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와 장씨, 두 사람은 미국법상 부부지간이었지만, 국내법상 부부로 인정할 만한 근거가 전혀 없는 셈이다. 현재 친고죄인 간통죄는 국내법에서만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 전 의원의 간통소송 자체가 성립되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재 정 전 의원의 간통사건은 서울지법 형사 11단독에서 진행중이다. 지난 4월3일과 5월1일 두 차례 공판이 열렸다. 하지만 재판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간통사실을 둘러싸고 검찰과 정 전 의원측의 주장이 완전히 상반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씨의 고소에 따른 수사결과 “정 전 의원과 김씨의 전 부인이 간통한 혐의가 인정된다”는 입장인 반면, 정 전 의원측은 “키스 등 가벼운 신체적 접촉은 있었지만 성관계는 결코 없었다”며 혐의 자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오는 22일을 특별기일로 잡아놓고 피고소인 중 한 명인 김씨의 전 부인 장씨를 증인으로 출석토록 한 상태다. 미 시민권자로서 미국에 체류중인 장씨의 출석 여부는 전적으로 본인의 의사에 달렸다. 그런데 과연 출석할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기자가 시도한 전화통화에서 장씨는 자신의 입장을 밝힘과 동시에 전혀 뜻밖의 사실 한 가지를 되물어왔다.
장씨는 “법정에 나서기로 결심을 굳혔다”면서 “그런데 최근에 확인해 본 결과 전 남편 김씨가 국내 호적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는데 과연 소송이 가능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장씨에 따르면 그와 김씨가 미국에서 결혼한 것은 지난 2000년 8월. 그 후 김씨가 미 대사관을 통해 국내에도 혼인신고를 하겠다고 했는데 확인 결과 아직까지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김씨도 이와 관련, “당시 주로 미국에 있었기 때문에 혼인신고를 하지 못했다”며 국내법상 혼인신고가 돼 있지 않은 사실에 대해 시인했다. 김씨가 검찰에 제출한 것도 미국에서 결혼한 사진과 결혼신고서뿐이라는 것.
그렇다면 과연 정 전 의원의 간통사건에 대한 소송은 성립되는 것일까. 김씨에게 법률자문을 해 주고 있는 유병옥 변호사는 “간통사건의 경우 국내 호적등본상 혼인신고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고 전제한 뒤 “국내인이 외국인과 결혼하고 미국에만 혼인신고가 돼 있는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아직 검토해보지 못했는데 법률적으로 따져봐야겠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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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한용 전 의원(사진)을 간통죄로 고소한 김씨가 국내에 서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간통죄 성립 자 체가 문제가 되고 있다. | ||
“간통죄는 국내에만 있다. 국내법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국내 호적등본상 혼인신고가 돼 있어야 한다. 국내법상 부부도 아닌데 어떻게 국내법에만 존재하는 간통혐의를 적용시킬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간통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검찰과 재판부는 이와 관련, 매우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판담당 추일환 검사는 “공판검사로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직접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소한 검사가 어떤 자료를 근거로 혼인 여부와 소 성립 여부를 결정했는지 잘 모르겠다”며 “아마도 법률적인 검토가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담당 재판부 변오연 판사는 “피고인인 정씨측에서 자신의 무죄만을 주장하고 있을 뿐 소 성립 여부에 대해 그 어떤 주장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검토해보지 못했다”면서 “수사검사가 두 사람이 국내에 혼인신고가 돼 있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소송이 성립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도 충분히 검토해서 준비해 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리고 “검찰에서 제출한 소장에 비슷한 판례가 첨부돼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고 덧붙였다.
변 판사는 그러나 소 성립 여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현재 소송이 시작돼 진행중인 사건인 만큼 어떤 말이나 입장도 밝힐 수 없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유보하면서도 “다만 상당한 법리공방이 벌어질 소지는 다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 전 의원은 이와 관련, “사전에 알고 있었지만 먼저 문제 제기를 할 입장이 아니었다”며 “소 성립 여부를 내가 먼저 문제삼을 경우 자칫 성관계 사실을 시인하는 것처럼 오해받을 소지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또 “검찰도 이 문제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국내인이 외국에 나가서 혼인했을 경우에도 국내법을 적용할 수 있다며 기소한 것”이라면서 “법 적용문제 등 소 성립 여부와 관련한 기초적인 문제를 이제 와서 언급하기에는 다소 늦은감이 있는 만큼 우리쪽에서 나서기보다는 판사의 판단에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 전 의원은 김씨와 전 부인 장씨 등을 상대로 무고 및 공갈협박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사건을 담당한 서초경찰서 형사는 “수사중인 사건인 만큼 자세한 내용을 밝히기 곤란하지만 최소한 피의자인 김씨와 장씨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혐의사실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김씨는 간통소송과는 별도로 전 부인 장씨와 함께 정 전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이 혐의에 대해서는 간통소송을 맡은 담당 재판부에서 병합심리중이다.
무고와 공갈협박, 명예훼손 등으로 치닫고 있는 서로간의 소송전쟁. 이는 사실 정 전 의원의 간통소송에서 빚어진 산물이라면 산물이다. 하지만 만일 간통소송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이유없는 싸움’으로 서로간에 치유하기 힘든 상처만을 남긴 꼴이 되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