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이주영 전 장관과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장관직에서 물러난 이주영 의원이 12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의화 국회의장,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과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유승민 의원(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연합뉴스
“오늘 국무회의를 끝으로 이주영 해수부 장관께서 장관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세월호 사고로 해수부가 가장 어려움을 겪었을 때 136일 동안 진도 현장을 지키면서 온몸을 바쳐 사고 수습에 헌신하는 모습에 유가족과 국민이 큰 감동을 받았다.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공직자의 참된 모습을 보여주셨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느 자리에 가서든지 나라를 위해 더 큰 역할을 해주실 것을 기대한다. 다른 국무위원들께서도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
수락할까 말까, 논란이 분분했던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의 사의가 지난 연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처음으로 물러나는 국무위원의 공을 국민 앞에 소개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이례적인 ‘이주영 칭송’은 여러 해석을 낳았다.
그간 많은 국무위원과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물러났지만 그들은 말이 없었다. 박 대통령도 말을 아꼈다. 그런데 왜, 유독 이 전 장관의 사의에는 입을 열었을까. 특히 ‘공직자의 참된 모습’, ‘앞으로 어느 자리에 가서든지’, ‘진인사대천명’ 등의 표현에서는 어떤 기대가 묻어난다는 해석이 많았다. 친박계인 다선 국회의원은 이런 말을 해줬다.
“그간 대통령의 워딩(말)으로 봤을 때 이번 발언(참 공직자)은 굉장히 의미가 크다고 본다. 확실한 이주영 지지선언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임팩트 있는 표현이다. 2012년 5월, 경선 하루 전에 박 대통령은 비상대책위원장임에도 당시 정책위의장 후보였던 진영 의원 지역구를 찾아 김장 봉사를 했다. 그 하루 뒤 ‘이한구-진영’ 조가 ‘이주영-유일호’, ‘남경필-김기현’ 조를 꺾지 않았나. 정치인에게 의미 없는 행보란 없다. 그렇게 본다.”
2012년 당시는 원내대표 경선 하루 전이었다. 이번 경선은 앞으로 5개월 이상 남았다. 박 대통령의 워딩이 원내대표 경선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5개월 사이 변수가 너무 많지 않으냐는 해석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 퍼즐은 ‘이완구 총리 내정설’과 물리면 조합이 가능하다. 다른 친박계 인사는 “요즘 이런 이야기가 있다”며 이렇게 귀띔했다.
“지난 연말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이 지역구에서 술을 마시다 원내대표 총리 내정설을 흘렸다는 말이 돌았다. 원래 이완구 총리론을 뜻하는 ‘2PM(이완구 프라임 미니스터)’은 자가발전적인 성격이 강하다며 언론에서 초반에 잠시 다루고 외면했는데, 그 말이 나온 전후로 거의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원내대표를 다음 개각에서 빼내고 조기 원내대표 경선 분위기로 가면 출마 선언은 않았지만 이주영 의원이 유리한 고지에 있지 않을까 하는 해석이 분분하다. 일찌감치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유승민 의원으로선 위기일 수밖에 없다.”
최근 이완구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실 뒤편 캐비닛을 정리했다는 말이 떠돌면서 이를 확인하는 기자들이 상당수였다는 후문이다. 원내대표실 측은 “사실무근”이라 강변했다.
이 전 장관의 사의가 수리된 시점, 이 원내대표의 총리 내정설이 묘하게 겹치면서 연초 개각에 이목이 쏠린다. 특히 여론이 ‘수첩인사’는 그만두고 예측 가능한 인사를 요구하고 있어 이번만큼은 ‘깜짝 발탁’은 없을 것이란 말이 돌고 있어 더욱 그렇다. 반대로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 그리 정치공학적이지 않을 것이란 해석과 원내대표의 중도 사퇴에 따른 득실 분석에 따라 이완구 총리 차출과 조기 원내대표 경선은 이뤄지기 어렵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원내 지도부 쪽 관계자가 흘린 말은 이랬다.
“지금의 국회는 당 대 당보다는 원내 지도부에서 현안을 해결하고 있다. 그런데 공무원연금 개혁에서부터 경제살리기 입법, 세월호 조사, 비선실세 국정농단 운영위원회 운영 등의 지휘자인 원내대표를 중도에 불러내고 새 원내대표를 세운다? 그럴 명분이 설득적이지 않다는 점, 누가 봐도 당내 권력역학 구도에 끼어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점에서 실현하기가 어려운 시나리오로 본다.”
청와대 내에서도 이완구 총리설에는 부정적인 기류가 흐른다. 이 원내대표가 이명박 정부에서 지사직을 던질 정도로 정치적인 행위를 마다 않는다는 점,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재획정 결정으로 충청권 의석수가 늘어나면 ‘충청 역할론’이 크게 회자할 수 있다는 점, 이 원내대표가 ‘정통 친박’이 아니어서 로열티(충성도) 검증이 돼 있지 않다는 점 등이 거론된다.
다른 해석은 원내대표 차출의 출처가 혹 비박계가 아니냐는 의문에서 나온다. 이 전 장관은 범친박, 원조 친박이지만 지금은 친박 주류의 울타리에 있지 못한 유 의원이 친박계 표를 갈라먹기 하면 비박계가 내세운 후보에게 승산이 있지 않겠느냐는 시나리오다. 차기 원내대표 주자군에 4선의 정병국 원유철 의원과 3선의 나경원 의원이 거론되는 터여서 신빙성이 없지만은 않다. 이를 노린 비박계가 의도적으로 이완구 총리설을 퍼트리고 여러 원내대표 후보가 난립하게 되면 당선 예측은 어지러워지고 만다.
연말, 정부의 사학·군인연금 개혁을 당과 상의하지 않았다며 성을 낸 김무성 대표는 여전히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기용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여의도연구원은 평시엔 정책 제안 임무를 담당하지만, ‘전시(선거국면)’엔 여론조사를 전담해 물갈이 영향력을 행사한다.
박 이사장이 ‘탈박’ 인사라는 점에서 친박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친박계 의원들이 주축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이 1월 신년 회동을 기획하고 있다. 여차 하면 전면전으로 간다는 분위기로 여의도에 전운이 감돈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