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14일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13주년 기념식’에서 이희호 여사가 인사말을 하는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일요신문>이 접촉한 북한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북한 내부에서 바라보는 이희호 여사의 호감도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남한 인사 중 이희호 여사는 가장 호감 있는 인사라는 반응이다. 무엇보다 북한 내부에선 ‘평화 영웅’으로 칭해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부인이라는 위치가 상징적이다. 다만 이러한 호감 여부를 떠나 실제 북한 당국이 생각하는 이희호 여사의 정치적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여기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소 입장이 엇갈렸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는 이렇게 진단했다.
“물론 중요한 시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주기 즈음이다. 삼년상이 마무리되는 시기란 의미다. 하지만, 아무리 중요한 시기, 상직적인 이희호 여사가 방북을 했다고 하더라도 현재 북한 입장에선 크게 생각하지 않을 소지가 많다. 무엇보다 현 정부 인사도 아니고 전직 대통령의 영부인이긴 하지만, 연로한 인사다. 오히려 북한 김정은의 입장에선 이 여사의 방북 시 동행할 방북단 인사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
실제 현재 정치권에선 이희호 여사가 방북을 하게 될 경우, 누가 방북단으로 참여해 이 여사를 보좌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1월 21일 북측과 실무협의를 하고 돌아온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김대중아카데미 원장) 등 옛 김대중 정부 고위급 출신 원로인사들이 꼽히고 있다. 하지만 역시 관심사는 박지원, 문재인 의원 등 현직 거물급 정치인의 동행 여부다. 이에 대해 야권의 한 관계자는 “현직 야권 정치인이 방북단에 포함될 경우, 여권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청와대에서 허락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하기도 했다.
2000년 6월 15일 남북정상회담 후 열린 환송오찬에서 김대중 대통령, 김정일 국방위원장, 이희호 여사 등 양측대표단이 활짝 웃으며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건하 NK지식인연대 사무국장 역시 “이희호 여사는 상징적인 분임에 틀림없지만, 실제 뭔가 현안에 대해 전달할 부분은 없다”며 “이 여사는 현 정부의 결정권자도 아니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같은 실질적인 사업과도 거리가 멀다. 북한 입장에서도 선물꾸러미를 챙겨주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더군다나 현재로선 과거 빌 클린턴이나 지미 카터처럼 (미국 정부의) 특사 자격 방북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참고로 지미 카터, 빌 클린턴 등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본국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 각각 북핵문제 해결과 본국 국민 인질 석방 등 선물꾸러미를 안고 돌아온 바 있다.
특히 이희호 여사와 북한 김정은 면담시,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논의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윤걸 대표는 “최근 최룡해 특사단의 방러 일정을 소화한 북한 당국 입장에서 남한의 참여를 가장 바라는 부분이 러시아 핫산-북한 나진 협력프로젝트다. 핵심은 철도공사인데, 현재로선 투자 자본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북한 입장에선 남한의 어떤 창구라도 가장 먼저 꺼내고 싶은 이야기겠지만, 과연 이희호 여사의 방북단에 이 이야기를 꺼낼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이 여사가 방북을 하게 될 경우 북한의 입장에선 박지원·문재인 의원 등 현직 거물급 정치인의 동행 여부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반면 국내 탈북자 박사 1호로 유명한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앞서의 두 전문가와 비교한다면 이희호 여사의 방북에 대한 비중을 높게 점쳤다. 단 특사 자격이 부여될 경우다.
“이희호 여사의 특사 자격이 현실화된다면, 응당 북한의 대우도 달라질 것이다. 어찌됐건 특사란 일국 정상을 대신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지위를 지니지 않나. 무게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희호 여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구두와 서면 모두를 포함해) 친서가 북한의 김정은에게 전달된다면, 의미는 더욱 커진다. 이희호 특사를 통한 친서 외교가 현실화된다면, 비교적 쉽게 풀 수 있는 내년 설 이산가족 상봉 실현과 더 나아가 금강산 관광 재개도 가능하지 않겠나.”
특히 안 소장이 주목한 것은 특사 자격 부여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친서 전달 여부다. 외교적 관례상 특사가 타국에 파견되면 본국 정상의 친서가 함께 전달되는 경우는 빈번하다. 이희호 여사의 특사 자격 방북 시, 박근혜 대통령의 특별한 메시지가 김정은에 전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