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들을 한곳에 모아 집중 관리하고 사형집행시설을 신설하겠다는 이귀남 법무부 장관의 발언으로 법무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 장관은 악질·상습 범죄자들을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최적의 장소로 청송교도소를 거론했다.
고질적인 상습·강력범에 대해 보호감호제도의 부활을 선포한 법무부는 청송교도소 내에 성폭력범 전문 수용시설을 만들어 죄질이 극히 나쁜 아동성폭행범들을 수용하기로 하는 한편 사형집행에 대비한 사형집행시설을 만드는 실사작업에 착수했다.
‘한국의 앨커트래즈’로 불리며 흉악범들조차 벌벌 떨게 했던 청송교도소는 과연 어떤 곳일까.
경상북도 청송군 진보면 광덕리에 소재한 청송교도소는 일반 수용시설과 입지조건부터가 다르다. 안동 시내를 거쳐서도 1시간 가까이 꼬불꼬불 가파른 산길을 달려야만 다다르는 곳.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다.
80년대만 해도 이곳은 길도 제대로 닦여 있지 않은 오지 중의 오지였다. 지금도 사방팔방 둘러봐도 주변에는 숲과 나무,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계곡뿐이다. 굽이굽이 국도를 타고 올라가는 길에는 인적은커녕 차들도 보기 힘들다.
이 천혜의 자연환경은 외부와의 폐쇄성으로 인해 중범죄자들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입지조건이 됐다. 교도소 정문에서 가장 가까운 민가가 5km 이상 떨어져 있을 만큼 외진 곳이다. 더구나 요주의 인물들이 수용된 2교도소는 다른 시설보다 더 깊이 들어간 광덕산 중턱에 있다.
교도소 경비초소를 지나 부지 안으로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띄엄띄엄 늘어서 있는 콘크리트 건물과 지상 곳곳에 즐비한 경비초소만 봐도 위압감이 밀려든다. 모든 문은 철문으로 되어 있고 뒤쪽은 절벽인 데다가 온통 전자경비 장치가 설치돼 있다.
사각지대도 존재하지 않는다. 교도소 부지는 사면이 탁 트여 있어 뜨거운 태양이나 차가운 바람에 마땅히 몸을 숨길 곳도 없다. 마치 실외 판옵티콘(한 지점에서 모든 부분을 볼 수 있도록 설계한 원형 감옥)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곳, 개소 이래 단 한 번의 탈주도 허용되지 않았던 이곳이 바로 ‘한국의 알카트로즈(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중죄수 수용 교도소)’로 불리는 청송교도소다.
청송교도소의 악명은 사회보호법에 따른 보호감호제도와 그 궤를 같이한다. 보호감호제도는 ‘악질 상습범은 형기 종료 후에도 즉각적인 사회복귀를 막아야 한다’는 군사정권의 방침에 의해 1981년 도입된 것으로 청송보호감호소는 같은 종류의 죄로 두 차례 이상 실형을 선고받고 합계 3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받은 자가 다시 범죄를 저질렀을 때 형벌 외에 추가로 받는 감호처분을 집행하기 위해 만든 시설이었다.
하지만 형기를 마친 사람을 재수감, 감시해온 청송보호감호소를 둘러싼 논란과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24년간 1만 3400여 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던 보호감호제도는 이중처벌 시비와 인권침해 논란을 빚어오다가 2005년 사회보호법의 폐지와 함께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이 장관이 3월 15일 청송교도소를 방문해 “보호감호제도를 부활하는 내용으로 형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올해 안에 정부입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청송교도소는 또다시 국내 최악질 범죄자들의 집합소가 될 가혹한 운명에 처하게 됐다.
