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구걸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데미언 프레스톤-부스(37)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영리한 ‘꾀돌이 거지’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금뿐만 아니라 신용카드까지 동원해서 적선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랭커셔에 거주하는 그는 매주 수요일마다 런던의 고급 주택가인 메이페어로 차를 타고 달려간다. 이곳을 찾는 부유한 관광객들을 상대로 구걸하기 위해서다. 혹시 부자들이 현금을 갖고 있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서 늘 신용카드 리더기를 소지하고 다니는 그는 ‘현금이 없으시면 신용카드도 가능하다’는 식으로 구걸을 한다. 이렇게 부자들이 내는 돈은 페이팔을 통해 그의 계좌에 바로 입금되며, 돈을 준 사람은 영수증까지 챙길 수 있다.
구걸을 하는 장소 또한 중요하다. 유명 인사들이 참여하는 파티 장소를 미리 알아낸 후 사진기자들 앞에서 돈을 구걸하면 십중팔구 거금을 받을 수 있다. 스타들이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는 차마 거절하지 못한다는 점을 이용했던 것.
하지만 그의 이런 구걸 행각은 곧 사람들의 비난을 사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월세 아파트에 살고 있는 데다 해외여행도 다니는 등 나름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런던의 한 레스토랑 주인은 “그 자식은 정말 무례하다. 손님들이 들어올 때마다 문 앞에서 구걸을 한다. 그리고 문 앞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 그 자식이 돈이 많다는 걸 안다. 항상 휴대전화를 두 대씩 갖고 다닌다”라고 비난했다. 한 호텔 직원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구걸하기 때문에 그는 외국어 몇 가지를 구사할 줄 안다. 아랍어, 중국어를 조금씩 한다. 그가 집도 있고 해외여행도 다닌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비난에 대해 부스는 “나는 숨길 게 없다. 나는 과거에는 집이 없었다. 런던에서 구걸을 한 돈으로 월세 아파트를 마련했다. 지금은 살림도구를 사기 위해서 구걸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해외여행을 갔던 건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였다”라고 해명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