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혜동산은 ‘박사모’, ‘호박가족’ 등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5대 팬클럽에 속한다. 지난 2008년 출범한 근혜동산은 출범 3개월 만에 충남·부산·대전 등 6개 지역본부를 창립한 이후 2년 만에 전국 17개 본부, 260개 지부를 결성하는 등 빠르게 조직을 확장했다. 현재 약 7만 5000여 온·오프라인 회원이 활동 중이며, 해외지부 구성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창립 6주년 기념식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윤상현 의원을 비롯해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A씨는 지난 2013년 3월 정권 출범과 함께 청와대로 들어가 근무를 시작했다. 직급은 행정관 아래인 행정요원이지만, 엄연한 별정직 공무원이다. 그는 2014년부터 한 대학교 정책대학원(야간)에서 국제관계학(석사과정)을 전공하고 있기도 하다.
A 씨의 페이스북 계정(현재 삭제된 상태)을 확인해보면 “<대통령비서실 근무 장점>”이라며 “1. 삼시세끼를 완벽하게 책임짐. 2. ○○○○(방향제)보다 상쾌한 새벽공기 무한제공. 3. 요즘 뜨는 핫 플레이스 뛰어서 5분 거리. 4. 서울 도심에 위치해 약속장소 잡기에 용이” 등 청와대 근무를 묘사한 대목이 눈에 띈다.
A 씨는 최초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당황스럽다”며 “제 청와대 근무나 대학원 다니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대답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민원 업무 담당이냐’는 질문에는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현재 부속실에서 근무 중인 ‘스타 트레이너’ 출신 윤전추 행정관 보도 때도 윤 행정관이 ‘민원 업무 등’을 맡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대통령의 팬클럽 관련 인사의 청와대 근무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우리 때 노사모 인사가 청와대 근무한다고 했으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 팬클럽인 ‘근혜동산’ 고위 간부의 아들이 현재 청와대에 근무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근혜동산’ 홈페이지 캡처.
이에 대해 A 씨의 모친인 근혜동산 고위 간부 김 아무개 씨는 지난 15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아들이 무슨 잘못을 한 일이 있느냐. 착실하게 살고 있는데 그러시면 안 된다”라고 항변했다. ‘대통령 팬클럽 간부 아들이기에 특별대우를 받는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는 “누가 그런 말을 하느냐. 우리 아이는 박 대통령을 의원 시절부터 부지런히 도왔다. 문제가 됐다면 계속 일을 시켰겠느냐”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A 씨 역시 이날 후속 통화에서 ‘팬클럽 간부 아들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았다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보실 수도 있겠지만 제가 일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대학원은 일과 이후에 시간을 쪼개서 투자를 하고 있는 것”라며 “어머니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것은 화가 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의 팬클럽이나 외곽 단체와 일정 부분 거리를 둬 왔다. 이들이 ‘사고’를 치더라도 정치적 타격을 피할 수 있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외곽조직인 ‘한강포럼’ 대표가 수억 원의 돈을 수수한 정황이 알려져 곤욕을 치렀다.
지난 대선 때는 또 다른 지지단체인 ‘서강바른포럼’에서 불법 SNS 사무실을 운영하다 적발돼 처벌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 공식 팬클럽인 호박가족의 경우 지난해 독도에서 주최한 가요제에 ‘비선실세’로 지목됐던 정윤회 씨가 참석한 것이 알려지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14일 청와대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박 대통령의 중국 팬클럽 ‘근혜연맹’으로부터 받았다는 편지와 화보집 등을 공개했다. 근혜연맹은 청와대가 난데없이 공개하면서 그 존재가 알려지게 됐는데, 정작 중국의 SNS 서비스인 웨이보 페이지를 개설한 것 이외 별다른 활동 내역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를테면 청와대가 앞장서서 대통령 팬클럽 홍보 역할을 자처한 꼴이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전문성을 갖고 정권 성공에 주력해야 할 참모들이 인력 구성부터 맘대로 하니 문제다. (A 씨가) 박 대통령의 의원 시절부터 일을 했다면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도 알면서 쓰고 있다는 것 아니냐”며 “십상시라는 것도 결국 깜냥이 안 되는 참모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는 비판에 다름 아니다. 앞으로 3년이 순탄하게 이어질지 걱정스럽다”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