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이후 수금을 위해 의원실을 찾은 이 인쇄업자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접한다. 의원실 측이 “좋은 일에 쓰는 거니 이 가격에 해 달라”고 터무니없는 액수를 제시했다. 애초 약속했던 금액이 아니었다. 인쇄업자는 “최고급 품질의 종이로 제작했기 때문에 도저히 이 가격엔 해드릴 수 없다”고 항변했지만, 의원실 측은 “이 금액을 받기 싫으면 할 수 없다”고 말하며 자리를 떴다. 결국 인쇄업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인건비는커녕 종이 원가 수준에 해당하는 수금액을 받아들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인쇄업자는 “이 업계가 경쟁이 심해 가격 자체가 많이 내려가긴 했지만 정도라는 게 있지 않느냐”며 “약자를 위해 일한다는 야당 의원들이 발주처에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가격을 후려치는 일은 정말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다음 거래를 생각해야 하는 우리 같은 영세업자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소위 말하는 의원실의 ‘발주금 후려치기’는 비일비재하다”고 한탄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