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불거진 한국 핵개발 의혹과 관련, 미국 강경파들이 의도적으로 언론에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사진은 지난해 3월 미국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
그런데 한국 핵실험의 경우 보도 진원지를 두고 의도적인 부풀리기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라늄과 플루토늄 모두 미국의 보수언론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 강경파가 한국 핵 신뢰도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로 언론에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자주국방’을 강조하는 현 정부에 대해 일종의 경고성 ‘액션’을 취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국의 핵개발 의혹 외신보도에 대한 배경을 따라가 봤다.
‘한국도 핵개발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난 9월2일 미국의 온라인 사설 정보지 넬슨리포트가 2000년 한국 원자력원구소가 우라늄 분리실험을 했다는 보도를 한 데 이어 지난 82년에는 서울 공릉동 실험용 원자로에서 플루토늄 추출실험이 이루어졌다는 보도가 잇따라 터져 나오자 국제사회는 한국의 핵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또한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 9월9일 80년대 전반 서울의 대사관에서 근무했다는 미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은 전두환 정권 당시인 82~83년에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개발 계획을 극비리에 추진했다”고 전했다. 특히 <워싱턴포스트>는 IAEA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은 6년 전부터 핵실험을 해오면서 이를 계획적으로 숨기고 부인하고 속여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외신들의 ‘호들갑’에 대한 한국 내 반응은 싸늘하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에 대해 “외국에서 사실관계에 기초하지 않은 불필요한 의혹 제기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해 최근의 외신 보도에 불만을 있음을 직접 내비쳤다. 또한 이 기저에는 국제사회가 남북한을 한묶음으로 보고 한국도 핵개발을 하는 것 아니냐는 막연한 추측과 과민반응의 한 단면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그런 배경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먼저 우라늄 분리실험의 경우 실제보다 훨씬 부풀려져 외신에 보도된 측면이 강하다.
경남대 김근식 교수는 이에 대해 “핵실험에 대한 추가의정서가 IAEA에 의해서 채택된 뒤 한국 정부는 우라늄 분리실험을 자진 신고했고 이번에 사찰도 모두 받았다. 언젠가 이 문제를 신고해야 할 상황이었기 때문에 한국이 굳이 핵실험을 숨길 의도는 없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넬슨리포트는 미국도 알고 있는 우라늄 핵 실험 사실을 굳이 기사화 했을까.
사실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과 관련된 사항은 모두 비공개 사항이다. 그런데 넬슨리포트가 한국의 우라늄 분리실험 사실을 보도하고 주요 언론들이 이를 바탕으로 취재에 들어가는 바람에 한국 정부가 부득이 관련 내용을 발표하게 됐다고 전해진다. 넬슨리포트는 미국의 크리스토퍼 넬슨이라는 전직 언론인이 운영하는 사설 정보매체다. 그런데 왜 하필 공식 언론매체도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정보매체에서 한국의 핵 관련 실험을 특종 보도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이에 대해 “먼저 이번 우라늄 분리실험이 센세이셔널하게 보도된 것은 미국 언론플레이의 전형적 수법이라고 본다. 외교 정보가의 철칙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어떤 사건에 대한 파생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유력지에 이런 사실을 흘릴 경우 그 파장이 엄청나기 때문에 정보소스가 노출되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처음에는 지명도가 낮은 매체에 특정 사실을 슬쩍 흘린 다음 유력 언론이 그것을 이어 받고 정부 당국이 이 사실을 확인하는 순서로 일이 진행되기 마련이다. 이런 정보 공학적인 관점에서 넬슨리포트는 훌륭한 매개체였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럼 누가 왜 이런 의혹들을 흘리는 것일까. 먼저 미국이 한국에 대한 일종의 경고를 던지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외교현장을 오랫동안 취재해 온 한 소식통은 이에 대해 “미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것 같다. 최근 한국 정부가 ‘자주국방’을 강조하며 미국에 각을 세워나가자 미국이 이에 대해 일종의 경고성 ‘액션’을 취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한 한국 정부가 6자 회담에서 발언권을 높여나가고 미국을 배제한 채 대북 관계를 심도 깊게 발전시켜 나가자 이를 제어하기 위해 그런 사실을 흘렸다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또 다른 한 소식통은 “이번 사건으로 한국 정부는 핵과 관련해 도덕적으로 상처를 입었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문제에 대해 한국의 발언권이 약화되고 남북 중심으로 흐르던 한반도 문제에 미국이 주도권을 가질 수도 있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미국의 의도에는 한국 정부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깔려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부시 대통령이 전당대회에서 미국을 지지하는 국가에 한국을 뺀 것을 두고 일부에서 한미관계에 이상이 생겼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미국 정부가 단순한 실수라고 추후 공식 해명을 하긴 했지만 미국 대통령의 뇌리에 한국이라는 나라가 그리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 되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 의도적으로 한국의 핵 신뢰도에 흠집을 내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비록 정동영 통일부 장관까지 나서서 “한국은 핵개발을 한 사실이 없다”는 공식 해명을 하기에 이르렀지만 한번 제기된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경남대 김근식 교수는 “플루토늄 추출의 경우 이미 오래 전인 지난 82년에 일어난 것이고 미국 정부도 그 사실을 알고 한국에 중지를 요청해 종료된 사안이었다. 그런데 우라늄 사건에 이어 AP통신에서 미국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것은 분명 의도적으로 이번 기회에 한국의 핵 신뢰도에 흠집을 내려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미국 정부 내 강경파가 6자 회담을 의도적으로 파기 또는 연기하기 위해 한국의 핵개발 사실을 흘렸다는 분석도 있다. 김근식 교수는 “대선 전에 6자 회담이 열려도 별 성과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미국 강경파는 내심 사태 악화를 통해 회담의 연기를 바랄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과 미국 모두 회담개최 자체에 대해서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의 네오콘 같은 경우 아예 이번 경우를 통해서 한국의 이런 사실들의 폭로를 통해서 6자 회담 자체의 무산을 자연스럽게 바라는 게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미국이 현재 대선 정국에 파묻혀 6자 회담에 전혀 신경을 못쓰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런 가설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