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의원이 안에서는 전당대회 불출마 요구, 밖에서는 친노를 배제한 신당 창당 논의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오른쪽은 호남지역 대의원을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당대표 적합 인물 1위를 차지한 박지원 의원.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최근 친노 의원들은 호남지역 대의원을 대상으로 실시된 몇 건의 여론조사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들에 따르면 당대표 적합 인물로 박지원 의원이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문 의원이 이었다. 이는 새정치연합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7월 친노계 서갑원 전 의원이 전남 순천·곡성 보궐선거에서 친박 이정현 의원에게 패한 원인으로 꼽혔던 ‘반 친노 정서’가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의원 경쟁자들 역시 이러한 기류에 불을 지피며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의원은 전당대회 선거인단에서 가장 많은 45%를 차지한다. 또 30% 비중의 권리당원에 대한 영향력 또한 막강하다. 더군다나 호남은 새정치연합 대표이자 대선후보를 노리는 문 의원으로선 반드시 잡아야 할 지역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2년 민주당 대선 순회 경선 당시 광주에서의 돌풍을 밑바탕으로 초반 열세를 딛고 청와대에 입성했다. 설령 문 의원이 전당대회에서 승리하더라도 호남 민심을 얻는 데 실패할 경우 대표로서 당을 이끌어갈 동력 확보는 어려울 것이란 게 정가의 중론이다.
물론 문 의원 측은 막상 경선이 시작되면 호남이 든든한 우군이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동안 이 지역이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를 버린 적이 거의 없었던 까닭에서다. 권대우 정치평론가는 “6월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의원이 그렇게 욕을 먹었지만 결국은 그가 밀었던 윤장현 시장이 당선됐다. 호남 유권자들은 대권주자들에 대해서 너그러운 면이 있다. 문 의원은 2012년 대선 경선 때도 전남·광주에서 예상을 깨고 50%에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했다. 막상 경선이 시작되면 문 의원이 차기 주자라는 점은 큰 장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문 의원의 대권 경쟁력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야권 차기 주자 지지율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더 이상 호남지역에서의 무임승차가 힘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문 의원이 지금까지의 ‘부자 몸조심 모드’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호남 구애에 나선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문 의원은 12월 22일 전남도청을 방문해 전당대회 도전 의사를 처음 밝혔고, 1박 2일간 전남지역을 돌며 민심 잡기에 나섰다. 정치권 일각에선 문 의원이 이낙연 전남지사에게 SOS를 보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문 의원 사정이 절박하기 때문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에 진보진영에서 논의되고 있는 신당 창당 역시 문 의원에겐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이들이 사실상 친노를 겨냥해 ‘계파 척결’을 부르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가에서는 그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긴 하다. 그러나 일부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신당으로 합류할 경우 당을 분열시켰다는 문 의원 책임론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세균 의원 불출마로 양강구도가 된 상황에서 문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되면 비노 세력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 이 역시 문 의원 리더십에 상처가 될 전망이다.
문 의원에게 더욱 뼈아픈 것은 친노진영 내에서조차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친노계의 몇몇 초·재선 의원들은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모임을 갖고 문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한 의견을 조율했다고 한다. 문 의원이 장고 끝에 전당대회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진 직후였다. 의원들은 격론을 벌였고 결론은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 의원 입장에서는 외부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내부에서조차 걸림돌이 생긴 셈이다. 당시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70% 정도가 (전당대회 출마를) 반대했다. 문 의원 출마를 반대하는 의원들이 내세웠던 명분은 대권주자인 문 의원이 당권을 잡는 게 정치적 행보에 도움이 되느냐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속내는 다른 데 있었다.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문 의원이 과연 총선 때까지 당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문 의원이 왜 친노 좌장이냐’라는 다소 과격한 말까지 나왔다. 또 대권주자로서 문 의원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친노 중에선 안희정 충남지사가 급부상하고 있고, 또 여차하면 박원순 시장에게 힘을 모아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어 그는 “정세균 의원 불출마는 예상됐던 일이다. 문 의원도 압박을 느낄 것이다. 우리가 공개적으로 (불출마 요구를) 문 의원에게 하는 부분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자는 데 입장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