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대표 | ||
이는 박 대표의 리더십이 안정형을 추구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반대로 박 대표가 무게중심을 소장개혁파에서 보수파로 이동, 개혁이미지를 후퇴시키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현 단계에선 박 대표의 친위세력교체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대표가 최근 들어 중용하는 그룹은 중도 혹은 우파쪽 사람들이다. 국보법 폐지반대투쟁에 적극 나선 뒤 박 대표는 우선 장윤석 의원을 상당히 신뢰하고 있다. 법무부 검찰국장 출신인 장 의원은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면서 차분한 논리로 국보법 폐지 부당성을 설파하고 있다.
과거 홍준표 의원이 했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셈인데, 홍 의원만큼 공격적이지 않다. 박 대표 이미지에 부합하는 셈이다. 박 대표는 장 의원과 수시로 상의하고 대책을 협의한다.박 대표는 또 친일진상규명법에 대한 대처과정에선 부산 출신의 유기준 의원을 발탁했다. 박 대표는 직접 유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식사를 하는가 하면, 법안 준비를 부탁하기도 했다.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학생운동권 전력을 갖고 있는 유 의원은 내실있는 이론가로 분류된다.
전혀 흥분하지 않고 자신의 논리를 설파하는 게 박 대표의 스타일과 많이 닮아 있다. 유 의원이 만든 한나라당의 친일진상법은 열린우리당보다 조사범위를 더 넓혔다. 헌병과 경찰의 경우 계급에 상관없이 친일부역혐의가 있으면 모두 조사하자는 것으로 경시(총경) 이상을 대상으로 하려던 열린우리당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최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박 대표는 “유 의원, 왔어요?”라며 직접 챙기는 등 각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 (왼쪽부터)장윤석 의원,유기준 의원,이방호 의원 | ||
국보법 투쟁이 벌어지면서 영남권 보수파 의원들도 대거 박 대표의 우산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한나라당 보수파 모임인 자유포럼 대표를 맡고있는 이방호 의원은 최근 박 대표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박 대표 지킴이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국보법 비상대책위 멤버이자 주요 간부로 주류측에 편승하고 있다. 이방호 의원은 박 의원에게 당내 역학구도, 의원들에 대한 스킨십 방법 등을 나름대로 박 대표에게 건의하고 있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이 같은 박 대표 지원군의 확대는 당내에서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다. 지금까지 박 대표 체제를 사실상 견인해온 그룹은 남경필 원희룡 의원 등 수요모임 그룹이다. 박 대표 주변에 다른 중도세력이 포진하는 것은 결국 소장파의 퇴조와 맞물려 있다.
실제 최근 한나라당에선 소장파와 박 대표 사이에 약간의 벽이 생겼음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이 많다. 박 대표가 수요모임과 식사를 할 때, 박 대표는 “여러분도 당명개정에 동의하시죠”라며 여러 번 동의를 요청하는 발언을 했다. 한 참석자는 “박 대표가 소장파들까지 설득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소장파는 박 대표를 옹립한 혁명군인데, 더이상 동지적 감정을 공유하지 않게 됐다는 시각이다.
이는 박 대표가 소장파들과 밀착해 당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항간의 해석과는 전혀 다르다. 소장파의 한 고위관계자는 “요즘 박 대표를 보면, 미래까지 계속 같이 갈 수 있는 사람인지 헷갈리게 된다”면서 “무엇보다 유신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틀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소장파들은 대신 김덕룡 원내대표와 밀착하면서 당의 저변을 장악하는 새로운 기류를 낳고 있다.
▲ 한나라당의 대표적 소장파인 원희룡 최고위원(왼쪽)과 남경필 의원. 최근 박근혜 대표와 벽이 생겼음이 감지되고 있다. | ||
박 대표가 어느 특정인에게 전적인 신뢰를 주는 스타일이 아니란 점도 중요하다. 박 대표는 자신의 스타일대로 당을 이끌어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선별적으로 사람을 등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다보니 박 대표의 측근세력은 항상 교체돼 가고 있는 셈이다.
현재까지 박 대표 주변에 그대로 머물고 있는 세력은 김형오 사무총장과 진영 대표비서실장, 전여옥 대변인 정도다. 그러나 이들은 당내 여러 세력의 견제에 시달리고 있다.
전여옥 대변인은 공동대변인인 임태희 대변인과 몫을 나누고 있고, 김형오 총장도 김덕룡 원내대표의 견제 속에 있다. 진영 비서실장은 새로운 세력들이 박 대표 주변에 많이 몰려오면서 스스로 역할 축소에 나서고 있다. 진 실장은 점심, 저녁식사 등 박 대표의 거의 모든 일정을 수행했으나 최근 이를 중단했다. 최근 사무처당직자 연수회에 참석했을 때도 진 실장은 동행하지 않았다. 박 대표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박 대표는 여전히 진 실장에 대한 신뢰감을 갖고 있지만, 당내 여타 세력들이 진출함에 따라 자연스레 역할이 축소돼 가고 있는 것이란 설명이다.
박 대표는 주변은 이런 저런 이유로 자연스레 변화하며, 박 대표 자신을 단련시켜가고 있는 셈이다.
이필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