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땅 10만평 공사 따주겠다”
사건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건설업계에서 일하던 박 씨는 자신의 사업이 생각처럼 풀리지 않자 평소 알고 지내던 A 씨(50)에게 접근했다. 2006년 2월 박 씨는 A 씨에게 “참여정부 실세들에게 부탁해 국가가 환수·개발하기로 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기도 의왕시의 땅(33만㎡)에 대한 공사를 수주하도록 해주겠다”고 속였다. 동종업계에서 일하며 평소 알고 지내던 박 씨가 이러한 제안을 하자 A 씨는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박 씨는 공사를 수주해주는 대가로 같은 해 3월부터 2007년 5월까지 총 22차례에 걸쳐 접대비와 차량구입비 등의 명목으로 9300여만 원 상당을 A 씨로부터 가로챘다.
A 씨는 박 씨의 요구에 처음에는 아무런 의심 없이 응하다가 공사 수주를 받아주겠다던 약속 기일이 하루 이틀 미뤄지자 의심이 들었다. A 씨가 의심하자 박 씨는 자신에게 투자한 회사라며 법인등기부등본을 보여주었다. 그곳에는 박 씨가 언급한 실세의 이름이 실제로 임원진에 올라있었다. 그 뒤 A 씨는 박 씨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고 한다.
경찰은 “박 씨가 A 씨를 속이기 위해 경기도 의왕시 땅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회사의 등기부등본을 보여준 것 같다”고 전했다. 박 씨는 또 경기도 의왕시 땅을 개발만 하면 800억 원 이상의 이익을 올릴 수 있다는 감언이설로 피해자를 안심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박 씨가 약속한 공사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때서야 A 씨는 자신이 사기를 당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경찰에 신고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신고를 하고 싶어도 박 씨가 정권 실세들과 친분이 있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두려워해 속으로만 앓고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이 이 사건에 대해 수사를 착수한 것도 피해자 신고가 아닌 첩보에 의해서다. ‘유력인사들의 이름을 도용해 사기행각을 벌이는 사람이 있다’는 첩보가 올라온 것.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 A 씨의 피해를 확인한 경찰은 A 씨의 증언을 토대로 경기도 의왕시 땅까지 조사했다. 그 결과 의왕시 땅은 그린벨트로 묶인 지역으로 개발 허가가 나지 않는 곳이며 전두환 씨와도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황당한 것은 박 씨가 그동안 자신이 거론해온 참여정부 실세들과는 일면식도 없다는 점이다. 조사결과 그들과 친분이 있는 사람은 박 씨가 아니라 박 씨의 지인이었다. 박 씨는 지인을 통해 들었던 참여정부 실세들의 이야기를 마치 자신이 직접 들은 것처럼 얘기하며 피해자를 속였던 것이다.
이윤구 기자 trus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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