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당권주자들이 혹독한 돈가뭄으로 일부는 출마 자체를 재고할 정도다. 사진은 지난해 5월 민주당 전당대회 모습.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애초 출판기념회를 계획했지만, 현재로서는 실행이 어렵다. 아직 혁신위 차원에서 결정된 사안은 아니지만,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영감님(보좌진이 의원을 지칭하는 말)도 전국을 다니며 열심히는 하고 있지만, 1억 원에 달하는 정당 특별 기부금 마련조차 쉽지 않다. 냉엄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권주자 보좌관이 최근 기자와 만나 힘없이 던진 말이다. 한마디로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후보로서 막대한 선거 자금이 필요하나, 연말 후원회 시즌이 꽁꽁 얼어붙은 탓에 돈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 전당대회를 치러야 할 후보자들은 물론 최전선에 나서 후원금 모집에 힘써야 하는 일선 보좌진 입장에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닌 듯했다.
당권주자들의 돈가뭄에 있어서 결정타는 현재 여야 각 혁신위에서 논의하고 있는 혁신안 가운데 ‘출판기념회 금지’ 사안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각 의원실마다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의원회관 게시판 어디에도 예년 같으면 흔하게 있을 법한 출판기념회 포스터 한 장 찾기가 어렵다. 게다가 검찰의 국회의원 입법로비 수사가 강화되면서 피부로 느끼는 부담감은 더하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전당대회에 나서는 후보자들은 어느 정도 비용이 필요할까. 전당대회를 치른 경험이 있는 야권 관계자에 따르면, 예년을 기준으로 후보자라면 기본적으로 최고위원의 경우 5000만 원, 당대표의 경우 1억 원 정도의 특별 기부금을 당에 납부해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특별 기부금은 전당대회 장소 대관료, 투표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 등 대회 운영비로 쓰인다.
물론 이것이 다가 아니다. 각 후보자들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국 각지를 누비며 한 표를 호소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실제 선거비용은 3억 원에서 5억 원이 든다고 한다. 당권주자들로서는 앞서의 특별 기부금에 실제 선거비용까지 합치면 최대 5억 원 이상이 필요한 셈이다. 만만찮은 부담이다.
현재 새정치연합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이들이 전부 원내에 있는 것도 아니다. 더 심각한 처지에 처한 이들은 원외 주자일 터. 비노진영의 다크호스로서 최근까지도 출마를 저울질해 왔던 김부겸 전 의원은 사실상 당권 출마를 접은 상황이다. 물론 대구 지역에서 차기 총선을 노리고 있는 김 전 의원 스스로의 정치적 부담감, 실제 당선 가능성 등 정치적 이유가 크겠지만, 그의 측근에 따르면 원외로서 선거비용에 대한 부담감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나마 전국 조직을 갖추고 있는 또 다른 유력 당권주자 측은 “당장 당에 특별 기부금을 못 낼 형편은 아니다”라면서도 현재의 상황에 대해선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해당 주자는 이전에도 전당대회를 치른 경험이 있다.
“예년에 비해 여유롭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당내 혁신위의 ‘출판기념회 금지’ 사안에 대해선 분명히 반대한다. 무조건 여권이 한다고 우리가 할 필요는 없다. 더군다나 우리는 당장 전당대회라는 큰 행사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여권과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는 뜻이다. 단순히 혁신 경쟁 차원에서 이를 다루면 안 된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