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대통령측이 밝힌 조기 귀국 이유는 ‘피로 누적’. 하지만 대통령 퇴임 후 ‘정치 불개입’을 선언하고 이를 실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식을 줄 모르는 정치적 영향력 때문인지 그의 조기 귀국에 피로 누적 이외의 어떤 원인이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공항에 나타난 김 전 대통령은 지팡이 대신 휠체어에 의지해 공항 귀빈실로 향했다. 김 전 대통령은 마중나온 임동원 전 부총리 등 20여명과는 일어서서 악수를 했다. “안색이 좋지 않다” “몸이 많이 불편한 것 아니냐”며 조심스럽게 수군대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왔다.
미국 방문 취소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비교적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 로마에서 연설한 뒤 많이 피로했다는 것이다. 그는 “출발할 때부터 미국 방문은 무리라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생각해야 하지 않느냐고 해서 추진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수상자 정상회의 성과 등을 30여 분 간 설명했고, 다시 휠체어를 타고 승용차에 올랐다.
DJ정부 시절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대통령(DJ를 지칭)께서 많이 수척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는 다른 인사는 “이번 유럽 방문 직전 김 전 대통령측에 건강문제를 들어 외유를 자제하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했는데 본인 뜻이 완강해서…”라고 밝혔다. 이래저래 건강 문제에 관해 주변의 걱정을 많이 듣고 있는 셈이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심혈관 이상으로 서울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시술을 받았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치료과정에서 신장(콩팥) 기능이 저해돼 최근까지 일주일에 두세 번씩 혈액 투석을 받고 있다. 또 재임 때인 2002년에도 야당 시절 다친 대퇴부 고관절쪽 이상으로 한 차례 수술을 받았다. 김 전 대통령의 호적상 나이가 아닌 생물학적인 진짜 나이는 만 올해 81세다.
김 전 대통령의 조기 귀국 때문에 관심을 모았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미국 조우는 무산됐다. 두 사람은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으로부터 오는 18일 미국 아칸소주 리틀락에서 개최하는 클린턴센터(대통령 도서관) 헌정식에 나란히 초청받았었다. 김 전 대통령은 예정대로 클린턴센터 개소식 참석을 위해 13일 출국했다.
두 전직 대통령이 클린턴센터 개관식에 나란히 참석하고 클린턴 전 대통령 주재 오찬에도 동석한다면 이는 지난 2003년 2월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후 처음으로 마주하는 자리가 될 뻔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DJ의 YS 피하기 작전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번 주된 해외 방문 목적이 노벨평화상 수상자 정상회의 참석이었고 이를 달성한 마당에 정서적으로 껄끄러운 김영삼 전 대통령과 얼굴을 마주하는 `고역’을 감내할 필요가 뭐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글쎄, 소수설이긴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여전히 좋지 않다는 반증인 셈이다.
허소향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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