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 난 시신 일부가 발견된 팔달산 등산로 일대에서 지난 5일 경찰 병력들이 추가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수원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인 지난 4일 오후 1시 3분께 수원시 팔달구 고등동 경기도청 뒤편 팔달산에서 등산 중이던 임 아무개 씨(46)가 등산로에서 검은색 비닐봉지 안에 인체로 추정되는 시신 일부가 담겨 있는 것을 확인해 경찰에 신고했다. 임 씨가 비닐봉지를 발견할 당시 해당 비닐봉지는 약간 열려져 시신 일부가 밖으로 돌출돼 있는 상황이었다.
발견된 시신은 머리와 팔 그리고 하반신은 사라진 채 오로지 가로 32㎝, 세로 42㎝의 몸통(상반신)만 남아 있었다. 내부에 뼈는 있었지만 심장이나 간 등 대부분의 큰 장기는 사라진 상태였다. 콩팥(신장)으로 추정되는 장기 1개만 남아 있었다는 게 수원서부서 측 설명이다. 또 해당 사체는 좌우로 약간 접힌 형태로 얼어 있었으나, 비닐봉지 안에서 다량의 혈액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미뤄 훼손된 후 일정 시간이 지나 봉지에 담긴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사체의 부패가 아직 진행되지 않아 최근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하지만 성별이나 나이 등 시신의 신원과 사망시점 등은 국과수의 정밀감정이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원서부서는 5일 오전 기동대 2개 중대 등 200여 명의 인력을 동원, 팔달산 일대를 수색했지만 나머지 사체 부위는 찾지 못했다. 경찰은 주변의 10여 개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하고 주변 탐문 조사를 통해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장기가 사라진 상태의 사체가 발견되면서 장기밀매조직의 범죄 연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경찰 측에서는 그럴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밀매용으로 장기를 적출하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수술을 통해야 하지만 이 사체에는 이 같은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 경찰의 이 같은 판단 근거다. 사체가 인적이 많은 등산로에 방치됐다는 점도 경찰이 의도적인 장기 적출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시신이 발견된 비닐봉지가 깨끗한 상태였던 점으로 봤을 때 동물이 장기를 훼손했을 가능성도 낮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밀매 범죄와의 연관 가능성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2년 전 ‘오원춘 살인사건’의 끔찍한 기억을 갖고 있는 이곳 주민들인 만큼 불안감은 확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수원서부서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부검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약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나머지 사체를 찾기 위해 오늘(5일)에 이어 6일에도 논의를 거쳐 비슷한 규모인 200명 정도의 경찰 인력을 투입해 팔달산 수색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