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골에 나타난 타살 흔적 우철원-좌우 옆머리에는 직경 2∼3cm의 구멍과 작은 구멍 2개가 있다.(왼쪽), 구멍 위 로 뾰족한 도구로 찍은 듯한 직사각형 모양의 자국이 15 개 나 있다. | ||
법의학팀의 결론대로 ‘타살’이라면,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경찰은 범인을 찾을 가장 유력한 단서로 살인에 사용된 ‘흉기’를 꼽고 있다. 흉기를 알 수 있다면 용의자 집단의 범위를 좁혀 나갈 수 있기 때문. 하지만 ‘흉기’가 남긴 단서는 단 하나, 유골 3구의 머리에 뚫린 ‘구멍’뿐이다.
소년들의 머리에 난 상처 모양을 근거로 인터넷 게시판에는 가위, 호미, 드라이버, 포크, 심지어는 자동차 열쇠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흉기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소년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흉기는 이제 죽음의 진실을 풀어낼 유일한 열쇠가 된 셈이다.
개구리 소년들은 자신들의 구멍 뚫린 머리를 통해 어떤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법의학팀이 추정하는 살해 도구는 크게 두 가지. 불법 개조된 공기총과 손으로 내리칠 수 있는 둔기류가 그것이다. 경찰은 공기총으로 자체 실험을 해보았지만 상처 모양이 다르게 나타나 살인에 이용됐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하지만 법의학팀은 ‘ㄷ자’ 문형의 상처를 낼 수 있는 사제 공기총이 있으면 그 역시 범행 도구로 사용됐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둔기류의 경우 법의학팀은 ‘사각형의 예리한 모서리를 가진 물체’를 지목하고 있다.
경찰은 현장에서 흉기와 관련한 단서를 찾기 위해 인력을 다시 투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흉기가 어떤 종류의 것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사제 공기총이 가장 유력 법의학팀은 불법으로 개조한 산탄 공기총을 유력한 살해도구로 보고 있다.
곽정식 법의학단장은 “권총•산탄총 등에 의한 범행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나 사제 공기총이나 못 발사기 등을 범행도구 대상에서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채종민 경북대 법의학과 교수는 “산업 폐기물 등을 넣어 발사할 수 있도록 불법 개조한 산탄 공기총이나 그 유사 발사체를 가장 유력한 범행도구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김종식-뒷머리 위쪽에 관통상과 위쪽에 작은 구멍 3개, 뒤통수에 2개가 있다.(왼쪽), 김영규-오른쪽 옆머리에 두 줄 골절흔이 있다. 나머지 소년들은 타살 흔적 없다 | ||
산탄(散彈) 공기총은 한 번의 격발로 여러 개의 탄알이 퍼져 발사되도록 단탄(單彈)공기총의 총열을 개조한 공기총. 하지만 총기 전문가들은 이같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한 총기 제조업자는 “시골 등에서 주로 산탄 공기총으로 불법 개조를 하는데 철사를 넣어서 개조를 하는 것은 성능을 더 낮추는 것이어서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의학팀은 화약 폭발이 일어나는 소총이나 권총에 의한 피살이 아니라는 견해를 유골 발견 이틀 뒤인 지난 9월28일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공기의 압력으로 추진력을 얻어 발사하는 공기총은 뼈를 뚫을 수 있을 만큼의 위력이 되지 않는다는 데에 또다른 딜레마가 따른다.
한 총기 전문가는 “뼈를 뚫을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은 탄환 크기가 5.5mm 이상이 되는 단탄이어야 가능하다”며 산탄 공기총의 살인 도구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찍힌 모양 비슷한 가위도 경찰이 유력한 살인 도구로 찾고 있는 흉기 중 하나. 이같 은 추정은 지난 14일 한 봉제업자가 인터넷에 올린 제보를 토대로 이뤄졌다(아래 기사 참조). 부산에 사는 권경열씨가 자신의 쪽가위로 나무에 만든 상처 모양이 개구리 소년 유골 상처와 거의 똑같았던 것.
권씨는 “쪽가위 양 끝을 서로 약간 어긋나게 쥐면 이같은 상처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단지 쪽가위뿐만 아니라 오래 사용해 날이 닳아 끝이 어긋나있는 상태의 가위도 같은 실험 결과를 보일 수 있다는 것.
제3의 도구일 수도 사실 경우의 수로 보자면 공기총도, 쪽가위도 아닌, 전혀 다른 물체가 개구리소년 살해에 사용됐을 가능성도 높다. 유골에 난 상처는 1.4∼2mm 정도의 직사각형 구멍을 비롯해 날카로운 무언가에 의해 찍힌 듯한 흔적이 25군데 정도.
구멍의 가장자리에는 ‘ㄷ자’ 모양으로 예리하게 잘려나간 흔적이 있는데 이는 범인이 25여 차례를 가격해 조그만 상처를 남긴 물체와 동일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 같은 흔적을 남길 수 있는 흉기는 어떤 것이 있을까. 경찰에게 남겨진 또 하나의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