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경찰에 투신한 조동희 팀장(51·경위)은 갖가지 강력 사건을 다뤄온 베테랑 수사관. 하지만 M 씨의 교묘한 이중행각에 한 번, 속속 밝혀지는 여죄에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그런 그를 다시 한 번 놀라게 한 것은 다름 아닌 M 씨의 뒤늦은 참회였다.
“늦게나마 M 씨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것은 정말 뜻밖이었습니다. 우리 측에 자백의 뜻을 밝혀오지 않았더라면 추가범행은 영원히 드러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서울청 강력계와 기동수사대, 광역수사대, 특수수사대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조 팀장은 강간범죄를 ‘마약’에 비유했다. 그간 수많은 강간 피의자들을 만나본 결과 강간범죄의 중독성에서 헤어나기란 마약을 끊는 것처럼 어렵더라는 것. 같은 죄로 15년이나 형을 살고 나와서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던 M 씨의 자백은 조 팀장의 말을 뒷받침해준다.
조 팀장은 강간사건 수사가 여느 사건보다 까다로운 이유로 피해자 측의 심리와 태도를 꼽았다.
“피해자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범인들은 그 점을 노리고 계속 범행을 하곤 하죠. 국과수 검사로 범인을 추적할 수는 있지만 피해자 측에서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하면 덮을 수밖에 없어요. 현장검증도 못해요. 피해자가 아니라고 하는데 어떡합니까.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였어요. 우리로선 더없이 답답한 일이죠.”
조 팀장은 이어 “강간은 살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면서 “평상시 방범창 설치나 철저한 문단속으로 피해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