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살의 직장인 Y 씨는 그녀를 두고 하루에도 열두 번도 마음이 더 변한다. 계속 만날까, 헤어질까. 두 사람의 첫 만남은 1년 전에 이뤄졌다. 막 대학을 졸업하고 계약직 인턴사원으로 중소기업에 근무하던 Y 씨는 소개팅으로 그녀를 만났다. 병원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세련된 그녀의 눈에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촌스럽고 장래성 불투명한 그가 들어왔을 리 없었다. 결국 그의 끈질긴 구애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냉정한 기색으로 그를 걷어찼다.
그로부터 1년 뒤, Y씨는 대기업에 취업을 했고 회사에서 지원해 준 이미지 컨설팅을 통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세련되고 당당한 남성으로 변모했다. 우연히 고객사에 갔다가 1년 전 자신을 찼던 그녀와 마주친 Y 씨. 예의상 명함을 주고받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태도가 예사롭지 않았다. 매일 전화를 하면서 적극 공세에 나선 것이다.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싶어 그녀와 식사를 하게 된 Y 씨. 이후 그녀는 영화표를 예매한다거나 자신의 생일을 챙겨주는 등 마치 사귀는 사이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Y 씨에게 그녀가 여성으로서 매력이 없는 건 아니다. 1년 전 그녀를 처음 본 날 뛸 듯이 기뻐했을 정도로 그녀는 눈에 띄는 미인이다.
하지만 Y 씨는 아직도 그녀가 자신에게 “좋은 사람인 건 알지만 이성으로서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랬던 그녀가 갑자기 돌변해서 자신에게 들이대는 이유를 모르겠다. 혹 자신의 조건이 좋아져서 마음이 달라진 건 아닐까.
♥ 조건도 상대를 좋아하는 충분한 이유 될 수 있어
Y 씨가 헷갈려 하고 고민하는 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설령 그녀가 Y 씨의 조건이 좋아져서 예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나온다고 해서 그녀의 감정이 진심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1년의 시간이 Y씨를 어설픈 사회 초년생에서 매력남으로 변모시켰듯이 그녀의 생각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멋있고 유능한 사람을 좋아하면 조건 따진다고 하고, 볼품없고 조건 나쁜 사람을 좋아하면 진정한 사랑이라고들 한다. 왜 사람들은 조건과 감정을 분리해 놓고 사랑의 순수성과 진정성을 평가하려는 걸까.
사람을 좋아하는 건 감성과 이성의 채널이 적절하게 혼합 작용한 결과이다. 그 사람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데도 그냥 좋아지는 건 감성이 먼저 작용한 것이고, 성격이 좋다거나 조건이 좋다거나 해서 그 사람에게 끌리는 건 이성이 먼저 작용한 것이다.
감성이 먼저 작용했다고 해도 나중에는 상대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을 하게 되고 이성이 먼저 작용한 경우에도 결국 언젠가 감성의 채널이 반응하게 된다. 조건이 좋은 것도 그 사람을 선택하는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남녀관계에서 조건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조건을 따지면 순수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은 사랑에 대한 일종의 편견이다.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