출판 시기를 조율 중이다”라고 확인해줬다.
▲ 1992년 김대중 대선 후보가 유세에 나선 모습. 임춘원 전 의원은 당시 김영삼 후보를 도우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사이가 멀어지게 됐다. | ||
DJ와 임 전 의원의 관계가 멀어지게 된 계기는 임 전 의원이 김영삼 전 대통령 측으로 몸을 옮기면서부터. 지난 92년도 대선 때 임 전 의원은 김영삼 후보를 돕고 나섰던 것. 임 전 의원은 “그가(YS) 장로이고 나도 기독교 신자다. 기독교인들이 다 YS를 밀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다. 때문에 같은 기독교 신자로서 그분을 도왔던 것”이라고 밝혔다.
임 전 의원을 보는 DJ 측 인사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임 전 의원과 DJ 측 인사들 간에 비방전도 끊이지 않았다. 임 전 의원이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로 미국에 출국한 뒤에도 DJ 측 인사들의 비방은 계속됐다. 이런 이유로 DJ와 임 전 의원은 돌이킬 수 없는 사이로 갈라서게 된 것.
이후 임 전 의원이 DJ의 비자금 문제를 폭로할 가능성에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다. DJ가 정권을 잡을 시점에는 임 전 의원이 그의 곁에 없었지만 야당 시절 DJ의 비자금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 정가의 정설. 당시 정가에서는 “임 전 의원은 DJ의 비자금 문제에 대해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라며 그가 입을 열면 DJ도 괴로울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실제로 임 전 의원은 DJ와 관계가 나빠진 이후 2002년 LA 교민방송인 라디오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DJ의 비자금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당시 “나는 DJ의 안방까지 가서 수표도 세고, 나누기도 했던 사람”이라는 말까지 했는가 하면 “제일은행을 팔고 받은 돈과 미주 제일은행 지점들을 얼마에 팔았는지를 알면 국민들이 분노할 것”이라며 제일은행 매각과정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하지만 그는 “임기가 남아 있는 현직 대통령의 정치자금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온당치 않고, 이를 낱낱이 밝히면 국정에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며 “DJ 정권이 끝난 후 ‘책’으로 밝히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임 전 의원의 회고록 내용에 대해선 확실히 알려진 바는 없다. 모든 작업을 도맡아 하고 있다는 A 이사는 “(회고록에) 개인적으로 (DJ한테) 서운했던 부분 등이 많이 담겨있다”면서 “비자금 문제도 거론하고 있다”고만 귀띔해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요즘 임 전 의원의 회고록은 또 하나의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