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원망 마라’ 도덕성 추락…스스로 분노
유서에 담긴 불과 열네 줄의 간결하고 짧은 문장 속에서는 죽음을 결심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심경이 느껴진다.
노 전 대통령이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심리분석 전문가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명예롭게 여기던 기준인 ‘도덕적 가치’에 치명타를 입게 된 상황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완벽을 추구하고 자존심이 높은’ 노 전 대통령의 성격은 자신이 추구했던 가치가 무너졌을 때에 더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심리분석전문가 A 씨는 “도덕적 타격은 노 전 대통령에게는 아킬레스건이었다. 정치적 탄압이었다면 마다하지 않고 맞섰을 것이다. 하지만 여느 정치인들이나 전직 대통령들에 비해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여겨오던 자신의 가치가 무너지면서 스스로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서 속에 담긴 문구 중 ‘미안해하지 마라’라는 대목도 눈에 띈다. 노 전 대통령은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에 대해 ‘자신은 몰랐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A 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성격상 가정문제나 경제문제 등에 관해 직접 관여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권 여사가 돈 관리를 하면서 주변인들과 얽히고설킨 ‘거래’에 대해 그가 당시에 제대로 알고 있지 않았다면 뒤늦게 알게 된 ‘사실’에 대해 더 못 견뎌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을 당시 “하느님을 믿느냐”는 김수환 추기경의 물음에 “세례는 받았지만 신앙생황을 열심히 하지 못한 탓에 프로필을 쓸 때면 종교란에 ‘무교’로 쓴다”며 “앞으로는 종교란에 ‘방황’이라고 쓰겠다”고 답했었다. 신이 아니기에 방황할 수밖에 없는 한 인간이었던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방황을 끝내는 운명을 택한 셈이 되었다. 노 전 대통령은 가족들에게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며 ‘운명’으로 받아들이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수많은 고민과 번뇌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운명을 택한 노 전 대통령은 죽음으로 이 세상에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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