▲ 지난 16일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청송교도소를 방문, 일명 ‘나영이 사건’으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조두순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법무부 | ||
청송 1~3교도소, 청송직업훈련교도소 등 4개 수용시설로 이뤄진 청송교도소에는 총 2300여 명이 수용되어 있다. 그중 ‘범죄와의 전쟁’으로 일망소탕된 조폭들이 대거 수용되면서 유명세를 탄 청송 제2교도소는 흉악범 전용수용시설로써 가장 삼엄한 경비가 이뤄지는 곳이다. 이곳에 수감되는 수용자들은 법무부 분류심사를 통해 개방형 시설에 수용될 수 없는 중경비시설 수용대상자(S4등급)들로, 그중에서도 수감 중 말썽을 일으킨 ‘문제수’나 탈옥 등을 감행한 ‘요주의대상’이 대부분이다.
현재 청송 제2교도소에 수감된 이들은 총 356명이다. 이 중 239명은 6㎡ 내외의 독방에 수감되어 CCTV로 24시간 감시되며 18㎡ 넓이의 운동시설을 혼자서 사용할 정도로 특별관리를 받는다.
청송교도소는 중범죄자들이 대거 수용되어 있는 특성상 삼엄한 경비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이로 인해 끊임없는 인권침해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실제로 상당수의 수용자들이 집필권과 접견권 침해, 가혹행위, 서신 수·발신 금지, 치료불허 등을 이유로 교도소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고, 교도소 측은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는 재소자들의 반발과 단식투쟁, 자살 등으로 인해 현재까지도 골머리를 썩고 있다.
그렇다면 청송교도소를 거쳤거나 그곳에 수감 중인 유명 죄수는 누구일까. 현재 수감 중인 죄수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8세 여아를 엽기적으로 성폭행해 온 국민의 공분을 산 조두순이다. 조 씨가 형 확정 후 청송 2교도소에 곧바로 수용된 것은 이례적으로 그의 죄질이 얼마나 극악했는지를 보여준다. 부산교도소 탈옥 후 2년 6개월간 신출귀몰한 도피행각을 벌였던 신창원은 청송 2교도소를 거쳐 현재 3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청송교도소는 그 악명에 비해 거쳐간 흉악범이나 유명인사가 그다지 많지는 않다. 사형집행장이 없는 이유로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흉악범이나 사형수도 없다. 흉악범보다는 문제수가 많다는 게 교도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청송’을 거친 거물급 재소자 중 대표적인 인물로는 김태촌을 꼽을 수 있다.
1970년대 국내 최대 조직폭력단체였던 서방파를 이끌었던 김태촌은 1990년 ‘범죄와의 전쟁’ 때 징역 15년과 보호감호 7년을 선고받아 청송에 수감됐었다.
지난해 7월 사망한 ‘천안곰’ 조일환도 80년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다가 청송보호감호소에서 무려 3년을 보냈다. ‘현역’에서 은퇴한 뒤 현재 고향에서 갱생의 삶을 살고 있는 안토니파 전 보스 안상민과 ‘양은이파’ 전 보스 조양은도 청송교도소를 거쳤다.
1970년과 80년대 사회 권력층과 부유층을 대상으로 절도행각을 벌인 ‘대도’ 조세형 역시 징역 15년 보호감호 10년을 선고받고 청송감호소에 수감됐다. 5년 전 사회를 발칵 뒤집어놨던 탈주범 이낙성도 이곳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청송감호소에서 1년 3개월째 보호감호를 받던 이 씨는 2005년 4월 6일 지병인 치질수술을 위해 안동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가 병원을 탈출했다. 1년 7개월 동안 도피행각을 벌이다 서울에서 검거된 이 씨는 다시 청송으로 이송되어 잔형을 살고 있다.
또 2006년 5월 ‘박근혜 테러사건’을 저지른 지충호는 보호관찰 대상자로 2005년 8월 청송감호소에서 가출소했던 인물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최근 부산여중생 강간살인사건을 저지른 김길태도 2001년 30대 여성 납치강간 사건으로 8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 폭행 등 물의를 빚어 청송을 거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