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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3일 벌어진 이번 사건의 현장검증 장면. 공범인 안씨와 경찰이 이씨를 질식시키는 장면 을 재연하고 있다. 피의자 서씨는 범행을 완강 히 거부해 경찰이 서씨의 범행 재연을 대신했다. | ||
대구 수성경찰서는 이같은 혐의로 지난 7월22일 A주택건설회사 대표 서남호씨(가명·29)와 같은 회사 감사 안명자씨(가명·여·41)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6월11일 대구에 있는 서씨의 사무실에서 직원 이상구씨(가명·52)에게 술을 먹인 뒤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해 온 피의자와 진상을 추적했던 형사. 이들이 펼친 40일간의 두뇌싸움을 취재했다.
지난 6월11일 새벽 4시30분, 대구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수성구 한 소방도로를 지나던 60대 여인은 길 위에 수상한 물체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가까이 다가가 실체를 확인한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사람이 죽어 있었던 것.
사건은 즉시 범어3동 파출소에 접수됐고, 수사대가 급히 현장에 출동했다. 50대 남자로 보이는 사체는 왼손을 등뒤로 올린 채 엎드린 자세로 쓰러져 있었다. 사체에서 26m 떨어진 골목에는 그의 것으로 보이는 가방이 발견됐다. 그 안에는 의료보험증과 신분증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언뜻 뺑소니로 보일 수도 있는 상황. 실제로 초기 수사단계에서 경찰은 교통사고 이후 가해자가 피해자를 싣고가다 그냥 내려놓고 도망간 것으로 파악했다. 현장 주변에 사건 당시의 목격자를 찾는 대형 현수막 2개가 걸린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사체의 신원은 쉽게 밝혀졌다. 의료보험증에 그가 다니던 직장 이름이 나와 있었던 것. 신분증을 통해 인적사항도 확인할 수 있었다. 피해자는 회사원 이상구씨. 수사대는 곧바로 생전에 이씨가 다녔던 A주택으로 출동했다. 조사결과 그는 지난 2월 회사를 그만뒀지만 사건 발생 3일 전부터 다시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A주택은 지난 1월 서남호씨가 세운 건물 리모델링 회사. 그때부터 최근까지 이 회사를 거쳐간 15명 안팎의 직원들은 대구역 등지에서 생활하던 노숙자가 대부분이었다. 역시 노숙자 출신인 피해자 이씨는 지난해 11월 경북 영천에서 서씨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건축자재 공장의 경비 겸 잡부로 고용한 사람이었다. 서씨가 대구에 A주택을 설립하면서 데려온 케이스였다.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될 부검도 이날 바로 시작됐다. 예상대로 엉덩이와 양다리에서 타이어 자국이 발견됐다. 다리끝에서 허리께로 승용차가 지나간 흔적이었다. 주목되는 사실은 울대에 미량의 피하출혈이 검출됐다는 점과 사망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125mg에 이르렀다는 점. 사체의 간은 회색을 띠고 있었다. 생존시 심한 간경화증세를 앓았던 것으로 여겨졌다.
부검 결과를 놓고 볼 때 수상한 부분은 크게 두 가지였다. 울대에서 출혈이 검출됐다는 것은 살아있을 때 누군가가 고의로 호흡을 방해했다는 것, 즉 질식시켰다는 이야기다. 심한 간경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알코올농도 0.125mg에 이르도록 술을 마셨다는 것도 제정신인 사람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누군가 억지로 술을 권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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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범 안씨는`살기위해 어쩔수없이 서씨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 ||
일단 사인으로 몇 가지 새로운 가능성이 떠오르자 수사는 자연히 확대되기 시작했다. 먼저 피해자 주변에 대한 수사. 이 과정에서 경찰은 중요한 단서를 하나 발견하게 된다. 이씨가 보험에 가입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과 같은 의무보험이 아니라 회사에서 임의로 가입한, 거액의 보상금이 주어지는 단체보험이었다.
이씨가 이곳저곳을 떠도는 노숙자 출신임에도 사망시 5억원이라는 거액이 주어지는 단체보험에 가입돼 있었다는 사실과 더불어 그 보험금을 회사대표인 서남호씨가 타도록 돼 있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했다. 게다가 이씨는 분명 지난 2월 회사를 그만뒀는데도 보험은 해약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 보험상품은 이 회사 감사이자 보험설계사인 안씨가 다니던 B보험사의 상품이었다.
A주택 대표인 서씨 자신과 회사의 재정상태가 엉망인 것도 눈길이 가는 부분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서씨가 직원들 이름 등으로 발급받아 사용한 신용카드 대금은 3억원 이상. 물론 그 자신은 이미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상태였다. 설립된 지 반년이 넘었지만 실제 본업인 건물 리모델링보다는 노숙자들을 직원으로 고용한 뒤 이들 명의의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는 데 주력했던 셈이었다.
수사의 초점이 서씨와 안씨에게 쏠리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들은 범행에 대해 결코 순순히 입을 열지 않았다. 조사 과정에서 경찰은 지난 7월2일 서씨가 대구 B화재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한 사실을 밝혀냈다. 아울러 사건 당일 그가 사용한 승용차 바닥이 사망한 이씨의 옷에 긁힌 흔적과, 좌측 앞 바퀴와 이씨 몸의 타이어 자국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남은 것은 이들의 자백. 다행히 안씨는 시간이 지나면서 범행 일체를 털어놨다. 그녀는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서씨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안씨에 따르면 사건 당일 그녀는 서씨가 담보로 잡힌 자신의 승용차를 되찾기 위해 A주택 사무실에 찾아갔다. 그녀가 서씨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이씨는 이미 만취해 쓰러져 있었고, 서씨는 목장갑을 낀 채 자신을 노려보았다고 한다.
서씨의 서슬에 눌려 그가 면수건 두 장을 포개 이씨의 입과 코를 막아 질식시키는 동안 자신은 양발목을 잡고 있어야 했다는 게 그녀의 증언. 그 뒤 서씨는 승용차에 이씨를 태우고 사라졌고, 그녀는 집으로 돌아왔다. 경찰은 이 같은 안씨의 주장을 대체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상의 정황과 진술을 통해 서씨의 범행을 확신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서씨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의뢰하는 한편, 기지국 추적을 통해 그가 주장하는 알리바이가 허구란 사실을 밝혀냈다. 40여 일간의 수사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