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엔터테인먼트 신인 그룹 ‘위너’ 멤버 남태현(맨 오른쪽)이 공연 도중 팬들에 반말로 윽박을 질러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팬과 일반인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소속사는 여러 언론사를 통해 “팬미팅이나 공연 때 팬들을 편안한 친구처럼 생각해 소리도 지르고 말도 놓았었다”며 “당시 편안한 분위기에서 멘트를 건넸는데 불쾌했던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전했다. 소속사가 내놓을 수 있는 의례적인 해명이었지만 해당 동영상을 보면 남태현의 발언은 누가 들어도 기분이 상할 만한 짜증이 가득 섞인 반말이었다.
반말 논란 이후 네티즌은 남태현이 과거 일진설, 강제전학설 등이 불거졌다며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한순간의 실수를 범한 어린 아이돌에게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로 공격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라는 의견도 있는 반면 대중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아이돌로서 인성을 다듬고 평소 행실 역시 책임질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이에 대해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이번 일에 대해 “털어서 먼지 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면서도 “인성 교육 역시 소속사의 몫”이라고 말했다. 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어릴 적부터 연예기획사에 소속돼 철저한 관리를 받지만, 이런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회사의 경우 전국 곳곳에 숨어 있는 끼 있는 이들과 소위 ‘얼짱’이라 불리는 이들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들 중에는 이승기나 걸그룹 레인보우의 멤버 재경처럼 전교회장을 지낼 만큼 ‘바르게’ 살아온 이들이 있는 반면 다소 ‘방탕한’ 생활을 한 이들도 적지 않다.
때문에 여러 기획사들은 일련의 매뉴얼을 갖추고 공식 데뷔 전 인성 교육을 실시하곤 한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연예계 데뷔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생활에 충실하도록 가르치고, 그동안 괴롭히던 친구들과도 관계를 개선하라고 지시한다”며 “전문 심리상담사와 수시로 면담을 갖고 인성을 가다듬는 과정도 거친다”고 말했다.
JYP엔터테인먼트 건물 전경. 일요신문 DB
유독 일진설이 많았던 걸그룹 A의 경우 데뷔 초기 모든 멤버들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금지시켰다. 특히 토크쇼에서는 사생활을 이야기하다가 수위가 높은 과거사를 고백하거나, 오히려 좋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가 논란에 휩싸여 이미지가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걸그룹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며 친분 있는 PD들의 섭외 요청이 오면 매니저가 직접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걸그룹 A의 측근은 “각 음악 프로그램 대기실에서 보더라도 A 그룹 멤버들의 다소 과격한 언행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요즘도 멤버들의 일진설은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다”며 “이런 멤버들을 당당하고 털털하게 보이도록 이미지메이킹을 하기 위해 소속사가 눈물겨운 노력을 했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그들이 스타가 되면서 다시 한 번 불거진다. 자만심이 가득 차 소속사의 통제에 따르지 않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돌 그룹 B가 대표적이다. B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권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멤버들 간에 인기도가 차이가 나기 시작했고, 몇몇 멤버들은 돌출 발언을 하거나 SNS를 통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글을 남겨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결국 B의 주축 멤버 중 한 명은 법에 저촉되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난 재능 있는 친구보다 착하고 올바른 친구만 뽑는다. 지난 20년간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의 불법적인 사건은 2PM의 멤버 닉쿤의 음주 사건, 딱 한 번이었다”며 “올바르고 정직하게 천천히 가려 한다”고 말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SM, YG와 비교해 최근 사세가 다소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지만 박진영의 말처럼 각 멤버들이 구설에 오른 경우는 적다. 이는 JYP의 아이돌 육성법과 관계가 있다. 그들은 미성년 아이돌의 등교를 중시하고 일정 수준의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연습실에 오지 못하도록 조치한다. 또한 전문 강사를 통해 성교육까지 하며 아이돌이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까지 갖추도록 배려한다.
MBC 예능국 관계자는 “무대를 벗어난 가수들의 대기실 풍경을 보면 그들의 실제 인성이 대략적으로 보인다. 또한 각 연예기획사별로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며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인성 교육까지 겸한 회사에서 배출한 아이돌이 사고를 치는 경우도 적고, 문제를 일으켜도 사태 수습 후 성공적으로 복귀하는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