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엽기살인 잔혹사

부부싸움은 칼로 사람 베기?

흔히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하지만 최근 부부간 다툼의 양상은 그 도를 넘어서서 잔혹하고 엽기적인 살인극으로 치닫고 있다. “부부사이에서 과도한 의심과 질투, 집착은 배우자를 흉기로 수십 번을 찌르거나 둔기로 마구 때려 죽이는 식의 보복성 잔혹범죄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이번 사건을 수사했던 한 경찰관계자의 말이다.

실제로 부부간에 발생한 잔혹한 살인사건은 최근 6개월 동안에 알려진 것만 해도 무려 10여 건이 넘는다. 특이한 점은 부부간 살인사건은 사회적 직위와 연령을 불문하고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2월 22일 대구에서는 아내의 불륜문제로 다툼을 벌이다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아내의 말에 격분, 흉기로 찔러 살해한 구청 공무원이 구속됐다. 또 지난 3월 17일 청와대 행정관이 불륜문제로 부부싸움을 하던 도중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사건은 큰 충격을 던졌다. 역시 지난 3월경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 권총을 직접 만들어 살해하려던 남편이 검거되기도 했다.

3월 15일에는 아내가 성관계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4월 27일에는 아내가 대문을 열어주지 않고 욕설을 한다는 이유로, 28일에는 수감생활 중 이혼을 당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남성들이 잇따라 검거됐다. 또 지난해 4월에는 ‘키가 작아 함께 다니기 창피하다’는 말에 격분, 부인을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80대 남편도 있었다.

최근 부부간에 이처럼 잔혹한 살인극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법원에서도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에는 성관계 도중 다른 남자의 이름을 부른다는 이유로 부인을 살해한 남성에게 징역 10년이, 30일에는 학대를 못 견뎌 가출한 아내가 타인과 동거한다는 이유로 유서를 쓰게 한 뒤 음독자살케 한 남편에게 징역 20년의 중형이 구형됐다. 또 지난 3월 아내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는 2일 무기징역이 구형됐다.

이수향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