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강철 국참본부장 | ||
TK 세력은 원내 진출 의원이 없다는 점이 큰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고 청와대에도 중량감 있는 TK 출신 인사가 포진해 있지 않다. 반면 같은 영남권이지만 ‘부산파’들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그래서 지난 9월10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TK 출신 인사들이 모임을 갖고 조직강화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는 이강철 열린우리당 국참본부장과 김부겸 의원 등, 그리고 청와대의 대구·경북 출신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고 전해진다. TK 세력의 약진 여부에 따라 여권의 역학 구도도 급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그들의 ‘활동’에 관심이 모아진다. TK 세력의 미래를 진단해봤다.
여권의 대구·경북(TK) 세력이 미래를 위한 약진을 다짐하고 있다. 사실 TK 세력은 지난 총선에서 단 한 석의 지역구도 건지지 못해 그동안 당내에서도 소외를 받아왔다. 그래서 지역구 1석 획득(부산 사하을 조경태 의원)에 그친 ‘부산파’와 힘을 모아 지난 5월 ‘영남발전특위’ 구성을 주장하며 범 영남권 입지 확보에 주력했다. 이강철 열린우리당 국참본부장과 김정길 상임중앙위원 등이 주도했던 특위 구성은 호남과 수도권의 반발로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특위 파동을 기점으로 여권의 영남세력은 각 분야의 인사에서 변방으로 밀려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변화가 일어났다. 영남권 출신 인사들의 요직 기용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 그런데 이마저도 주로 ‘부산파’에 집중돼 TK 세력의 소외감은 상대적으로 더욱 깊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송인배씨는 경남 양산 출신으로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하고 있다. 초기 노사모 출신인 노혜경씨도 부산 연제에서 낙선한 뒤 홍보수석실 국정홍보비서관에 임명됐다. 최근 총무비서관실 수송 담당 행정관으로 발령난 홍경태씨도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후배로서 노 대통령이 지구당 위원장 시절 후원회 사무국장을 맡았던 사람이다. 부산파 인맥의 핵심인 정윤재씨는 총리실 정무 담당 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부산 사상에서 출마했다가 낙선한 바 있다.
하지만 TK 세력은 여전히 답보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당 지도부와 청와대 인사 등에서 부산·경남세는 숨통을 틔우고 있는 데 반해 여전히 인사에서 소외를 느끼고 있기 때문. 이런 위기의식을 반영한 탓인지 TK 세력은 최근 모임을 갖고 앞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9월10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는 열린우리당과 청와대의 대구·경북(TK) 출신 인사들, 그리고 지방지 기자 등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친목 모임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강철 열린우리당 국참본부장과 김부겸 의원도 참석했다. 이 본부장은 여권 내 TK 세력의 입장을 대변해온 ‘대부’였지만 ‘영남발전전략’ 논란으로 당 안팎의 집중 견제를 받은 뒤 그동안 정치행보를 자제해오고 있다.
이 본부장은 이날 술을 많이 마시긴 했지만 별다른 정치적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측근들에게 “앞으로 좋은 소식이 있을지도 모르니 기다려 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졌다고 한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이 본부장은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추석 지난 뒤 어디로 들어갈 것은 확실한데 어떤 자리인지는 이 본부장도 모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앞으로 중요한 자리를 맡을 것이라는 느낌은 확실히 받았다”고 말했다.
▲ 김부겸 의원 | ||
사실 이 본부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임을 감안하면 그의 재기 여부에 따라 TK 세력의 약진도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또 다른 인사는 “부산 출신의 노 대통령 측근들이 최근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앞으로 TK 출신 인사들도 많이 영입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 노 대통령 측근 인사들이 속속 청와대와 총리실 등 국정중심에 배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TK 출신 인사들도 앞으로 ‘중용’될 것이라는 게 모임에 참석했던 인사들의 분석이다.
TK 세력이 앞으로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차기 대권주자를 영입해 그를 구심점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역의 대표성을 가진 유력 주자를 키워 정치적 입지를 키워나가자는 전략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북 상주 출신인 김부겸 의원이 TK 지역의 대표성을 가질 만한 인물로 꼽힌다. 비록 지금은 수도권에 있지만 당내에서 지지를 확실하게 받을 경우 TK를 발판으로 전국적인 인물로 클 수 있다”고 밝히면서 “최근 TK 세력 내에는 그를 여권의 유력한 차기 주자로 키우려는 구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당내 입지가 열악한 상황에서 그를 원내 교두보로 확보해 정치적 영역을 넓힐 수도 있다. 또한 당내 개혁세력들이 정동영 김근태 장관 외의 대안으로 또 다른 차기 유력 주자를 옹립하려 할 경우 이 구상도 설득력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부겸 의원측은 이에 대해 “입에서 나오는 말이 대구 사투리라고 지역의 대표성을 주장할 수 있겠는가. 실제로 동고동락하고 애환을 나누어야 그런 대표성을 주장할 수 있지 않나”라고 주장하면서 “호사가들의 말이지 근거가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또한 지난 9월10일 모임에 대해서도 “김 의원이 출향 인사에다 경북고를 나왔으니 한번씩 보자는 정도의 의미일 뿐 정치적 의미는 전혀 없다. 앞으로 지역구도 끝까지 지킬 것이다”고 말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의 영남권 측근 인사들이 약진하면서 호남세력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 ‘영남발전특위’ 파동을 겪으면서 열린우리당 내의 영호남 세력간의 충돌이 한 차례 일어났다. 그런데 최근의 영남세력 약진이 제2의 영호남 갈등을 불러올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이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의 행보다. 최근 이강철 본부장의 인사수석 내정설이 불거져 나오면서 정 수석측에서 매우 언짢아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영남권에서는 정 수석에 대해 심한 피해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전해진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범 영남권에서는 김혁규 의원이 총리가 되지 못한 배경에 정찬용 수석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정 수석에 대해 영남권에서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이강철 인사수석 내정설도 정찬용 수석보다는 이 본부장이 나을 것이라고 판단한 영남인사가 이 수석 내정설을 흘린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TK 세력이 대표성 있는 유력 주자 영입과 호남세력과의 ‘자리 싸움’에서 성공한다면 여권의 권력 구도를 뒤엎을 뇌관으로도 작용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앞으로 그들의 행보를 더욱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