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최근인 지난 7일에는 전직 언론사 사주 최 아무개 씨가 서울남부지검에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최 씨(46)는 지난 2007년 5월부터 최근까지 기자채용 대가 등으로 1억 700만여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공신력 있는 매체인 것처럼 이름만 붙여놓고 이를 철저하게 이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15일에는 기업체 사주와 짜고 공무원에게 향응을 제공한 뒤 되레 공무원에게 돈을 갈취한 기자가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방 아무개 씨(무역업)는 2007년 6월경 인천시가 발주한 가로등 설치 공사를 수주할 목적으로 인천시청의 담당 공무원인 유 아무개 씨에게 고급 음식점과 룸살롱 등지에서 750만 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했다.
그러나 지난 4월경 공사발주가 다른 업체에 돌아가자 방 씨는 평소 친분 있는 언론사 기자를 앞세워 오히려 유 씨를 협박할 계획을 세웠다. 방 씨는 지방지인 K 일보의 박 아무개 기자와 모의해 향응제공 사실을 보도하겠다며 유 씨를 협박했고 실제로 1700만여 원을 갈취했다가 검찰에 검거됐다.
이 같은 사례들은 그나마 검찰에 검거되면서 밝혀진 ‘공식적’인 것일 뿐이다.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이비언론 혹은 사이비기자나 다름없는 행태들도 적지 않다. 특히 광고수주와 관련해서는 가히 엽기적이라 할 만한 행태들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모 기업 홍보실 관계자는 “노골적으로 기사와 광고의 ‘딜’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 보도된 내용을 베껴 쓴 기사를 갖고와 반협박하는 매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조판 작업이 끝난 지면을 팩스로 먼저 보내는 매체도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기업의 홍보실 관계자는 “요즘은 광고하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한 매체에 광고를 ‘잘못 줄’ 경우 비슷한 성격의 매체에서 벌떼처럼 달려와 광고를 달라고 행패를 부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 그룹 측은 얼마 전 난감한 상황을 겪었다. 생전 처음 보는 매체의 기자가 찾아와 “연간 광고계약을 해주지 않으면 당신네 기업 회장과 관련된 기사를 내보내겠다”고 협박을 하고 개인적인 요구도 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기사는 이미 다른 매체에서 이니셜로 보도된 기사였다고 한다.
A 그룹에서는 당연히 광고를 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자 이 매체는 그 주에 관련 기사를 보도했는데 기사 말미의 문구가 가관이었다고 한다. “본지는 A 그룹의 대응을 지켜 본 후 회장의 실명을 공개할지를 결정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덧붙여져 있었다.
그런데 이런 사이비기자들은 비단 이름없는 군소 언론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력 일간지, 유명 경제지 등의 기자들도 비슷한 행각을 벌이다가 구설수에 오른 사례도 적지 않다.
B 그룹의 경우 얼마 전 유력 경제지의 공격을 받았다. 이 그룹 관계자는 “1탄, 2탄 기사까지는 잘 넘겼는데 3탄마저 보도하니 버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처음에 보도가 있기 전 기자가 직접 찾아와 기사를 보여주며 광고협조를 요청했고, “광고를 주지 않으면 앞으로 계속해서 기사를 쓰겠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언론사의 임원급 인사가 재벌그룹 회장을 고발한 뒤 그 내용을 단독보도한 어이없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C 그룹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C 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이 언론사와 사이가 극도로 나빠졌다. 그 이유는 이 언론사가 요구한 광고 게재를 거부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러자 이 언론사에서는 자사의 제품 하자와 관련해 “피해자 중 일부가 C 그룹 회장을 고발했다”고 보도하고 ‘단독’으로 처리했다는 것.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고발자는 이 언론사의 임원급 인사였다고 한다.
그러나 ‘약점’이 있는 기업으로서는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설령 잘못이 없다 하더라도 일단 보도가 되면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기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협상’에 응하는 경우가 많다.
검찰의 입장에서도 이와 같은 경우엔 개입하기가 쉽지 않다. 자칫 잘못 건드렸다간 ‘언론을 탄압한다’는 비난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력매체를 수사하는 경우엔 유형무형의 압력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올 초에는 유력 경제지 중 일부가 고가의 ‘정보지’를 기업들에 강매하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돼 검찰이 내사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실제 수사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