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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시민 의원 | ||
한편 ‘천신정’으로 대표되던 당권파의 힘은 더욱 빠질 전망이다. 당권파는 신기남 의장의 사퇴로 가뜩이나 세가 줄어들던 상황에서 이번 중앙위 결정으로 더욱 위축되는 분위기다. 개혁당파들은 열정으로 똘똘 뭉쳐 결속력이 강한 반면 당권파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순도’가 떨어져 진성당원을 늘리는 방법이 쉽지 않기 때문.
개혁당의 대표를 지냈던 유시민 의원의 경우 본인의 뜻과는 상관없이 앞으로 당내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 의원은 자신에게 권력이 쏠리고 있다는 점을 의식해 내년 전당대회에서 당 의장 출마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리 ‘연막’을 치고 있지만 그의 잠재력에 대해선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열린우리당의 판도 변화에 태풍을 몰고 올 개혁당파들의 약진과 유시민 의원의 ‘복심’이 무엇인지 따라가 보았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당헌-당규 개정 작업에서 기간당원 요건 문제가 큰 걸림돌이 될 줄은 몰랐다. 오히려 지구당 폐지에 따라 시·도당이 신설되었는데 이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문제로 보았다. 하지만 개혁당 출신 당원들이 당 게시판을 통해 이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면서 서서히 갈등의 진폭이 커지기 시작했다.
개혁당파 쪽에서는 진성당원이 당의 주인이 되는 창당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당원 요건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권파 쪽에서는 그들의 강경 기류에 ‘복심’이 있다고 보았다.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도부를 직접 선출하는 진성당원의 요건은 당권과 직결되는 권력 분배의 요체였기 때문에 개혁당파들이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사전 정지작업을 하는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럼 어떤 문제가 걸림돌이었을까. 개정안은 ‘권리행사 60일 전 기준으로 최근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자 중 중앙당 또는 시·도당이 주최하는 당원 기초교육이나 연수활동에 1회 이상 참가한 자’를 기간당원으로 하기로 했다. 현행안과 크게 차이가 없는 것이다.
한편 이번 결정으로 개혁당파와 당권파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개혁당파들은 당원 요건 문제가 그들의 주장대로 잘 해결돼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개혁당 출신 B의원은 “이번 문제를 당권 문제와 연결시켜 확대해석하지 말라. 우리는 누구도 이번 당헌 개정 문제와 관련해 당권문제를 고민하지 않았다. 진심을 이해해 달라. 정략적으로 누구를 대표로 만들기 위해 당헌개정을 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이 당비 내는 기간당원이 주인 되는 것이었다. 이것만 받아들여지면 당권은 누구에게 가더라도 상관없다”며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부 당권파 의원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여전히 불만스런 표정이다. 비록 개정안이 중앙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되긴 했지만 개혁당파들의 약진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많다. 일부 당권파 의원들은 “지구당이 폐지된 상태에서 결속력이 높은 개혁당 출신들이 기간당원 배가운동을 통해 세력을 확대한 뒤 내년 초 전당대회를 치르게 되면 당권이 개혁당파에 넘어갈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개혁당 출신의 한 당원은 “앞으로 조직력을 총동원해 진성당원을 늘리는 데 힘쓸 것이다. 그리고 다른 의원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진성당원 늘리기 작업을 한다면 이를 적극 감시하고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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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4월 개혁국민정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유시민 의원(왼쪽에서 세 번째). | ||
개혁당파들은 차기 당권과 관련해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개혁당 대표를 지낸 유시민 의원에 대해서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게 사실. 한 개혁당 출신 당원은 “이번 개정안 사태로 유시민 의원이 당 의장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우 슬펐다. 당원들의 아름다운 뜻이 한 정치인의 미래를 막았다고 생각해 안타까웠다. 하지만 앞으로 유 의원의 역할이 더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 의원은 개혁당 대표를 지내면서 ‘유빠’를 유행시켰을 정도로 카리스마와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개혁당의 한 당원은 이에 대해 “유 의원을 대표로 모시면서 그가 큰 야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대부분의 당원들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유 의원에 대한 인물론은 크게 엇갈린다. 아주 좋거나 아주 나쁘거나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런 점이 그가 미래로 가는 데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자신이 당권에 욕심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에 대해 민감하고 반응하고 있다. 한 측근은 “유 의원은 초지일관 정당개혁을 주장해온 사람이다. 애초 그런 정치적 야심과는 담을 쌓았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의 ‘동지’인 유기홍 의원도 “유 의원은 당권을 전제로 기간당원 요건 문제를 접근한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해 의장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이다. 최근에는 유 의원이 내게 ‘나는 정치를 길게 할 사람이 아니다’라고까지 말하더라”면서 유 의원의 ‘큰 꿈’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던졌다.
하지만 이런 ‘연막’에도 불구하고 유 의원의 보폭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유 의원이 주축이 된 참여정치연구회가 본격 출범하면서 그의 당내 입지도 더욱 강화됐다고 본다. 여기에는 친노 직계 의원들도 다수 참여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유 의원은 현재로서는 전면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참정연 공동대표)과 손을 잡고 그를 밀어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종의 ‘킹메이커’ 역할을 하면서 차기를 도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 의원에 대한 당내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당권파들은 그에 대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것 아니냐”며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부영 의장을 비롯한 비주류들은 그의 정치적 역량을 인정하고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 사태에서도 이부영 의장이 개혁당파들의 의견이 관철되는 데 힘을 썼다는 이야기도 있다.
열린우리당의 한 대권 주자 캠프에 있는 한 관계자는 유 의원에 대해 “그를 두고 ‘버릇없다’ 또는 ‘샤프하다’는 극단적인 평가가 따라다닌다. 그렇지만 유 의원은 여전히 정치적 가능성을 많이 가진 사람이다. 앞으로 그가 대중적인 판단을 할 때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그의 ‘차기’에 대해 평가했다.
유시민 의원이 비록 극과 극을 달리는 정치인이지만 ‘대중적 선택’을 하게 된다면 열린우리당의 또 다른 ‘포커페이스’로 떠오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