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드문 새벽 1년 전 범행 재연했나
남: “넌 죽어야 돼!”
여: “아~아악!”
지난 5월30일 오전 4시30분께,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한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의 찢어질 듯한 비명이 들렸다. 우유배달원인 중국동포 김아무개씨(41)가 한 빌라 앞에서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잔인하게 살해된 것이다.
비명소리를 들은 빌라 주민들이 밖으로 뛰어나왔고, 피를 흘리고 쓰러진 김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주민들은 “새벽에 잠을 자고 있는데 찢어질 듯한 여자의 비명소리가 몇 초 간격으로 수차례 들렸다”며 몸서리를 쳤다. 한 주민은 “어슴푸레 잠이 깨어 있는 상태에서 부부 싸움하는 것처럼 남녀가 말다툼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다 갑자기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고 전했다.
지난해 2월에도 이 인근에서는 20대 우유배달 여성이 흉기에 찔려 피살된 사건이 벌어졌다. 그로부터 1년 3개월 만에 공교롭게도 또 다시 우유배달 여성이 비슷한 수법으로 살인범의 마수에 희생된 것이다.
과연 이 두 사건은 ‘우유배달 여성을 노린 연쇄살인’일까, 아니면 그저 ‘우연히 범행 대상이 일치’했을 뿐일까. 만약 연쇄살인이라면 누가 왜 이런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고 있는 걸까. 범인(들)의 실체가 베일에 가려져 있는 가운데 주민들의 불안감만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맡은 경기 군포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범인이 김씨의 목과 배 등에 10차례 이상 흉기를 휘둘렀다. 범인은 흉기로 한 번 찌르고 난 다음, 폭행을 가하고 다시 흉기를 찌르는 행위를 반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같이 잔혹한 살해 수법 때문에 원한이나 돈 문제 등에 얽힌 살인 가능성을 먼저 짚었다. 그러나 김씨 주변에선 원한관계나 채무관계 등 특이한 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로선 뚜렷한 살해 동기가 없는 셈이다. 그런 까닭에 일각에선 사회에 깊은 불만을 지닌 사람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경찰이 주목하는 것은 지난해 2월에 발생한 20대 우유배달 여성 피살사건과 이번 사건의 연관성 여부다. 두 사건의 범행수법 등을 비교 분석해 동일범에 의한 범행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는 것.
과연 두 사건은 깊은 연관성이 있는 걸까. 먼저 이전 사건의 정황부터 살펴보자.
지난해 2월10일 오전 6시30분께, 김씨가 피살된 곳에서 약 1km 떨어진 산본시장에서 우유배달원 손아무개씨(여·28)가 흉기로 온몸을 찔린 채 발견됐다. 숨지기 전인 이날 오전 6시10분께 손씨는 휴대폰으로 자신의 어머니에게 “엄마, 미안해. 나 찔렸어요”라고 피습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자신을 흉기로 찌른 범인에 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었다. ‘면식범’의 소행이 아님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손씨가 남편과 이혼한 뒤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의 양육비를 벌기 위해 새벽에는 우유배달을 하고 낮에는 대형할인마트에서 경리일을 해온 사연이 소개되면서 주변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손씨에게서도 역시 달리 원한을 살 만한 전력은 발견되지 않았다.
시기적으로 1년 이상의 간격을 두고 발생한 이 두 사건에선 우연의 일치로만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우선 두 피살자가 동일한 직업에 종사하던 여성으로 같은 동네에서 일해왔다는 점이다. 한 수사관은 “범행도구나 단서가 발견된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 같은 동네에서 동일한 직업을 지닌 우유배달 여성이 두 명이나 살해된 점으로 보아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두 사건 모두 ‘낯선 사람에 의한 동기 없는 살인’으로 추정된다는 점도 또 하나의 공통점이다. 애초 경찰은 금품을 노린 범행일 가능성에도 주목했으나 두 사건의 범인(들)은 피해자의 금품엔 손도 대지 않았다. 또 다른 수사관은 “만약 범인이 돈을 노렸다면 그 시간에 가정집에 침입했을 것이다. 길거리에서 우유배달원을 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요즘 우유 대금도 대부분 계좌이체나 지로용지로 납입해 우유배달원들은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두 사건의 범행 수법 역시 상당 부분 흡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씨와 손씨는 모두 피살 현장 주변의 건물에 우유를 배달한 뒤 나오다가 범인의 습격을 받았다. 피해자가 우유배달을 위해 건물에 들어간 사이 범인은 주변에서 기다리다가 피해자가 건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살해했던 것이다. 범인이 피해자를 은밀히 뒤따라다니거나, 미리 피해자의 동선을 파악한 후 숨어 있다가 살해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잔혹한 살해수법도 두 사건의 또 다른 공통점이다. 두 사건의 범인(들)은 마치 철천지원수에게 복수라도 하듯 피해자의 온몸을 흉기로 마구 찌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손씨와 김씨 피살사건을 동일범에 의한 연쇄살인으로 봐야 할까. 경찰 관계자는 “두 사건에서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되기는 하지만, 피살자의 연령층이 다르다는 것 등 차이점도 있어 아직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 “과학수사를 통해 흉기의 종류와 자상의 깊이와 각도, 현장 유류품 등을 면밀히 비교해봐야 동일범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단독] 김용현 전 국방장관 "민주당이 내란 수준, 대통령은 자식 없어 나라 걱정뿐"
온라인 기사 ( 2024.12.06 09:13 )
-
그날 밤 출동 계엄군도 처벌받나…내란죄 처벌 적용 범위 살펴보니
온라인 기사 ( 2024.12.06 15:32 )
-
[단독] '김건희 풍자' 유튜버 고소대리…대통령실 출신 변호사, 변호사법 위반 논란
온라인 기사 ( 2024.12.10 1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