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잠룡들 중에서는 김무성 대표의 독주가 이어 지고 있는 가운데 라이벌인 정몽준 전 의원(왼쪽)과 김문수 위원장이 어떤 정치 행보를 보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요신문 DB
지금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의 독주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당 지도부는 12년 만에 예산안 기한 내 처리라는 성과에 고무돼 있다. 김 대표는 현재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 중인 공무원연금 개혁 및 관피아·김영란법, 사자방 국정조사 등 현안을 놓고 “정치는 딜(Deal)”이라며 후속타를 칠 가능성도 비쳤다.
대선지지율 흐름도 나쁘지 않다. 지난 1일 발표된 ‘리얼미터’ 대선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김 대표 지지율은 13%로 박원순 시장(17.9%)과 문재인 의원(14.4%)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당대표 취임 초반 여야 통합 1위까지 올랐던 것을 생각하면 많이 빠졌지만, 여권 대선주자로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대권 라이벌로 꼽히는 김문수 보수혁신특위원장과 정몽준 전 의원의 지지율은 난망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당내 보수혁신특위를 이끌기 시작하면서 여권 내 ‘빅2’로 인식됐지만 시일이 지날수록 격차가 벌어지는 중이다. 앞서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김 위원장(8.3%)과 김 대표의 격차는 4.7%포인트(p)로 전주보다 0.9%p 더 벌어졌다.
정몽준 전 의원은 전주 5위에서 홍준표 경남지사, 안철수 전 대표에게 뒤진 7위에 그쳤다. 지난 6·4 지방선거와 관련해 캠프 특보 출신이자 팬클럽 대변인을 지낸 박 아무개 씨가 지지선언을 대가로 금품을 건넨 혐의로 기소되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지지율을 끌어올린 모멘텀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또 다른 해석도 있다. 한 여론조사기관 대표는 “현재 정 전 의원이 국내외 인사들과 꾸준히 접촉하며 인맥을 넓히는 등 차기 대권을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대선이 결국 정치색이 옅은 무당파를 잡는 게 관건이라면 정 전 의원이 김 대표와 김 위원장에 비해 중도적인 색채”라며 “김 위원장은 최근 ‘박정희 마케팅’으로 부쩍 보수적인 행보를 보인다. 현재 지지율은 보수혁신특위원장이라는 감투에 따른 부분이 큰 만큼 단기적 성과를 못 낼 경우 더 빠르게 입지가 좁혀질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현재 김문수 혁신위에서 내세운 9개 혁신안(△내년도 세비 동결 및 독립적 세비조정위 신설 △체포동의안 72시간 경과 시 자동 가결 △체포동의안 기명 표결 및 회기 중 영장실질심사 자진출석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적용 추진 △겸직금지 대상 확대 및 국회 윤리특위 강화 △선거구 획정 중앙선관위에 일임)은 원안 통과가 가로막힌 상태다. 특히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와 ‘무노동 무임금’ 적용 부분에서 내부 반발이 만만찮다. 해당 안건은 국회의원들의 정치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들어 자칫 자유로운 의정 활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김 대표까지 나서 혁신안 재추인을 거들고 있지만 어느 정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8일 의원총회에서 9개 과제 가운데 불체포특권 등을 제외한 6개, 4개 법안을 추인했다.
정몽준 전 의원은 최근 거점을 지역구였던 서울 동작구에서 종로구 평창동으로 옮긴 것으로 전해진다. 종로구는 과거 장면 총리·윤보선 대통령에서부터 노무현·이명박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잠룡이 거친 곳이다. 현재는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역구를 맡고 있다. 다음 대선이 마지막 기회인 정 전 의원으로서는 종로구 당선 시 다시 한 번 치고 나갈 수 있다는 복안이다.
김문수 위원장의 경우 대구 수성갑 출마설이 꾸준히 제기된다. 대구 수성갑은 4선의 이한구 의원이 경기도 분당으로 주소지를 옮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권 내에서 반짝 화제가 됐다. 게다가 야권 상대로는 김부겸 전 의원이 될 가능성이 많아 성사만 된다면 ‘김문수 대 김부겸’이라는 빅 이벤트로 후끈 달아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의 대구 출마설에는 ‘김무성-유승민 연합 견제’ 심리도 깔려 있다는 말도 있다. 새누리당 한 고참 당직자는 “경상도가 당 최대 기반인 상황에서 PK(부산·경남)는 김무성, TK(대구·경북)는 유승민으로 굳어지는 것에 대한 견제 심리가 깔렸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야 대통령 말곤 더 이상 목표가 없으니 수성구 출마가 가장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두 잠룡 측근들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정 전 의원 측은 “본래 집이 그쪽(평창동)이었다”는, 김 위원장 측은 “아직 먼 이야기”라는 입장을 보였다.
앞서의 여당 당직자는 “두 정치인 모두 선수 하나를 더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도 국회 안에 있는 것과 바깥에 있는 것은 큰 차이일 수밖에 없다. 하다못해 여의도에 가면 지역구 의원들이 한데 모여 있어 얼굴 한 번 더 비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대선 경선도 결국 승패는 현역 의원 확보에 있다. 김 대표의 본선경쟁력이 의심받고 있고, 박 대통령과 친박계 위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아직은 예단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