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부산남부경찰서 형사 1팀은 중학교 동창생 최 아무개 군(17·고교1년)을 감금·폭행한 혐의로 유 아무개 군(17·중학중퇴)을 구속하고 범죄에 가담한 이 아무개 군(17·중학3년)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 군과 이 군은 피해자 최 군과 가끔씩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던 사이로 나쁜 관계는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 이들이 최 군을 괴롭히게 된 것은 우습게도 단 돈 1만 원 때문.
지난 5월 12일 오전 이들 3명이 함께 놀던 중 이 군의 지갑에에서 1만 원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들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최 군을 의심했다. 최 군은 “내가 훔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이들은 막무가내였다. 유 군은 “거짓말을 한다”며 최 군을 인근 교회 쉼터로 끌고가 그곳에 감금했다. 최 군이 감금된 시간은 당일 오전 11시경. 악몽 같은 3일은 이렇게 시작됐다.
폭행이 시도 때도 없이 이어졌다. 이들은 최 군을 이불로 뒤집어씌워놓고 주변에 있던 부탄가스통, 각목 등으로 때렸고 모진 고문까지 가했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커피포트에 이쑤시개, 오징어 등 이물질을 넣고 끓인 물을 최 군에게 강제로 먹였고 최 군이 토하면 다시 이물질로 끓인 물을 강제로 먹게 하기도 했다.
주변에 도움을 청할 기회도 있었지만 최 군은 ‘그러면 죽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포기했다고 한다. 지상 1층에 위치한 이 교회 쉼터는 평일에는 비어있는 곳이긴 했지만 바로 위층에 관리인인 교회 목사가 거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 군 일행이 불을 아예 켜지 않고 지냈기 때문에 목사는 1층에 최 군이 감금돼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가족들이 최 군에게 전화를 건 적도 있었지만 이때도 도움을 청하지는 못했다. 최 군의 전화기를 가지고 있던 유 군이 “사실을 알리면 이 자리에서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 뒤 최 군에게 전화를 바꿔줬기 때문에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는 것. 이 때문에 가족은 최 군이 감금돼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고 실종신고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3일 후 간신히 풀려난 최 군의 몸은 만신창이였다. 병원 검사 결과 최 군은 광대뼈·코뼈 함몰과 전신 타박상 등으로 전치 4주 이상의 진단을 받았다.
최 군은 경찰서에서도 여전히 겁에 질려 한동안 폭행당한 사실에 대해 말하지 않으려 해 경찰이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한편 지난 16일 구속된 유 군은 “(최 군이) 평소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당해도 싸다”며 전혀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경찰이 혀를 찼다는 후문이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