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인조 연쇄강도·강간범의 승용밴. 뒤칸(오른쪽)엔 담요와 베개가 실려있었다. | ||
사건의 장본인은 강도치상 등 전과 8범 유아무개씨(38)와 사기 등 전과 3범 김아무개씨(36). 이들은 낮에는 대전의 한 대학 스쿨버스 정기사와 보조기사로 일하다 밤이면 ‘위험한 범죄자’로 돌변했다. 범행을 먼저 제안한 쪽은 두 살 연상인 유씨였다.
사건을 맡은 청주 서부경찰서 수사관계자는 “유씨의 경우 몇 해 전 이혼하고 혼자 살면서 억눌린 욕정을 해결하기 위해 범행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반면 김씨는 사업이 망하고 1억여원이 넘는 빚에 쪼들리게 되면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범행에 가담했다.
이들은 2003년 6월부터 최근까지 밤늦게 귀가하는 여성들을 상대로 30여 차례에 걸쳐 성폭행 및 강도행각을 저질렀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주로 자정에서 새벽 2시 사이에 한적한 주택가를 배회하다가 혼자 귀가하는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유씨가 타깃으로 삼은 여성의 뒤를 따라가 납치해 오면 김씨가 운전하는 승용밴(화물칸이 딸린 승용차)에 태워 인적 없는 야산으로 끌고간 뒤 돈을 빼앗고 몸을 유린했던 것.
이들 2인조가 타고다니던 승용밴에는 이불과 베개가 늘 준비돼 있었다. 한 수사관계자는 “이들이 차량에 이불과 베개를 가지고 다녔던 것으로 보아 언제 어디서든 범행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범행시 유씨는 여성의 몸을 탐하는 데에만 관심을 보였다. 김씨도 처음 몇 차례 성폭행에 가담했지만 그후에는 주로 피해여성들의 금품을 챙기는 데에 열중했다. 유씨가 승용밴 뒷좌석에서 성폭행을 하고 있을 때 김씨는 망을 보면서 피해여성의 목걸이, 반지, 신용카드, 현금 등을 챙기고 유씨가 성폭행하는 광경을 구경했던 것.
성폭행 후 유씨는 피해여성의 인적사항은 물론 휴대폰에 저장돼 있는 피해여성 가족들의 전화번호까지 파악해 협박했다. “경찰에 신고하면 가족들한테 성폭행당한 것을 알려버리겠다”고 위협해 피해여성들이 신고하지 못하도록 했던 것이다.
특이하게도 이들 2인조는 범행 후 피해여성들을 자신들의 차량으로 처음 납치했던 장소에 다시 데려다주고 도주했다. 경찰은 피해여성에 대한 마지막 배려라기보다는 ‘당신 동네까지 우리가 알고 있으니 입조심하라’는 의미로 이들이 이처럼 행동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식으로 유씨와 김씨에게 변을 당한 여성은 무려 29명에 이른다. 피해금품도 파악된 것만 2천여만원. 이들은 범행 후에는 반드시 차량번호판을 훔쳐 바꿔 다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들이 훔친 번호판만 50개에 달할 정도다.
경찰은 청주, 천안 , 대전 등지에서 귀가하는 여성들을 상대로 유사한 수법의 강도·강간사건이 잦은 점에 주목해 그간 물밑에서 수사를 벌여왔다. 특히 해당 지역에서 새벽시간에 통화한 휴대폰 번호를 조회해 일일이 비교한 끝에 이들의 꼬리를 잡아낼 수 있었다. 유씨와 김씨는 각각 6월7일과 8일 경찰에 검거됐다.
한 수사관계자는 “유씨와 김씨는 밤만 되면 승용밴을 끌고 나와 발정기 수캐처럼 범행대상을 물색하고 다녔다.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는 성폭행 특성상 추가 피해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