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을 휘감고 있는 종북프레임이 유력 당권주자이자 대권주자인 문재인 의원에게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사진은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통진당 해산 결정문을 읽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대권주자들의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존중합니다. 다만 저는 통진당의 활동에 동의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해산 결정이라는 중대 사안은 헌재가 아니라 국민과 유권자가 투표로 심판해야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의 한 측근은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 의원의 트위터 글은 기자들 문의가 많아서 한 결정”이라며 “아무래도 안 의원이나 당내에서도 이런 말을 별로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잘못하면 종북프레임에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새정치연합을 휘감고 있는 종북프레임은 유력 당권주자이자 대권주자인 문재인 의원에게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문재인 의원은 대권주자 중 유일하게 통진당 해산에 강한 반대 의사를 보여 왔다. 지난 19일 그는 트위터에 “정당은 국민으로부터 존재가치를 심판받는 것이 원칙”이라며 “헌재 결정으로 통진당만 없어진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도 상처 입었다”며 헌재를 겨냥했다. 22일에는 전남도의회 출입기자들과 만나 “김이수 재판관의 판단이 옳다고 보며 (헌재가) 통진당 의원들의 의원직 박탈할 권한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당내 우려처럼 통진당 해산에 대한 강경 발언은 문 의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2월 15일부터 19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에게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박원순 시장의 지지율이 1주일 만에 1.7%포인트(p) 상승해 전체 1위를 유지한 반면 문재인 의원은 0.6%p 하락해 2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결과에 ‘리얼미터’는 통진당 해산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피력한 것이 지지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통진당 해산 결정은 단순히 대권주자의 지지도 하락에만 그치지 않는 분위기다. 통진당 해산 전까지만 해도 문 의원에 대해 비주류 수장격인 ‘김부겸 바람’만 일지 않는다면 안정권이라는 기존 평가가 사뭇 달라진 것이다. 특히 이번에 결정된 전당대회 룰이 문 의원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정치연합의 전당대회 선거인단 비율은 대의원 45%, 권리당원 30%, 국민여론조사 15%, 일반당원 10%다. 한 친노계 의원실 보좌관은 “통진당 해산 이후 변수가 생겼다. 여론조사 지지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전당대회 일반 여론조사라고 (진보당 해산에) 영향 안 받는다는 보장이 없다. 문재인 의원은 대중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이번 결과로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종북프레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여당에서 종북과 새정치연합을 연결 지으려고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통진당 해산 결정 당일 트위터에 통합진보당을 ‘통합민주당’으로 오기해 수정했고 박근혜 대통령 또한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던 중 “지난주 헌법재판소는 통합민주당에게 위헌정당이므로 해산하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실수를 해 화제가 됐다. 겉보기엔 단순한 해프닝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일종의 의미가 담겨있을 것이라는 위기감도 나온다. 새정치연합 고위 당직자는 “박 대통령은 꼼꼼히 정해진 발언을 해왔기에 그동안 공개석상에서 말실수는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부·여당의 ‘종북 몰이’를 우려한 야당 지도부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26일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박카시즘’이라며 대통령을 비판했다. 문 위원장은 통진당 여파에 대해 “(통진당과) 선거연대를 한다고 해서 합당한 것도 아닌데 (우리까지) 종북으로 몰아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박 대통령의 통진당 해산과 이후 행태를 보면 윤관석 의원의 말처럼 ‘박카시즘’이라 부를 만하다”고 말했다. ‘박카시즘’은 박근혜와 매카시즘의 합성어. 매카시즘이란 1950년대 미국을 휩쓴 공산주의자 색출 열풍을 말한다.
이 같은 종북프레임의 최대 피해자는 문재인 의원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의 보좌관은 친노계를 향한 종북프레임을 예상하며 “새누리당에서 우리 의원들을 종북으로 몰아가려는 분위기가 있다”며 “본회의 때 김진태 의원이 회의 주제와 상관없이 엉뚱하게 야당 의원을 종북 논란에 끼워 넣었는데 여당에서 환영을 받더라. 특히 당내 주류인 친노계는 대부분이 운동권, 강경파이기에 과거 행보를 볼 때 당내 온건파보다 억울하게 걸려들 여지가 더 많다”고 말했다.
김진태 의원은 지난 15일 정윤회 문건 유출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박지원 의원의 방북 추진 등과 통일 토크콘서트와 관련된 임수경 홍익표 의원 등을 거론하며 색깔론을 펼치기도 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