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출범한 이후부터 이 작은 생수회사는 노 대통령과 관련된 각종 로비-특혜 의혹의 중심에 있었다. 선봉술씨(전 장수천 대표이사)를 포함한 장수천 관계자들이 이런저런 혐의로 옥살이를 해야 했다. 최근에는 당시 장수천에 근무했던 인사들과 관련 각종 인사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여론의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베스트셀러 만화책을 발간한 한 출판사가 장수천과 관련된 의혹을 받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출판사 소유주의 친형이 ‘장수천’의 후신인 생수회사 ‘자연음료’의 실제 소유주로 알려졌기 때문. 현재 이 출판사는 작가와의 사이에 30억여원에 달하는 인세의 지급 여부를 놓고 재판을 진행중이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이 출판사가 1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각에서는 “이 자금이 ‘정치자금’으로 조성되어 정치권으로 들어간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떠난 ‘장수천’을 두고 벌어지는 각종 의혹을 따라가 봤다.
장수천은 1996년 노 대통령이 처음 인수한 직후 고교 8년 후배인 홍경태 당시 노무현 후원회 사무국장이 회사 대표를 맡아 운영했다. 홍씨는 현재 청와대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후 노 대통령의 고향친구인 선봉술씨가 1998년 11월부터 2001년까지 대표를 맡아 왔다. 노 대통령이 ‘장수천’에서 손을 떼게 된 것은 누적된 적자와 빚 때문이었다.
2000년 8월14일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은 생수회사 ‘장수천’에 대해 경매개시(채권자 한국리스여신주식회사)를 결정했다. 그리고 수차에 걸친 유찰 끝에 2001년 6월 당시 민주당 대전 동구 지구당 부위원장을 맡고 있던 신남철씨에게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신씨는 이미 1999년 8월부터 주식회사 워터코리아(지점)의 대표로 재직중이었던 인물이었다.
신씨는 당시 ‘자산인수’ 방식을 통해 부채없이 자산만 2억원에 이 회사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씨가 회사를 인수한 이후 회사명은 워터코리아로 바뀌었다. 이 후 그는 2002년 9월20일 당시 충북 청원군에 소재한 생수회사 ‘수산음료’ 대표였던 김남경씨에게 이 회사를 매각했다. 당시 매각대금은 11억5천만원이었다. 현재까지도 ‘자연음료’는 김남경씨가 소유하고 있다. ‘자연음료’의 한 직원은 “2002년 10월 김남경 회장이 워터코리아를 인수한 이후 이름을 자연음료로 바꿨다”고 전했다.
장수천과 관련된 새로운 의혹은 엉뚱한 곳에서 제기됐다. 지난 2000년 출판된 이후 지난 4년간 1천만권 이상이 팔려나가면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작품을 출판한 가나출판사(회장 김남전)와 이 작품을 집필한 작가 홍은영씨와의 사이에 ‘인세분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난데없이 ‘장수천’이 오르내리고 있는 것.
사건의 발단은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이 재판과정에서 출판사인 가나출판사의 소유주인 김 회장의 형이 바로 ‘장수천(현 자연음료)’을 2002년에 인수한 소유주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시작됐다. 게다가 지난 수년간 가나출판사를 소유하고 있는 가나미디어측이 1백억원대가 넘는 비자금을 조성했던 정황이 포착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5월까지 가나출판사에서 회계를 담당했던 이아무개 과장의 법정진술을 통해 밝혀졌다. 당시 이아무개 과장은 “김남전 회장의 지시로 2000년 이후 2003년까지 1백60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했다. 10여 개의 차명계좌로 이 돈을 관리했다”는 진술을 한 바 있다.
이 문제가 불거지자 정치권 주변에서는 가나출판사가 조성한 1백억원대의 비자금의 사용처와 관련된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아무개씨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김 회장의 지시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만든 자금의 규모는 총 1백60억원 정도”라고 밝히고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비자금을 조성해서 개인적인 용도로 썼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장수천 매입과 관련해서도 이씨는 “장수천과 관련된 것은 나는 잘 모른다. 다만 2002년 장수천을 김 회장의 형인 김남경씨가 인수한 이후 회사간부들이 장수천을 방문하러 갔던 일이 있다”고 말했다.
민·형사가 동시에 진행중인 이 사건의 원고측(홍은영 작가)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화우 박인동 변호사는 “비자금을 만든 정황과 진술은 확보가 됐다. 그러나 이 자금이 어떻게 쓰였는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회계자료의 상당부분이 폐기되거나 유실된 상태라 조사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문제의 인물로 떠오르고 있는 김남경 자연음료(구 장수천) 회장은 15대 이후 2번에 걸쳐 각각 무소속과 민국당 후보로 경북 상주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한 경험이 있는 인물. 올해 17대 총선에서도 경북 상주지역구에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으나 탈락한 바 있다.
김씨와 관련 회계과장이었던 이 씨는 “회사 규모가 작은 데다가 사장과 직원들이 모두 친해서 김남경씨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다”며 “김씨는 지난 1992년 대선 당시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 선거본부에서 일했다고 들었다. 아들인 김현철씨와도 상당한 친분이 있는 사람으로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