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에서는 이런 여성들의 약점을 이용해 성폭행을 일삼은 30대 남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피의자는 청원경찰 흉장을 이용해 경찰 행세를 하고 다니며 인터넷 채팅에서 만난 6명의 여성들을 성폭행했다는 것.
범행 횟수를 더해가며 더욱 ‘노련해진’ 피의자는 채팅상에서 성매매를 하기로 약속하고 나온 여성이 미성년자로 판명날 경우에는 직접 부모를 찾아가 ‘다시는 성매매에 나서지 않겠다’는 내용의 확인각서를 받는 ‘여유’까지 부렸다.
사건의 주인공은 부산에서 각종 장비 수리업을 하고 있던 김기남씨(가명·35). 결혼 생활 10년이 넘은 김씨를 악의 구렁텅이에 빠트린 것은 ‘권태’였다.
그는 권태를 벗어나기 위해 ‘인터넷의 바다’를 항해했다. 그의 유일한 즐거움은 바로 퇴근 후 은밀히 즐기는 낯선 여인들과의 인터넷 채팅.
지난 2월 초,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김씨는 S채팅사이트에서 게임을 하며 채팅을 즐기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김씨에게 쪽지가 전해졌다. ‘알바(아르바이트) 하고 있는데 생각있으면 쪽지주세요.’
메모를 받은 김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조심스레 ‘답장’을 클릭해 쪽지를 보낸 여성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여성이 말한 내용의 요지는 ‘돈을 주면 성관계를 맺겠다’는 것. 대화는 여기까지가 전부였다. 김씨는 “다음에 만나자”며 얼버무리곤 서둘러 채팅방을 빠져 나왔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퇴근 무렵 김씨는 부산 시내를 지나고 있었다. 무심코 거리를 지나던 그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명찰이나 휘장을 만드는 ‘○○마크사’ 간판이 있었다. 걸음을 멈춘 그의 시선은 ‘청원경찰’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금색 흉장에 꽂혔다. 한동안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던 김씨. 그로부터 10분 뒤 그의 호주머니에는 이미 3천원을 주고 산 이 흉장이 들어 있었다.
그날 밤 또다시 컴퓨터 앞에 자리잡은 김씨.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나서 ‘예쁜 분만 오세요’란 제목의 채팅방을 띄웠다. 이 말이 어떤 뜻인지 짐작하는 여성들의 문의가 쇄도한 것은 물론. 김씨의 성폭행 행각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지난 2월15일 역시 인터넷 채팅을 통해 심명희씨(가명·26·여)를 만난 김씨. 자신의 차 안으로 그녀를 유인한 김씨는 “이런 거 몇 번이나 해봤어요”라며 운을 뗐다. 지나가는 말처럼 흘려 들은 심씨는 “두세 번 정도…”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러자 김씨는 느닷없이 “나는 부산 ○○경찰에서 나온 형사다. 당신을 윤락행위 등 방지법 위반으로 구속한다”며 심씨를 윽박질렀다. 당시 그의 손에는 ‘청원경찰’이라는 문구가 아로새겨진 금색 흉장이 들려있었다. 당황한 나머지 흉장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한 심씨로서는 그저 “살려달라”고 애원할 수밖에. 속으로 빙긋이 미소를 지은 김씨는 짐짓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그는 “그렇다면 일단 집으로 귀가조치하겠다. 대신 다음에 연락하면 반드시 연락이 가능하도록 해라”며 그녀를 풀어줬다. 물론 이날 그의 수첩에는 심씨의 주민등록번호와 휴대폰번호가 기록됐다.
심씨가 김씨의 연락을 받은 것은 바로 그 다음날. 부산 동래구의 한 아파트 부근으로 그녀를 불러낸 김씨의 분위기는 순순히 풀어주던 어제와는 사뭇 달랐다.
이날 김씨는 그녀를 만나자마자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를 봐주는 것은 정말 어렵겠다”며 난색을 표시했다. 심씨의 가슴은 다시 한번 철렁 내려앉았다.
영문도 모르는 심씨는 또다시 “살려달라”고 매달렸다. 일이 자신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 김씨는 “너를 봐주게 되면 이번 2월 진급시험도 못보게 된다”고 말한 뒤 노골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했다. 김씨를 경찰로만 알고 있었던 그녀로서는 몸을 허락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런 방법으로 지난 2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모두 17명의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이 가운데 6명의 여성을 상대로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것.
사건을 담당한 부산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이외에도 김씨의 수첩에 50명이 넘는 여성들의 주민등록번호와 연락처가 기록된 점으로 미루어 추가 범행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계속 수사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최근 인터넷 채팅을 통해 벌어지고 있는 기상천외한 신종범죄의 한 사례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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