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공중화장실은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게다가 외국 주유소에 있는 화장실이라고 하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청결함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곳의 화장실은 다르다. 외관은 아무 특색 없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화장실이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용변만 보고 나오기에는 아까운 공간이 펼쳐진다.
은은한 조명에 아기자기한 소품들. 원목으로 된 가구에는 잡지와 책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벽에 걸린 그림, 그리고 곳곳에 자리한 공예품들은 마치 갤러리를 방불케 한다. 여기까지 듣고 여기가 화장실이라고는, 하물며 주유소 화장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화장실을 호화롭게 꾸민 이유는 무엇일까.
주유소 사장인 카람파탄 씨는 “필리핀 최고의 관광지 세부에 뒤지지 않을 서비스를 생각하다가 착안하게 됐다”고 밝혔다.
색다른 주유소를 만들기 위해 무려 3개월에 걸쳐 화장실을 개조했단다. 휘발유를 넣는 것만이 아니라 여행객과 드라이버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 그의 이러한 의도는 현재까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고 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